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713] (성명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없이 성평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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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7-07-13 14:32 조회1,786회 댓글0건본문
<성명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없이 성평등 없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행’죄라는 제목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고 있지만 군형법 제92조의6은 성폭력을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군형법은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각 별도의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 해석 상 군형법 제92조의6은 동성 간 성적 행위를 ‘추한 행위’로 간주하여 합의 여부를 불문하고 처벌하는 ‘동성애처벌법’임이 명백하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이 법은 동성 간 합의한 성적 행위를 범죄화할 뿐 아니라, 동성 간 성폭력의 피해자를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와 함께 ‘추행’죄로 처벌한다. 한편, 동성 간 성폭력의 가해자는 성폭력 범죄가 아닌 ‘추행’죄를 적용함으로써 축소 처벌하고 심지어는 가해자가 이성애자일 경우 ‘성적 만족’이 없었다는 이유로 불처벌하기도 한다. 이는 성소수자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군대 내 성폭력의 실태 파악 및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군대는 동성 간 성적 접촉을 허용할 경우 남성 군인에 대한 성폭력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명목으로 군형법 제92조의6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성폭력의 원인을 ‘성적 만족’과 ‘성욕 해소’로 보는 잘못된 통념을 전제로 하고, 성폭력과 동성 간 성적 행위를 혼동함으로써 ‘동성애 혐오’를 재생산한다. 그러나 성폭력은 ‘권력 관계에 기반을 둔 폭력’이며, 합의한 성적 행위와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하는 ‘인권 침해 행위’이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군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군형법이 정말 성폭력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면 ‘추행’죄를 폐지하고 ‘업무 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군대가 군형법 제92조의6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여성 군인에 대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군대는 여성 군인에 대한 성폭력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남성 군인과 여성 군인을 이분화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수에 불과한 여성 군인은 절대 다수의 남성 군인으로부터 분리‧배제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사실상의 차별을 겪고 있다. 언제까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성소수자 군인과 여성 군인의 인권을 침해할 것인가? 그것은 어떤 성을 기준으로 한 ‘공동사회’이며 ‘군 기강’인가?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라는 요청은 성소수자 군인에 대한 처벌과 동성애 혐오를 중단하라는 요청인 동시에 군대의 인식을 개선하고 군대 내 성폭력을 성평등한 관점으로 해결하라는 요청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촉구한다.
우리들의 요구
-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라
- 성소수자 군인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을 중단하라
- 군대 내 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라
2017.7.11.
언니네트워크, 장애여성공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체 126 개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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