[231122] (논평) 혐오 없이 권력비판 못하는 수컷들의 정치는 사라져야 -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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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3-11-22 08:40 조회789회 댓글0건본문
혐오 없이 권력비판 못하는 수컷들의 정치는 사라져야
-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에 부쳐
-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에 부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강욱 전 국회의원은 지난 19일 민형배 의원 주최 북콘서트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습니다.", "제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입니다."와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치는 암컷' 발언은 명백한 여성혐오 발언이다.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라고 전제를 붙여봤자 소용없다. 최 전 의원의 시각에서 여성의 미덕은 설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고, 여성이 자신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동등한 인간이 아닌 '암컷'으로 격하해도 괜찮다는 질 낮은 인식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최 전 의원의 발언이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와 영부인 김건희의 범죄 혐의와 이를 비호하는 검찰 권력을 겨냥한다고 해도 '설치는 암컷'은 불필요한 표현이다. 권력에 대한 비판을 여성혐오 없이 할 줄 모른다면 최 전 의원이 평소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저열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식을 드러낼 뿐이다. 게다가 최 전 의원은 작년 4월 당내 온라인 회의에서의 성희롱 발언 논란을 비롯해 민주당 보좌진협의회에 접수된 다수의 성희롱 발언으로 윤리심판원에서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최 전 의원은 당 안팎의 숱한 비판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반성조차 하지 않았으며 발전이라고는 없는 인간임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다.
더불어 최 전 의원이 언급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당대 가부장제 하의 전통적 성역할과 해로운 남성성이 등장인물과 줄거리에 반영되어 있다. 가부장제는 감정적이고, 고분고분하고, 세심하며,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것이 ― 최 전 의원 표현대로라면 '설치지 않는' 것이 여성의 미덕이고 고유한 특성으로 규정하며 여성이 가족을 비롯한 사회에서 리더십과 의사결정 과정에 접근할 능력을 제한해 왔다. 동물농장에 '설치는 암컷'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암컷은 예쁜 외모로만 평가되거나 새끼 혹은 알을 계속해서 낳고 기르는 등 가부장제 하 전통적 성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암컷에게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오래된 속담을, 여자는 정치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독한 고정관념을 '설치는 암컷'들이 부셔왔으나 아직도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2021년 국가 성평등 지수에서 경제활동은 76.4점, 가족분야 65.3점, 의사결정 분야는 38.3점이다. 여성들이 집안에서, 일터에서, 정치영역에서 가부장제가 켜켜이 쌓아올린 구조적 차별과 폭력으로 피해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최 전 의원이 겨냥한 '설치는 암컷'은 검찰권력이 비호하는 윤석열 대통령 일가족이라 하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성별 고정관념과 여성혐오 토대 위에 한 발언은 최 전 의원이 겨냥한 특정한 여성들이 아니라 '설치지 않도록' 사회문화적으로 억압받은 여성들에게 또 다른 억압기제로 작용할 뿐이다.
이러한 구조적 차별과 억압의 기제를 읽어내지도 못하는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었고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이 통탄스럽다. '설치는 수컷'이란 표현을 최 전 의원에게 돌려줘봤자 이미 자격없고 무지한 수많은 남성 정치인들이 정치영역을 과대대표하고 있고 남성의 설침은 '담대한' '도전적인' '야망있는'과 같이 긍정적으로 해석이 되었기 때문에 무의미하다. 가부장제 남성지배정치 하에 얼마든지 설치도록 허락이 된,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타격도 받지 않는 이들이 '설치는 암컷'이라는 모욕적 수사를 이해할 것이라는 기대조차 없다.
우리는 "암컷들은 왜 보이지 않는가?", "왜 암컷들은 설치지 못하는가?"를 질문할 줄 아는 정치인을 원한다. 우리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혐오 없이 하는 정치인, 자신의 혐오차별 발언이 사회의 소수자들에게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자각하는 정치인, 자신의 발언이 사회적 편견에 기초하고 있음을 시인하고 이를 바로 잡을 줄 아는 정치인을 원한다. 검찰권력을 비판하겠답시고 여성혐오 인식을 드러내고, 성희롱을 일삼고, 남성연대의 저급한 발언을 농담으로 치부하고, 권력형 성범죄 가해자를 비호하고 2차 가해를 일삼는 수컷들의 정치는 퇴출되어야 한다.
2023년 11월 22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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