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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 (논평)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퇴행적인 기성정치와 한 걸음 더 나아간 페미니스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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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0-04-20 14:10 조회1,2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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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세연_20200415_21대총선_논평12_마지막]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퇴행적인 기성정치와 한 걸음 더 나아간 페미니스트 정치

기성정당들이 뻔뻔하게 법을 악용하는 퇴행적인 정치행태 속에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졌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여성 당선자는 총 300석 가운데 지역구 29명, 비례대표 28명으로 총 57명(19.0%)이다. 4년 전, 20대 총선(지역구 26명과 비례대표 25명, 총 51명) 때보다 6명이 늘어났고, 2%p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의석에 대한 여성의원 비율은 10%대이며, 여성들이 외쳤던 동등한 대표성과 동수 정치 실현을 위해서 턱없이 부족한 수치이다.
 
21대 국회에서 여성 지역구 3석 증가는 여성의 당선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에 여성 32명을 공천했는데 20명이 당선돼 당선율 62.5%를 기록했고, 미래통합당은 여성 26명을 공천했고, 그 중에서 8명이 당선돼 당선율 30.8%를 기록했다. 같은 동료 남성 당선율(더불어민주당 64.7%와 미래통합당 36.2%)과 큰 차이가 없다. 여성의 당선경쟁력이 문제가 아니라 남성연대로 똘똘 뭉친 거대정당들이 여성들을 공천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더욱이 몇 안 되는 여성후보들을 상대당의 여성후보와 경쟁하도록 만들거나 당의 지지기반인 지역에서는 거의 공천을 하지 않는 등 여성들을 악조건으로 내몰았음에도 많은 여성들이 당선 경쟁력을 증명해주었다.  
 
여성 비례대표 의원 3석 증가는 각 정당이 배분받은 의석수가 홀수번호에서 끊긴 동시에 더불어시민당과 정의당이 비례대표 명부의 짝수번호에도 여성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례대표제에만 적용되고 있는 여성후보 50% 공천과 여성 홀수번호 배정(zipper system)이 여성대표성 확대의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며, 정당이 의지만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 공천에 힘을 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성의원 비율 확대는 여성을 짝수번호에도 배정하는 방식보다는 비례대표 의석 자체를 확대하는 방향에서 이뤄지는 것이 동수의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대표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중요하다. 
 
다양성의 실종,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지역구 선거에서 주목할 것은 인천, 대전, 울산, 세종,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남, 제주 등 11개의 지역에서 여성 당선자가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여성 후보자와 당선자 다수가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이 지역을 제외한 지역들의 남성네트워크가 그만큼 공고하며, 따라서 여성의 진입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들이 더 많은 지역에서 후보로 나오고 당선되기 위해서는 정당이 내부에서 여성정치인을 키우고 정당의 지지기반이 되는 지역에 여성을 적극적으로 공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대표성 확대는 대표의 다양성 확대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여성정치인을 키워내는 것은 정당들의 몫이다. 특히 거대정당에 유리한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으로 인해 국고보조금의 60% 이상을 받아가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그 어느 정당보다 여성정치인을 육성하고 여성대표성을 확대하는 데 큰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 책임과 의무를 두 거대정당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방기해왔으며, 이번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21대 국회는 평균연령 54.9세, 남성 비율 81%, 대학원 이상의 고학력 60.7%, 국회의원과 정치인 72.3% 등 20대 국회와 거의 다르지 않은 인적구성을 갖게 되었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의의를 훼손시키며 다당제를 양당체제로 회귀시켰다. 의원 차원에서도 정당 차원에서 다양성이 사라진 국회가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21대 총선은 시민들의 촛불 혁명과 미투 운동 이후의 선거라는 점에서 페미니스트 정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선거였다. 여성들은 더 이상 중년남성의 손에 여성의 삶을 맡겨두지 않겠다고, 여성의 손으로 직접 여성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페미니스트 정치’를 내걸고 선거에 나섰다. 기본소득당 신민주 후보(서울 은평을)는 ‘당신의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을, 무소속 신지예 후보(서울 서대문갑)는 ‘그따위 정치는 끝났다’를, 무소속 이가현 후보(서울 동대문갑)는 ‘정치의 코르셋을 걷어버리자’를 구호로 내세웠고, 정의당 조혜민 비례대표 후보는 ‘이기는 페미니즘’을 내걸고 총선을 치렀다. 또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두 번째로 여성의제 초점을 맞춘 ‘여성의당’이 창당됐고, 창당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신생정당이지만 정당득표율 0.7%(20만표 이상)을 기록했다. 
 
여성의원 비율 19%는 실망스러운 결과이지만 총선 과정에서 참여한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여성의 정치세력화와 페미니스트 정치의 가능성과 열망을 확인했다. 이 가능성은 2년 뒤의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4년 뒤의 22대 총선에서 더 구체적인 모습을 띠며 현실화될 것이며,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남성 중심의 기득권 정치에 균열을 낼 것이다. 페미니스트 정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형법에서 낙태죄를 삭제하고,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로 개정하고, 온·오프라인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법체계를 만들고, 차별이 정당화되지 않도록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노동현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성차별을 해소할 법을 제정하는 것 등을 21대 국회가 최우선적 과제로 처리할 수 있도록 페미니스트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2020년 4월 20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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