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07] (논평)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성별균형을 넘어 실질적 성평등을 위한 실천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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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2-09-07 20:11 조회538회 댓글0건본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성별균형을 넘어 실질적 성평등을 위한 실천에 나서라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구성에 부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구성에 부쳐
오늘(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은숙 부산시당위원장과 임선숙 변호사를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면서 민주당 지도부 구성이 완료되었다. 총 8명(대표 1인, 선출직 최고위원 5인, 지명직 최고위원 2인) 지도부 중 4명이 여성(선출직 2명, 지명직 2명)으로 처음으로 남녀동수(성별균형) 지도부가 만들어졌다.
2년 전, 당시 이해찬 대표는 “여성 30% 할당을 강제하면 차기 당 대표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당내 최고위원 ‘여성 30% 의무화’를 반대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여성후보 30% 의무공천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서약했지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진행되는 동안 이와 관련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 여성대표성 확대와 성별균형 실현에 미적거리거나 반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진전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 이전에 당대표와 최고위원 경선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본경선 이전, 당대표 예비후보자 8명 중 여성은 0명이었고, 최고위원 예비후보자 17명 중 여성은 5명(29.4%)뿐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여전히 여성(의원)이 의사결정 직위에 도전하는 것이 어려운 당내 현실을 보여준다. 더 많은 여성의원이 도전하지 않거나 도전을 머뭇거리게 되는 이유를 새로 구성된 지도부는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지도부의 인적구성이 성별균형을 이룬 것은 당대표의 성평등에 대한 굳건한 의지에서 기인했다고 보기 어렵다.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처음 지목한 것은 남성이었다는 사실은 여성이나 성별균형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치적 대표성과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조직 내에서 성별균형은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시작점이다. 즉 정당 지도부 구성의 성별균형(남녀동수)은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향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성별균형을 이루었다는 것만으로 성평등을 위한 모든 일을 다 한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헌정 사상 최초 남녀동수 지도부’라고 자찬하기엔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더불어민주당이 성평등 민주주의를 견인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낳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2012년 총선 당시 한명숙 대표가 지역구 여성후보 15% 공천 규정을 도입하려고 하자 “민주당이 이대 동문회냐”며, 당 지도부를 공격했고, 결국에는 지역구 여성후보 15% 공천을 철회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또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진상규명 요구 기자회견에 “인간의 도리가 더 중요하다”며 2차 가해에 합세하였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인천을 여성 단수공천 지역구로 결정하자 남성의원들과 함께 집단 반발하였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2015년 지인 아들의 성추행 미수 사건에 대해 선처해달라며 재판 청탁을 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서울 광진(을) 국회의원 선거 토론에서 “동성애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발언하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성평등 가치에 반하는 모습을 보였다.
20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0.73%p로 석패한 데는 20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대선 이후에 더불어민주당에 가입한 당원 중 절반 정도가 20대 여성이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 여성과 청년, 청년여성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고, 비대위 기간에 발생한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해자를 옹호하며 가해자에 대해 원칙 있는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의 성별균형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실질적 성평등을 위한 실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핑계로 계속 미루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대성과인 여성가족부를 지켜야 한다. 당 내부적으로는 여성이 도전하기 어렵게 만드는 정치문화를 바꾸고, 정치영역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에 대한 폭력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시도하는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막아내고, 모두를 위한 성평등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성별균형은 그 어떤 의미도 없다.
2022년 9월 7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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