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15] (기자회견) 총선 D-365, 혐오에 면죄부를 주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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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9-04-15 15:47 조회1,358회 댓글0건본문
21대 총선 D-365, 혐오에 면죄부를 주지 않겠다!
선거에서 혐오표현 규제를 촉구하는 시민 선언 (개인 및 단체)
선거에서 혐오표현 규제를 촉구하는 시민 선언 (개인 및 단체)
4월의 꽃 향기에도 혐오의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미세먼지에 마스크를 쓰듯 혐오를 피하고 싶으면 귀 닫고 눈 감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귀 닫고 눈 감아도 혐오라는 폭력은 피해를 남긴다. 게다가 선거 때가 되면 귀 닫고 눈 감을 수도 없다. 우리는 각자의 정치적 신념을 투표로 드러내고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만약 우리가 귀 닫고 눈 감아야 한다면 그것은 참정권의 부당한 제한일 뿐이다.
우리는 2018년 지방선거를 기억한다.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성차별적 발언과 동성애 비하, 보수교육감 후보를 자처하는 이들의 '동성애 반대' 공보물과 현수막 같은 것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어지럽혔다. '지방선거 혐오대응 전국네트워크'로는 모두 61건의 혐오 표현 제보가 접수되었다. 동성 연인과 거리를 지나다가 "동성애는 죄이고 몰아내야" 한다는 유세를 들었고 "그 장소에 있기 곤란했다"는 신고도 있었다. 신고된 혐오표현의 80.3%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한편, 한 정당의 여성 후보 포스터가 노골적으로 훼손되는 범죄도 있었다. 거침없는 혐오는 성소수자나 여성, 이주민 등이 동등한 민주주의의 주체로 인정된다고 확신하기 어렵게 만든다.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고착시키고 차별을 조장하거나 증오를 선동하는 표현은 소수자들만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혐오의 대상으로 공격당하는 집단의 성원은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지며 공론장은 결국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잔치가 될 뿐이다. 선거에서의 혐오 표현은 규제의 필요성이 더욱 높다. 선거공보물 등이 모든 국민에게 전달되고 후보들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이 작지 않은 등 더욱 심각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선거라는 이유로 후보의 발언에 면죄부가 주어진다. 선거제도는 마치 후보의 자유를 지고의 가치로 보호하는 제도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선거제도는 시민의 더 많은 자유와 평등을 위해 존재한다는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후보 간 비방은 안되지만 후보가 시민을 비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모순을 그대로 둘 것인가. 선거는 혐오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지난해 지방선거 시기 혐오표현 근절 대책 마련을 촉구했을 때 선거관리위원회는 마땅한 제도나 뾰족한 방법이 없어 어렵다며 발을 뺐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면 찾아내고 제도가 없다면 만드는 것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이다. 시민들을 모욕하는 선거, 어떤 정체성을 가지는가에 따라 마치 시민권이 없다는 듯 공공연히 추방을 선동하는 선거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 당시에는 미처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면 이제는 더이상 그런 변명이 통할 수 없다. 1년이 남았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각 정당과 후보들이 깨닫고 폭력에 동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가 필요하다. '동성애 반대', ‘이주민 추방'과 같이 소수자혐오를 선동하는 세력이 구호로 사용하는 표현을 금지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추진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시민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때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일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혐오표현 규제를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을 촉구한다. 우리 역시 선거가 혐오의 면죄부가 되지 않도록 혐오와 차별에 맞설 더 많은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2019년 4월 15일
선언에 동참하는 70개 단체 및 355명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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