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9] (공동성명) 성폭력 피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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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0-04-29 20:59 조회1,105회 댓글0건본문
성폭력 피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
–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2차 가해 및 비방에 부쳐
지난 4월 23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자신의 강제추행 가해에 대해 사죄하며 부산시장직을 사퇴하였다. 그러나 이는 정치계 미투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부산시가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그리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부산성폭력상담소에 대한 비난과 왜곡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는 미투운동에서 보여준 피해생존자들의 용기와 이로 인한 변화를 무색하게 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상황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특히 언론 및 정당에서는 피해자가 왜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않고 “시장직 사퇴”를 요구하였는지 의심스럽다고 하는데, 이는 피해를 알리는 시기와 피해를 회복하는 방법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권리는 피해자에게 오롯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권리를 무시하는 2차 가해 발언이며, 또한 왜 피해자에게 피해자답지 않냐고 물으며 피해자다움의 편견을 강화하는 왜곡된 발언이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피해자들은 신고를 하더라도 자신이 입은 피해가 법적인 한계로 인해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형사·사법적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소요되는 시간, 금전, 피로감 등을 고려하여 형사고소를 선택하지 않기도 한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자신의 입장문에서 밝혔듯이 “월급날과 휴가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더 이상 가해자와 함께 일할 수 없어 사퇴를 요구한 것 뿐인데 여기에 어떠한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또한 현재 부산성폭력상담소가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피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왜곡이 그치지 않고 있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에는 “상담소, 보호시설 및 통합지원센터의 장과 종사자는 피해자등이 분명히 밝힌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 지원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상담소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피해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딛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와 같은 성폭력상담소의 업무에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단순히 부산성폭력상담소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열심히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전국 170여개의 상담소 모두를 모독하는 것이다.
부산성폭력상담소의 지원 업무에 대한 왜곡된 주장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에 재직한 법무법인 부산에서 공증을 진행하였으므로 이 사건이 청와대와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할 변호사 및 로펌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재직했던 변호사가 누구인지까지 하나하나 따져보아야 한다는 말인가. 현재 성폭력 가해자 변호사 시장이 기형적으로 발달해 있고 피해자 지원 업무에 성실하게 임하는 변호사의 수는 적은 상황이며, 비서울 지역의 경우에는 그 수가 더욱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왜 로펌에 대해서 조사하지 않았냐고 주장하는 것은 성폭력 가해자에게만 자원이 집중된, 상업화된 변호사 시장에 대한 무지의 발로일 뿐이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강제추행 가해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촉구한 결과 사퇴했다는 것, 그리고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요구사항은 피해자의 바람대로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고”, 이 사건의 해결이 “상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언론과 정당은 성폭력 피해와 그 회복에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을 중단하고 2차 가해에 대해 사과하라. 부산시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강경대응하고 성희롱·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
2020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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