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25] (성명) '남성' 정치인의 자격을 묻다 - '정치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법' 제정이 필요하다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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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5] (성명) '남성' 정치인의 자격을 묻다 - '정치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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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1-01-25 18:57 조회1,2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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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정치인의 자격을 묻다 
‘정치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법’ 제정이 필요하다
 

1월 25일, 정의당 젠더인권본부(본부장: 배복주 부대표)는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장혜영 국회의원에게 성추행을 했고, 이에 김종철 대표를 정의당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김종철 당대표의 직위가 해제되었다고 밝혔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피해자에게만 유독 비난과 2차 가해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한국사회에서 피해자의 신분을 드러냄으로써 성폭력에 단호히 맞서는 태도를 보여준 장혜영 의원의 용기에 지지를 보낸다. 

기득권 ‘남성’ 정치인들에게 여성의 삶을 맡길 수 없다 
 
정치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VAWP: Violence Against Women in Politics)’은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며, 진보의 문제도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안희정-오거돈-박원순으로 이어지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남성’ 광역단체장의 성폭력 사건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도 강용석 전 국회의원, 최연희 전 국회의원, 윤창준 전 청와대 대변인, 홍준표 전 의원 등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소속 ‘남성’ 정치인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 
 
진보와 보수에 관계없이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남성’ 정치인에 의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더욱이 정치에 참여하는 여성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남성’ 정치인들이 성/폭력을 행사하는 사건들(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대구시 달서구의회 남성의원이 동료 여성의원들에게 성희롱을 한 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에게 전화로 언어폭력을 행사한 일 등)이 지속되고 있는 사실은, 남성을 정치의 기본값으로 보는 그 전제와 기준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것을 요청한다.
 
장혜영 의원은 입장문에서 “그토록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 질문은 그동안 한국정치를 이끌어온 핵심세력인 ‘남성’ 정치인들의 자격과 자질을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난 몇 년이 아니라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국정치를 쥐고 흔들고 있는 ‘남성’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여성의 삶도, 한국의 미래도 맡길 수 없다. 
 

한국도 이제 ‘정치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 
 
국제의회연맹(IPU)이 5개 지역 39개 국가의 여성의원들을 대상으로 여성의원들의 경험을 분석한 결과[1],  응답자의 65.5%는 임기 중에 여러 번에 걸쳐 모욕적인 성차별 발언을 동료 남성의원들로부터 들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20%는 임기 중 성희롱을 경험했으며, 44%는 살해와 강간 등의 위협을 받았으며, 25.5%는 물리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한국정치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조사되기는 커녕 피해 경험을 말하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이 만났던 여러 여성 정치인, 후보자, 선거운동원, 보좌관, 당직자, 당원들이 당내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문화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당내 구조적 성차별과 성별화된 위계적 문화가 피해를 만들고 피해의 경험을 말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이 문화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정치를 하려면, 선거운동을 하려면 감수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여성’ 정치인이라서 ‘감수해야 하는’ 위험은 없다. 상당한 권력을 가진 정치인임에도 여성 정치인이 성/폭력 위험을 겪고 실제 경험한다는 사실은 어느 곳에서나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정치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과 폭력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한국사회 전체가 성평등한 사회로 진전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치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는 특정 국가의 특수한 일이 아니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개별 국가와 국제적 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2012년 볼리비아는 여성에 대한 정치적 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법을 세계 최초로 채택했고[2]  멕시코는 2016년 국가선거위원회(National Electoral Institute), 연방선거법원, 선거범죄에 관한 연방검찰, 국가여성위원회 등과 협력해 정치에서의 여성폭력문제를 다루기 위한 규약을 만들었다.[3]
 
캐나다 하원의회는 2015년 ‘성적 괴롭힘에 대한 의원들 행동수칙(Code of Conduct for the House of Commons: Sexual harrassment between members of parliament)’을 채택했고[4],  유럽의회(EP: European Parliament)는 모든 의원들에게 ‘일터에서의 괴롭힘 제로(Zero Harassment in the Workplace)’와 관련한 지도를 받도록 했다.[5]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발생한 여성 후보자에 대한 폭력 행위, 2020년 여성 국회의원에 대한 성희롱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정치영역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드러냈지만 이를 위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정치관계법, 선거법 등 다양한 법에서 정치공간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명시하고, 이의 해결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이 정치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감히 치러야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고 용인해왔던 ‘남성’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문화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올해부터 ‘정치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법을 제도화하는 활동을 본격화하고자 한다. 여성들이 안전하게 정치할 수 있도록 정치권 내에서의 성폭력 문제를 끊어내는 데 많은 여성/페미니스트들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2021년 1월 25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1] “Sexism, harrassment and violence against women parlliamentarians”, IPU Issues Brief, October 2016, p.3
[2] “The Law and Violence against Women in Politics”, Politics & Gender Vol.14,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8. p.676
[3]  “Preventing Violence Against Women in Elections: A Programming Guide”, UN Women and UNDP 2017. p.82
[4] “Guidelines for the elimination of sexism, harassment and violence against women in parliament’, IPU, 2019, p.34
[5] “Violence against Women in Politics”, UN Wome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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