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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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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2-06-03 19:14 조회6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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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논평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지역 의제와 시민의 삶이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대양당 중심의 중앙 정치 싸움의 연장전이 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또다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전국을 나눠 먹으면서 거대양당 중심의 정치와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지방정치를 만들어버렸다. 더욱이 4년 전 6·13 지방선거 때보다도 10%포인트나 낮아진 투표율(50.9%)은 거대양당의 정치가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인 시민권을 박탈시키는 주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끝까지 거대양당 중심으로 운영된 한국 정치의 문제점들이 극명하게 드러난, 총체적 난국의 선거였다. 
 
1. 말뿐인 정치개혁, 지방정치도 거대양당 나눠 먹기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취지는 불비례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다양한 시민의 얼굴을 반영하지 못하는 의회의 모습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다당제 정치개혁을 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의 발언이 무색하게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광역의회에서는 각 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선거구획정안을 파기하며, 2인 선거구로 쪼개는 위선적 행태를 보였다. 거대양당은 제3정당이 의석을 가져가지 못 하게 하고 양당끼리만 의석을 나눠가질 수 있는 2인 선거구를 지키거나 늘리는 데 합심하였다. 
 
그 결과, 역대 최다 ‘무투표 당선자’가 쏟아졌다. 기초의회 지역구 의원 무투표 당선자는 대부분 2인 선거구에서 나왔으며,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기초의회 무투표 당선자는 지역구 의원 정수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 광역의회의 경우, 특정 정당의 세가 강한 지역에서 대부분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규모가 작은 소수정당이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착화된 거대양당 정치가 역대 최악의 무투표 당선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유권자는 선거권을 박탈당했을 뿐만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떤 후보가 무투표 당선자인지에 대해 유권자에게 정보조차 제공해주지 않음으로써 유권자는 자신의 지역에서 누가 무투표로 당선됐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3인 이상 중대선거구에는 거대양당이 할당된 지역구 정수만큼 후보를 내면서 제3정당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을 가로막았다. 2020년 총선 직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위성정당 사태로 제3지대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렸던 거대양당은 이번 8회 지방선거에서도 개정된 공직선거법 취지에 역행하는 행태들을 통해 지역정치의 다양성을 차단했다. 결국 ‘다당제 정치개혁’은 말뿐이었으며 유권자들은 또다시 거대양당 간 선택을 강요받게 되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당선을 위해서라면 전략공천이라는 핑계로 지역 연고가 없거나 지역의 학연·혈연·지연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에 있어 중요한 책임이 있는 당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을 버리고 하루 만에 거주지를 서울로 옮겨 서울시장 후보가 되었고, 대선 후보는 연고도 없는 인천 지역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다. 인천부시장을 지냈던 사람이 갑자기 서초구청장 후보가 되어 나타났다. 더욱이 지역마다 지역 고유의 의제가 있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코로나로 돌봄의 위기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거대양당 후보들은 부동산과 기업 유치만을 외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이후 다수 시민의 지지를 받는 차별금지법은 철저히 외면하면서도 자신들과 연관된 사람들의 안위만을 위해 다수 의석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는 등 시민의 삶과 괴리된 행보를 보였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을 수밖에 없는 시기에 치러진 선거에서 윤석열 행정부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을 설명해내지 못했고, 이를 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했기에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는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만 모르고 있으며, 선거 이후에도 모르고 있다. 
 
2. 계속해서 지워지는 여성들과 훼손되는 성평등 가치 
 
이번 지방선거 실시 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였으나 여성후보자 추천 확대 논의는 전혀 하지 않았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당 차원에서라도 여성후보 공천 확대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광역단체장 여성후보 비율은 더불어민주당 5.9%(1명), 국민의힘 14.3%(2명), 기초단체장 여성후보 비율은 더불어민주당 16.5%(33명), 국민의힘 5.1%(10명)이었다. 광역의회 지역구 여성후보 비율은 더불어민주당 21.6%(150명), 국민의힘 12.6%(84명). 기초의회 지역구는 각각 28.3%(474명), 20.9%(348명)로 공직선거법상 “지역구 30% 이상을 여성 후보로 추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여성 광역단체장 0명, 여성 기초단체장 7명(3%), 여성 광역의회 지역구 의원 115명(14.8%), 여성 기초의회 지역구 의원 650명(25%)이다.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에서 비례의석을 포함해도 광역의회 여성의원 비율은 19.8%, 기초의회는 33.4%이다. 여전히 낮은 여성 당선자 비율과 기초의회 편중 현상은 여성의 대표될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의 정치적 권한이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 후보자가 적은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 성평등이 공천 기준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부산시장 후보 변성완, 충남도지사 후보 양승조, 남양주시장 후보 최민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성폭력 사건 2차 가해로 비판을 받아왔다. 여성단체들이 부적격 후보자들에 대한 공천 배제를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1] 우건도 충주시장 후보도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성추행 전력으로 문제가 되었음에도 이번에 또다시 선거에 출마하였다. 경남 고성군의회 최을석 국민의힘 후보는 강제추행으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음에도 공천을 받아 당선됐고, 경북 예천군의회 권도식 무소속 후보는 2019년 해외연수에서 여성 접대부 요구로 제명되었음에도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당에서 성범죄로 징계를 받았거나 공식 범죄 이력이 남지 않으면 공천 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문제가 존재하기에 더욱더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했지만 거대양당은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불과 3개월 전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여성 주권자들은 여성을 배제하는 정치에 반대하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었으나 정치권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했다.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과 박완주 의원 성추행 문제에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단호한 대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당내 반발과 잡음은 민주당의 ‘반성 없음’과 ‘쇄신 불가’로 읽힐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에서도 성평등을 찾아보기 어려운 와중에 국민의힘은 백래시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관악구의원 후보 최인호는 대표적인 안티페미니스트로 관악구 불법촬영 점검 관련 예산을 “허위예산”이라고 말하며 전액 삭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후보 공보물에서 “인헌고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자행한 정치편향 교육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페미니즘 교육이었다”라며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여성은 남성에 의한 피해자라는 페미니즘 사상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잘못된 성 가치관을 교육해왔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실력으로 공정하게 공천혁신”을 내세웠으나 국민의힘이 말하는 실력과 공정은 성차별 구조를 강화함으로써 남성 지배의 우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 이상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지역민의 생활에 바로 영향을 주는 지방의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에서 성평등 정책의 비전과 방향은 보이지 않았다. 후보들의 여성정책은 ‘여성안심’과 ‘맘센터’ 등 과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보호주의적 관점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안전을 상상하거나 인구 감소 대책의 관점에서 여성을 임신·출산·육아라는 생애주기 속에서만 상상하는 한계를 보였다.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삶을 그려내지 못하는 등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에 충분치 않았다. 
 
또한 지방정부의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를 강화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광역단체장 후보의 경우 5대 공약에서 성평등 의제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고, 여성폭력피해자지원단체의 질의서에 “여성폭력 문제 해결 및 성평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정책 및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개선할 의사가 있다”라고 답하면서도, 지방정부의 성평등 책무성 강화나 전담 부처와의 협업체계 등은 언급하지 않거나 ‘지방자치단체 내 성평등 정책 전담 부서 및 인력, 예산 확충’은 유보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백래시 상황에서 성별을 내세우지 말고 논란을 만들지 말자고 하는 기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젠더 이슈가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가 아니며, 정치권 안에서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3. 백래시를 넘어서는 페미니스트 정치가 필요하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반(反)페미니즘을 강화하고 있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성평등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내·원외 소수정당 또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 중에 ‘그럼에도 페미니즘’을 외치고, 당당하게 ‘페미니스트 후보’라고 이야기하는 여성과 남성 후보들이 존재했다.[2]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불리한 선거 지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거대양당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후보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부동산과 기업 유치와 같은 개발주의식 공약에서 벗어나 기후위기와 돌봄 공백이 지역 시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고, 이러한 삶을 함께 바꿔나가자고 했다. 그리고 승자독식이 아닌 공존과 평등을 이야기하며,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받은 성적표는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들의 도전과 행보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에 맞서는, 백래시를 넘어서고자 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최악의 선거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은 희망을 계속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선거는 원내·원외 소수 진보정당 차원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필요성 또한 제시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당은 21명의 당선자를, 정의당은 9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4년 전에는 정의당 36명과 민중당(현 진보당) 11명으로 이번보다 더 많았다. 이는 진보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정당이 전체적으로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대양당 정치가 구조적으로 공고화되어 있고 그것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20년 동안이나 확장성을 갖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정치를 원하는 여성/페미니스트 유권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진보정당 정치에도 문제와 책임이 있음이 분명하다. 
 
광풍과도 같은 백래시는 한국 사회가 성차별적인 사회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동시에 성평등과 페미니즘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길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해준다. 그러나 지금의 거대정당과 진보정당, 누구도 이 길에 제대로 앞장서거나 유권자에게 확신을 주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성평등 민주주의를 원하는 유권자들은 차악을 선택하거나 투표권을 포기하는 등 배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모색과 실천이 필요하다. 
 
페미니스트 정치를 외쳤던 후보들과 이들을 찍은 유권자들이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고, 이를 통해 거대양당 중심 정치에 균열을 내는 페미니스트 정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또한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2년 6월 3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1] 한겨레, 2022.04.13. 성폭력상담소, 민주당에 “성폭력 ‘2차 가해 정치인’ 공천 배제하라”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38730.html
[2]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우리 동네 페미니스트 후보를 찾아라" http://www.womanpower.or.kr/2014/bbs/board.php?bo_table=B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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