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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1] 여성에게 내조 요구하는 남성의원 정치할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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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3-04-21 15:09 조회3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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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내조 요구하는 남성의원, 정치할 자격 없다
- 국민의힘의 퇴행적 배우자 워크숍 개최를 규탄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원외 당협위원장 배우자 모임’인 ‘동행의힘’ 워크숍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남성 정치인의 여성 배우자만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는 “(선거를) 전투로 따지면 (부인들은) 최고의 정예 장수인데, 그 좋은 우리의 인재들이 모여서 … 워크숍을 통해서 해야 할 일을 분담하도록 했다”고 발언했다.
 
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9%이고 국민의힘 의원 중 여성의원 비율은 18.2%(115명 중 21명)이다. 적은 숫자이지만 여성 정치인이 없는 것이 아님에도 여성 정치인의 남성 배우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정치인의 배우자 모임을 여는 것도 시대착오적이지만 그 모임에 남성 배우자가 없다는 사실은 정치는 남성이 하는 것, 남성 정치인의 여성 배우자는 남성 정치인을 내조해야 한다는 뿌리 깊은 가부장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남성 정치인은 왜 여성 배우자의 ‘내조’를 필요로 하는가. 이미 9명의 보좌인력을 지원받고 있고, 정당의 당직자를 비롯한 지원 조직을 갖고 있음에도 왜 그렇게 여성 배우자의 내조를 필요로 하는가. 여성 배우자의 내조 없이는 정치를 할 수 없는 무능한 존재인가.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양성평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보다 2.5배, 여성의 돌봄 시간은 남성보다 2.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정이라도 여성의 돌봄시간은 남성보다 2배 많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일터와 가정에서 이중노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중노동의 부담이 심화되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과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수두룩하고, 고용과 임금에서 차별을 겪는 여성들이 수두룩하며,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을 단절해야 하는 여성들이 수두룩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요구받는 여성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남성 정치인의 여성 배우자에게 내조 역할을 강요하는 여당 남성 정치인들의 행태는 이 정당이 권력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시민은 온전한 시민권을 얻기 힘들다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해준다.
 
남성 정치인의 선거를 위해 여성 배우자가 선거에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과 관행은 폐기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남성 가부장과 정상가족을 전제하고 설계된 공직선거법 또한 개정되어야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60조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를 명시하고 있는데 ‘예비후보자·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그리고 예비후보자나 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은 후보자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과 남성 정치인의 여성 배우자는 남성 배우자의 선거를 도와야 한다는 성차별 고정관념으로 인해 결혼하고 자녀를 두고 있는 남성 정치인은 가족을 총동원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결혼하고 자녀를 둔 여성 정치인 또한 가족을 동원할 수 있지만 여성 정치인의 남성 배우자가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남성 배우자가 비난을 받지는 않는다. 더욱이 결혼을 하지 않은 청년 정치인, 특히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사는 청년 정치인은 여성과 남성 할 것 없이 가족의 지원을 받기 어렵고, 이로 인해 명함 배포라는 기본적인 활동에서부터 불이익을 경험하게 된다. 배우자가 없는 경우, 예비후보자가 1명을 지정해 명함을 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직계존비속이 있고 이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할 수 있는 남성 정치인과 비교하면, 비혼 정치인 또한 기혼에 자녀를 둔 남성 정치인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50대 이상 중장년 남성 정치인이 전체 의원의 약 70%를 차지하는 현상은 남성 가부장을 기준으로 그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설계된 정치제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배우자의 내조를 받을 수 있고, 내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제하는 인식과 제도의 철폐 없이 여성 정치인, 비혼 여성, 청년 여성, 성소수자 등 ‘정상가족’에 속하지 않는 정치인들은 남성 가부장 정치인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없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 2015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시절 열렸던 부인 워크숍 이후 8년 만에 개최되는 공식 행사로 알려졌다. 8년 만에 동일한 행사가 개최된 것은 국민의힘의 인식이 지난 8년 동안 나아지기는커녕 퇴행했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가부장 남성이 독점한 정치가 얼마나 퇴행적이며, 여성의 시민권 증진에 방해가 되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더 이상 이런 후보와 의원을 보고 싶지 않다.
 
2023년 4월 21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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