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7월 10일부터 개최되는 지속가능발전 고위급정치포럼(HLPF: High Level Political Forum on Sustainable Development) 시작에 앞서 7월 9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유엔 플라자 Church Center에서 열린 MGoS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어요.
? 고위급정치포럼: 2015년 9월, 유엔 총회는 "2030 지속가능발전 아젠다"를 채택하여 2016년부터 2030년까지의 기간 동안 인류(people), 지구(planet), 번영(prosperity), 평화(peace) 및 협력(partnership)에 초점을 두고 지속가능발전 노력을 견인하도록 했습니다. 2030 아젠다는 빈곤을 근절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하기 위한 17개의 지속가능발전 목표(Goal)와 169개의 대상(target)을 설정했습니다.
HLPF는 2030년 아젠다의 검토를 위한 중심 플랫폼입니다. 매년 7월 개최되며, 2030 아젠다의 실행이 얼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는지 각 목표와 대상을 점검하는데, 매년 17개의 목표를 모두 점검할 수 없어 5개의 선정된 목표와 각 나라마다 자체적으로 이행 점검 현황을 보고하는 자발적 국가 보고서(VNR: Voluntary National Review)를 검토합니다.
HLPF는 매년 7월에 열리지만, SDGs 정상회의는 4년마다, 유엔총회가 있는 9월에 개최되는데요. 올해는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해이기 때문에 이번 HLPF는 사전 정상회의(pre-summit) 성격을 갖습니다. 또 매년 17개의 SDGs 목표를 모두 점검할 수 없기 때문에 주요 점검 목표를 정하는데요. 올해는 SDG 6(깨끗한 물과 위생), 7(적정한 청정 에너지), 9(산업, 혁신과 사회기반시설), 11(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17(SDGs를 위한 파트너십)을 집중 점검합니다. 그리고 38개의 국가가 자발적 국가 보고서(voluntary national review)를 냈는데, 이에 대한 보고와 점검도 함께 이뤄집니다. 그리고 회의의 결과로 선언문(Political Declaration)을 발표합니다. 또 올해의 HLPF가 중요한 이유는 9월에 열리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도 있지만, 2015년에 SDGs달성 기한을 2030년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올해가 midpoint, 중간지점이기 때문이에요. 지난 7년동안 얼마만큼의 진전을 이루었는지,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더 악화된 지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지금까지의 이행과정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남은 7년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논의하는 시점인 것이죠.
? MGoS(Major Groups and other Stakeholders): 보통 주요 이해관계자 그룹으로 해석되는데, 시민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의미있는 참여와 활발한 개입을 도모하는 이들의 자발적 네트워크입니다. MGoS는 고위급정치포럼에 참여할 기회를 유엔 총회 결의안(문서번호 A/RES/67/290)을 통해 인정받았습니다. 결의안은 고위급정치포럼이 정부간 회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주요 이해관계자 그룹이 포럼의 공식적 회의에 참여하고; 모든 공식 정보와 문서에 접근할 수 있고; 공식 회의에 개입할 수 있고; 권고를 할 수 있으며; 사이드이벤트 등을 개최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유엔이 시민사회단체를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MGoS 집단을 따로 인정하고 참여 기회를 제약한다는 비판도 있어요.
하지만 MGoS는 이 공간을 활용해 전세계의 다양한 집단의 주장을 모아 인권, 시스템 변화, 차별 종식 등의 핵심 가치를 위해 활동합니다. 여세연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시민사회단체 참여 메커니즘(APRCEM: Asia Pacific Regional CSO Engagement Mechanism)과 여성 그룹(Women’s Major Group)을 포함해 LGBTI, 선주민, 어린이 및 청년, 장애인, 교육 및 학문, 등 21개의 주요 집단과 이해관계자 그룹들이 있습니다. ‘이해관계자(Stakeholder)’라는 공식 용어 대신 ‘rightsholder(인권옹호자)’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민간기업의 이해와 인권·시민사회의 이해가 같이 묶일 수 없기 때문이에요.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고위급정치포럼이 열리게 된 배경과 참여 활동가들을 소개하고 UN DESA(경제사회국)과 함께 MGoS가 포럼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MGoS가 HLPF에 참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① 공식 세션을 열어 회원국과 UN 기관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MGoS의 입장, 관점, 우선순위를 보여줍니다.
② 개입발언(intervention from floor)을 통해 회원국들이 빠뜨린 의제와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눕니다. MGoS가 공식 세션에서 개입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적어요. 그렇기 때문에 발언자 명단은 MGoS 내 여러 단위에서 제출한 명단을 취합해 고르게 분배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때 성별, 언어, 대륙, 연령, 의제, 자발적 국가 보고서(VNR) 해당 국가 등을 고려해요.
③ 정부 대표와 MGoS간의 간담회를 통해 MGoS의 의견을 전달하거나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을 찾습니다. 정부 대표와의 간담회는 HLPF가 열리는 도중에 일정이 결정되는데요. 빡빡한 일정 속에서 가능한 시간을 찾다보니 공식 세션이 열리기 전인 오전 8시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만납니다.
④ 회원국이나 UN 기관과의 협력으로 사이드이벤트를 개최합니다. 올해 HLPF의 주제와 관련해 MGoS나 관련 기관 현장의 이야기와 문제의식을 더 잘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사이드이벤트도 열고 싶다고해서 다 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사전 신청 절차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하는데요. 승인받은 공식 사이드이벤트는 유엔 본부 건물 내에서 진행이 되고, 그렇지 못한 사이드이벤트는 외부 건물을 대관하거나 온라인으로 개최합니다.
⑤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통해 MGoS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기도 합니다. 단, 유엔 본부 내에서는 그 어떤 캠페인이나 액션도 허용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유엔 본부 밖 평화의 상(Peace Statue) 앞에서 하거나 온라인을 활용합니다.
⑥ HLPF의 결과물로 장관/각료 선언(Political Declaration)이 발표됩니다. MGoS는 이 선언에 담기지 않은, 혹은 선언이 가지고 있는 한계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해요. 그리고 선언문 초안이 나오고 회원국들이 협의를 하는 동안에도 개입합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MGoS에 속한 다양한 단체와 그룹들은 HLPF가 열리는 기간 동안의 공식·비공식 활동들을 공유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공동행동과 전략 아이디어를 논의했습니다. UN DESA에 의하면, 이번에 HLPF에 등록한 MGoS 일원이 2700명이라고 해요. 등록한 이들이 전부 오진 못했지만 가장 많은 이들이 참여등록을 한 해이고 의미있는 숫자라고 강조했어요. MGoS의 참여체계가 나날이 점점 커지고 그만큼 영향력도 커져가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유엔인권사무소에서 HLPF에 참여하는 활동가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정부 대표로부터의 협박이나 보복의 위협이 있을 경우 그 즉시 인권사무소에 알리고 MGoS에서 공동 대응할 것을 말하며 고위급정치포럼이 회원국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적극적 논의 참여를 위해 안전해야 할 공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때로 귀국하자마자 정부기관에 의해 체포되는 활동가도 있다고하니, 이들의 대응이 기우는 아니라는 것이죠).
유엔이라는 국제회의 공간에서 빈곤과 불평등을 종식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자고 논의하는 것들이 경제논리에 의해 사실상 강대국과 거대 민간 기업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이상적인 가치를 말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해결책 이행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외부 공간에서 ‘힘 있는’ G7, G20과 같은 국가들끼리만의 논의가 이어지고, 또 다시 그들에게 힘이 실리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엔에서 회의를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고 어떻게 개입을 하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MGoS를 비롯한 전세계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틈을 벌리고 이 공간을 넓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개별 국가들이 본인들이 외면하고 하지 않은 것들은 감추고 아주 조금 이룬 것들을 가지고 자랑을 늘어놓을 때, 단호하게 '그거 아니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주체가 활동가들인 것이지요.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인권과 환경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경제적·군사적 이득에서 그치지 않도록 하는 국경과 의제를 뛰어넘은 연대의 현장에 함께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동시에 어떻게 이 공간에서 더 잘 활동할 수 있을 것인지 많은 고민이 남기도 했어요.
다음 후기에서 본격적인 HLPF 대응 활동 전해드리겠습니다!
(현장 비하인드)
유엔 패스 발급받기. 유엔 본부와 회의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래 사진과 같은 패스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참여 승인 서류와 여권을 들고 패스 발급 사무실에 방문하고, 창구 직원에 서류를 건내고 사진을 찍는데 - 공항 출입국 심사 때처럼 보안을 위해 찍는 것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패스에 넣을 사진이더라고요^^.. 이 날 혼자서 뉴욕의 지하철을 타고 초행길을 찾아가느라 긴장 100배에 식은땀 폭발;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공간에서 땀 삐질삐질; 부슬부슬 내린 비까지; 비맞은 생쥐 꼴이었다는 것은 비밀.. 유엔 패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사실은 비밀..
* 젠더분야 국제개발협력 NGO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의 <글로벌 성평등 이벤트> 사업 지원으로 HLPF에 참여하였습니다. : ) dorundoru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