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2023년 7월 11일 : HLPF 참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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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3-09-20 13:48 조회420회 댓글0건본문
어김없이 오전 7시부터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시민사회단체 참여 메커니즘(Asia Pacific Regional CSO Engagement Mechanism, APRCEM)과 여성 그룹(Women’s Major Group, WMG) 브리핑 시간을 통해 오늘의 일정을 공유하고 개입 발언 내용에 대해 다시 확인하는 시간 등을 가졌습니다. 이 날부터 티켓팅 시스템이 도입되어 약간의 혼란이 있어 이를 재확인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유엔 총회회의장에서 진행한 첫째날과는 달리 둘째날의 일정은 유엔본부 내 다양한 컨퍼런스룸에서 진행합니다. 유엔 본부에 출입할 수 있는 UN Pass를 가진 것과는 별개로 컨퍼런스룸4 입장할 때 일종의 티켓팅 제도가 있습니다. 그룹마다 5개 정도의 티켓을 사무국으로부터 배부받고 티켓을 소지한 사람에 한 해 컨퍼런스룸에 입장할 수가 있는 것인데요. HLPF 참여등록을 했음에도 티켓 부족분으로 회의를 참관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각종 꼼수(...)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유엔에서도 이를 굳이 제재하지는 않고 회의 넷째날부터 티켓을 배부하지 않아요. 지속가능발전 논의 과정에 시민사회단체를 주요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s)라고 규정하고 참여하도록 독려하지만, 회의 참여에 일정 제약을 두는 것이 모순적이라 생각했어요.
여성그룹이 매일 컬러 캠페인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고, 회의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색깔이 상징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지난 후기에서 소개했는데요. 둘째 날의 색은 분홍색으로, “성적·재생산건강 권리와 성평등을 증진하라(Advance Sexual & Reproductive Health & Rights, & Gender Equality!”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성적·재생산 건강을 포괄하는 보편적 의료 서비스 도입을 통해 성적·재생산건강권과 성평등을 증진하고, 성별정체성과 섹슈얼리티를 범죄화하는 법과 정책을 포함한 차별적 법을 없애고,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권이 인권의 문제임을 강조하는 메시지입니다.
지속가능발전 고위급정치포럼(HLPF)에서는 매년 5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점검합니다. 이날 점검하게 될 지속가능발전목표(SDG)가 “SDG 6 깨끗한 물과 위생”인데요. 여성그룹은 컬러캠페인을 통해 월경을 겪는 모든 이들의 건강권을 위해서는 깨끗한 물과 위생이 필수적임을 함께 전하기도 했습니다.
[7월 11일 프로그램]
[10:00 - 13:00] SDG 6 점검: SDG 6과 다른 SDGs와의 연결 – 깨끗한 물과 위생 (SDGs in focus: SDG 6 and interlinkages with other SDGs – Clean water and sanitation)
[13:15 - 14:30] 다양하고 포용적인 사회로의 촉진: LGBTI 커뮤니티의 물, 위생, 주거, 교통, 공공시설로의 장벽 극복하기 (Promoting Diverse and Inclusive Societies: Overcoming Barriers to Water, Sanitation, Housing, Transportation, and Public Facilities for LGBTI Communities)
[13:00 - 16:15] 아래서부터의 변혁: 지역 수준에서 행동하기 (Transformation from the ground up: Acting at local level)
[16:15 - 18:00] 군서도서개발국의 회복에서 회복탄력성으로 (Small Island Developing States From recovery to resilience in the face of multiple shocks)
여전히 20억명의 사람들은 안전한 식수와 손을 씻을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SDG 6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6배의 많은 식수와 5배의 많은 위생시설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SDG 6의 세부 목표 6.2는 취약한 상황에서 여성과 소녀들의 위생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이 함께 하는 APWLD, APRCEM, 여성그룹 모두에서 활동하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의 Olga Djanaeva(Rural Women's Association ALGA)는 SDG 6 점검 세션에서 개입발언을 했습니다.
Olga는 물과 위생 접근권을 젠더관점으로 다루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할뿐만 아니라 이 목표를 이루는 데 여성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말했어요. 여성이 깨끗한 물과 위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인프라의 구축, 관련 교육, 재정 투입 등을 말하기도 했는데요. 더불어 강조한 것은 SDG 6 달성 과정을 효과적으로 추적하고 격차를 확인하기 위해 성별분리통계이었습니다. 성별분리통계는 여성과 소녀들이 겪는 특정한 문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증거를 제공하고, 표적 맞춤 개입이 가능하게 하며, 정부가 성평등과 여성인권을 위해 책무성을 이행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활동가들의 개입발언은 HLPF 공식 세션이 열리기 1~2주 전에 사무국 측에 명단을 제출합니다. 여세연 활동가도 개입발언을 신청했지만 최종 발언자로 함께 하지는 못했어요. 대륙(지역), 인종, 성별, 나이, 의제, VNR(자발적 국가 보고서) 발행국 등을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 출처: Outright International 트위터 @outrightinternational]
이 날 가장 흥미롭게 참여했던 세션은 LGBTI 그룹의 공식 사이드 이벤트였습니다. “다양하고 포용적인 사회로의 촉진: LGBTI 커뮤니티의 물, 위생, 주거, 교통, 공공시설로의 장벽 극복하기”라는 주제로 진행한 이 세션에서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흑인 트랜스젠더 여성, 보츠와나 LGBTI 헬스케어 풀뿌리 조직 활동가, 아프리카 국경을 초월해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지원하는 활동가, 키르기스스탄 LGBTI 활동가, 인도네시아 트랜스남성 그룹 활동가 등 다섯 명의 활동가들이 각자의 활동을 공유하며 LGBTI 커뮤니티의 공공 인프라 접근권의 중요성에 대해 나누었어요.
LGBTI 그룹이 주최하는 사이드이벤트가 유엔 본부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2015년 유엔 총회를 통해 2030 지속가능발전 아젠다가 채택되었고,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와 169개의 대상을 달성하도록 유엔 차원에서 수많은 논의를 진행했음에도 LGBTI 그룹이 유엔 본부 안에서 이제야 공식 사이드이벤트를 개최했다는 것이 놀라운 지점이었어요. 유엔이 일면 보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랍지 않으면서도, 그동안 많은 이들을 배제하면서 “그 누구도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허울 좋은 슬로건을 내세웠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LGBTI 그룹의 사이드이벤트를 통해 각 나라마다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배경은 저마다 다르지만 차별과 혐오의 형태는 비슷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성적 지향과 정체성 등으로 인해 사회적 낙인을 받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생과 보건에 대한 접근도 제한됨을 그들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은 공공시설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것은 ‘차별’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어요.
보츠와나의 성소수자들은 직업을 갖는 것 자체가 챌린지이고, Tabytha Gonzalez는 흑인이자 트랜스젠더로서 겪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차별과 폭력의 경험, 과거 성노동자였고, 홈리스로서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의 성노동자는 공중 보건과 위생을 이유로 구금을 당하기도 하며, 인도네시아의 14개 도시에서는 성소수자 범죄화 관련 법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의료적 접근성을 높이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이주하면서 고물가, 고용불안정, 비적정 주거 등으로 오히려 주거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 등을 보았을 때 차별이 얼마나 다층적으로 작용하고 일상에서의 안전과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지, ‘지속가능’하지 않은 삶을 살게 하는지, 저마다 가진 각자의 사례가 개별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공통의 문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LGBTI 사이드이벤트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은 너무나 소중한 기회이자 경험이 될 수 있고, 이런 자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계속 나온 이야기도 “우리 끊임없이 말하자”, “우리 계속해서 함께 행동하자”였으니까요.
HLPF 공식 세션 "아래서부터의 변혁: 지역 수준에서 행동하기"에서는 지역(local) 수준에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가 단순히 유엔의 의제가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challenge)이며, 때문에 자발적 국가 보고서(Voluntary National Review, VNR)를 통해 SDGs 이행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지역과 국제수준에서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VNR을 통해 확인한 교훈을 가지고 지역의 상황에 맞춘 해결법을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며 지역의 협력과 참여 없이는 SDGs의 3분의 2 목표는 달성할 수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세션 "군서도서개발국의 회복에서 회복탄력성으로"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군서도서개발국, 그러니까 작은 섬나라로 이루어진 나라들을 일컫는데요. 기후 변화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군서도서개발국이 기존에 갖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요소 외에도 잦은 자연 재해(화산 폭발, 산불 등), 기후 변화 심화, 코로나19로 인한 관광산업 위기 등 다양한 충격 상황에서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회복탄력성을 높일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세션이었는데요. 논의의 대부분은 군서도서개발국의 부채탕감, 재정 조달, 재정 시스템 개혁이 차지했어요.
여성그룹의 Danièle Ramiaramanana는 개입발언을 통해 군서도서개발국의 관습법과 관행이 여성의 땅과 자원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고 있고, 이로 인해 식량을 기를 수 있는 것도 제한하고 있으며, 각종 재난 이후에 이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가령 지진이나 화산분출로 더 이상 살던 곳에 거주할 수 없는) 이것이 더 많은 젠더기반폭력에 노출되게 하고 있음을 지적했어요. 하지만 여성이 의사결정과정과 정치에서 저대표되어 이 특수한 요구와 관점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합니다. 그래서 관련 정책과 전략을 수립할 때 여성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과 함께 여성이 땅에 대한 접근과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부채 탕감, 재정 구조 개혁, 기관 및 국가 간의 협력..의 말들로 가득 찬 논의 속에서 Daniele의 발언은 너무나 ‘일상’의 것이었습니다. 유엔 회원국들의 논의들이 결국 국가, 경제, 안보라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진행될 때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이야기가 이래서 필요하구나를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어요.
(현장 비하인드)
LGBTI 그룹의 사이드 이벤트가 끝나고 찍은 단체 사진. 열흘 동안 진행한 수 많은 세션 중에 이렇게 열성적이고 ‘진심’ 가득한 세션이 있었을까 싶었어요. 용기를 내어 단체 사진에 함께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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