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14] 더불어민주당은 여성가족부 존치를 당론으로 채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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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2-10-14 21:03 조회539회 댓글0건본문
더불어민주당은 여성가족부 존치를 당론으로 채택하라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설치하고 이 본부에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던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과 업무를 이관하고, 여성고용 업무는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것이 요지이다.
정치적 위기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카드를 꺼내 여성을 지우고, 성평등 정책을 20년 전으로 후퇴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시도에 우리 시민들은 전면 투쟁을 선포한다.
2022년 1월, 윤석열 후보는 어떤 이유와 근거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대선이 끝나고 꾸려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여성가족부 업무보고를 30분만에 끝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5월에는 권성동 의원이 “여성가족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 건 ‘국민과의 약속’이며,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대선 핵심공약 추진에 흔들림이 없도록 든든하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여성가족부를 인구가족부로 개편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대표발의했다. 7월에 처음 마련된 여성가족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10월 6일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이 국민의힘 의원 115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발의됐다.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 건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폐지 시그널을 보내왔고, 결국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진행시켰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1년 동안 여성가족부 폐지를 꺼내들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려고 시도하는 동안 여성가족부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의 삶은 더욱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식화로 인해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광역·기초 지방정부에서는 여성정책 담당 부서가 폐지 혹은 통폐합되는 등 후퇴를 밟고 있으며, 행정 일선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성차별주의는 건강가족기본법을 비롯한 정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차별과 혐오를 강화하면서 사회를 양극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69석을 가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무엇을 했고, 하고 있는가.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성평등가족부 혹은 성평등가족청소년부 등의 대안을 가지고 있다. 내부 논의를 거쳐 여가부의 기능을 확대·개편하는 정부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여가부 폐지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책위의장이 공식적으로 하는 얘기라고 이해해달라”며 “대선 때부터 일관된 입장이 변화된 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는 김성환 정책위의장의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에 대한 입장이 당론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
의원 개개인이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재명 당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왜 침묵하는가?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 존치를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불어민주당 또한 국민의힘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169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의석을 가지고도 제대로 된 개혁입법을 한 적이 없는 더불어민주당을 마냥 믿고 지켜볼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성범죄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조직적 성찰을 하기보다는 일부 여성의원의 입을 빌려 사과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여성문제는 여성의원들에게 떠맡겨 처리하는 등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미적거려왔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말이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면,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의원총회를 개최해 여성가족부 존치와 성평등 전담부처 강화를 당론으로 채택하라. 또한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뿐만 아니라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전원 남성) 또한 여성가족부 존치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불과 한 달 전, 헌정 사상 최초로 남녀동수 지도부를 출범하였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런데 지금 대표를 포함해 최고위원 7명 중 누구도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무엇을 위해 동수 지도부를 구성했는가. 보여주기 위한, 여성을 들러리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재명 대표와 7명의 최고위원은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를 당론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더불어민주당이 계승하고자 하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정치적 유산이다. 여성가족부를 유지·확장하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회적 합의’라거나 ‘대선 때부터 일관된 입장’이었다는 말로 얼버무리지 말고, 여성가족부 존치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국민의힘이 추동하는 차별과 혐오 정치에 맞서 성평등 정치와 민주주의를 회복·진전시키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
2022년 10월 14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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