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2023년 7월 10일 : HLPF 참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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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3-09-18 15:48 조회452회 댓글0건본문
*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한국 정부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목표 달성을 위한 이행점검 체계를 갖추고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세연은 전세계 여성활동가들과 함께 SDGs 이행 과정에서의 젠더 관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경제적 이득보다 인권 중심으로의 시스템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7월 10일부터 19일까지 뉴욕 유엔 본부에서 진행하는 고위급정치포럼(HLPF: High Level Political Forum)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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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프로그램은 9시에 시작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일정은 7시에 시작합니다. (시차적응? 꿈도 꾸지마라T ^T)
7시부터 30분동안 APRCEM(아시아태평양지역 시민사회단체 참여 매커니즘)은 브리핑 시간을 갖습니다. 오늘의 일정과 관련해 우리가 주요하게 차지하고 개입해야 할 공간은 어디인지, 누가 참여하게 될 것인지, 어떻게 회원국들과 참여 기관들에게 우리의 존재외 메시지를 보여줄 것인지를, 각 단체가 주최하는 사이드이벤트 정보를 나누는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8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여성 그룹(Women's Major Group)과 함께 브리핑 시간을 갖습니다. APRCEM도, 여성그룹도 지속가능발전 고위급정치포럼(HLPF)에 참여하는 주요 이해관계자 그룹(MGoS)으로, APRCEM은 지역을 중심으로, 여성그룹은 여성 의제를 중심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룹들마다 논의가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그룹도 APRCEM에서 논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행하는데, HLPF에서 논하게 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젠더관점을 더하는 방식으로 활동 전략을 논하게 됩니다.
공식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발언들을 정리하고, 그날의 브리핑을 진행하거나 기록하는 역할을 모두가 나눠서 맡게 되는데요. 덕분에 허겁지겁 달리는 일정 속에서도 이렇게 후기를 남길 수 있는 것은 열심히 기록해준 여성그룹 활동가들 덕분이에요. HLPF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활동가들은 온라인 화상회의로 브리핑에 함께 하고, 메신저를 통해 공식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도 있어요.
여성 그룹의 활동 전략 중 하나가 컬러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인데요. 매일 다른 색깔의 스카프를 착용해 회의장에 들어가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고, 회의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색깔이 상징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같은 색깔의 스카프를 통해 여성 그룹의 일원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가 있고, 다른 참여자들에게 스카프와 메시지 카드를 전해주며 이 연대에 참여하라고 말하는 것이죠.
첫 날의 색은 노란색이고, 메시지는 "SDGs의 완전한 젠더 변혁적 이행을 위해 당장 행동하라!(Ensure Urgent Action for Full Gender-Transformative Implementation of SDGs!)"입니다. 이번 HLPF의 주제가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 촉진과 모든 수준에서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2030어젠다의 완전한 이행(Accelerating the recovery from the coronavirus disease and the full implementation of 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 at all levels)"인데요. 여성그룹은 지금의 SDGs 이행과 점검 체계로는 SDGs를 달성 할 수 없으며, 젠더 관점을 포함해 코로나19로 심화된 다층적이고 교차적 형태의 차별을 해소하고 여성과 성소수자를 위한 SDGs로 나아갈 수 있는 강한 책무성과 당장의 조치를 회원국에 요구했습니다. (컬러캠페인은 다음 후기에서도 계속 됩니다!)
[7월 10일 프로그램]
10:00 - 11:00 : 개회식
11:00 - 13:00 : 타운홀 미팅, “위기를 극복하고, SDGs를 위한 변화를 추진하고, 그 누구도 내버려두지 않기(Overcoming the crises, driving transformation for the SDGs, and leaving no one behind)”
15:00 - 18:00 : SDG 17 점검, “SDG 17과 다른 SDGs와의 연결 - 위기 대응 재원 마련과 SDGs 투자(SDG 17 and interlinkages with other SDGs – Partnerships for the Goals | Financing our crisis response and investing in the SDGs)”
16:30 : 18:00 : 과학, 기술, 혁신 - 변화의 촉발과 과학 주도 회복의 지속(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 Triggering transformation and sustaining a science driven recovery)
개회식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기조발언을 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청년·장애인 활동가 Edward Ndopu였는데요. 장애인이 HLPF에서 기조발언을 한 첫번째 사례이고, 의사결정 과정에 청년이 참여한 의미있는 자리라고 소개했어요. 모두를 위한 재정적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우리의 권력 내에서 모든 것을 다하고 있는지(“Are we doing everything within our power?”) 질문을 던졌습니다. 유엔이 그동안 시혜적으로 장애인 그룹을 대하던 한계를 넘어 자막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고, 정치인이 아닌 활동가가 연단에서 말할 수 있는 지점까지 왔구나 싶으면서도 그 지점까지도 나아가지 못하는 한국의 상황이 떠올라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타운홀 미팅에서 유니세프는 SDGs 이행 노력 중심에 어린이를 두도록 해야 하며, 어린이 중심의 데이터가 측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어요. 연설자들의 발표 후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나이주의(ageism)에 맞서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유엔에서의 논의들이 어린이·청년 세대를 배제하고 중노년 남성들 위주로 진행된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눈 것인데요. 이어 LGBTI 그룹에서 배제된 이들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말하며 유엔에서의 지속가능발전 논의가 힘있는 자들로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이 논의 바깥에 있는 이들의 참여로 진정 "누구도 내버려두지 않는" 2030 아젠다의 가치를 실천하라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MGoS를 대신해 International Disability Alliance의 Elham Youseffian은 2030 아젠다의 성취를 어렵게 하는 네가지 장벽을 말하며 유엔에 요구했는데요. 1) 정책결정자들의 '포용inclusion'에 대한 사고방식을 자선(charity)에서 책임으로 전환해야 하고, 2)이해관계자 그룹 내에 화합(cohesion)이 필요하며, 3) 문제에 교차적 접근(intersectional approach)이 필요하며, 4) 포용을 위한 재정적·기술적 자원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MGoS의 많은 활동가들이 대표성을 갖고 연단에 서서 발언을 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정책결정자들의 ‘너그러운’ 태도에 기대야 하고 정작 주요 결정 과정에서는 이들의 주장이 배제되고 있는데요. MGoS에서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논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틈을 열어놓았지만 여전히 그 한계가 존재하고 이 공간도 우리의 것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이어진 수 많은 논의 끝에 선주민 그룹(Indigenous People)의 대표가 한 (너무도 당연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누구도 내버려두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을 포함시키는 것이다(The best way not to leave anyone behind is to include them)."
"그 누구도 내버려두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을 포함시키는 것이다(The best way not to leave anyone behind is to include them)."
오후 “SDG 17 점검, “SDG 17과 다른 SDGs와의 연결 - 위기 대응 재원 마련과 SDGs 투자” 세션을 시작하며 UN DESA(경제사회국)는 유엔사무총장 리포트의 일부 내용을 소개했는데요. 리포트에 따르면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 중 오직 12%만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약 50%는 어느 정도나 심각하게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고, 심지어 37%는 정체되어 있거나 심지어 후퇴하고 있다고 합니다.
※ 참고로 리포트에 따르면 목표 5 성평등에 있어서 현재의 수준이라면 아동 결혼을 종식시키는데는 300년, 법적 보호에서의 격차와 차별적인 법을 없애는 데는 286년, 여성이 일터에서의 지위와 리더십에서 동등하게 대표되는 데는 140년, 의회에서의 동등한 대표성을 달성하는 데는 47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 기한 2030년까지 7년이 남은 시점에서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등으로 심화되는 불평등의 구조를 깨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원의 마련과 재정 투입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요.
아프리카 포럼과 Network on Debt and Development의 Jason Rosario Braganza는 위기상황을 다루고 사회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 것보다 채무 상환을 우선한 결과 공공 채무와 빈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아프리칸 그룹이 주장하는 글로벌 조세협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익보다 사람(people over profit)"을 우선시할 것을 촉구했어요. 거대기업과 금융기업의 민간에 대한 투자가 자금 대출의 형태로 이어지고 이는 일반 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해주기는 커녕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인데요. APRCEM을 비롯한 전세계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지속적으로 "이익보다 사람"으로 전환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지속가능발전, ESG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것들이 자본의 이익을 남기고 있고 여기에는 삶의 질 개선이나 노동에 대한 문제들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Civil Society Financing for Development Group의 Carola Mejia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유럽의 현재진행 중인 무력충돌 때문에 재정 투자의 우선순위가 군대와 화석연료로 변화하고 있음을 이야기했어요. 도움이 필요한 국가의 채무 면제(debt cancellation)와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재정 투입의 증가를 주장했습니다.(채무 면제 관련해서는 7월 13일 후기에서 자세히 다뤄집니다!).
문제는 오전 개회식에서도, 오후 세션에서도 PPP(Private-Public Partnership, 공공민간 파트너십)이 반복되어 언급된다는 것입니다. 인프라의 설계나 운영 등에 있어 공공이 민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요. 앞서 말한 것처럼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할 정부나 기관들이 기업의 이익 창출에 도움을 주며 취약한 사람들은 점점 더 취약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미국과 프랑스와 같은 과거 제국주의·패권주의 국가가 GDP의 몇 퍼센트를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에 지출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으로 재수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첫 날은 이렇게 마무리..! 회의 내용을 따라가며 기록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았는데요. 열심히 기록을 함께 해준 여성 그룹의 활동가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현장 비하인드)
APWLD 활동가들과 배너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유엔 본부 내에서는 피켓을 드는 것도, 단체 배너를 드는 것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우리가 여기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호다닥 찍은 사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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