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4] "페미니스트 민주정치 학교" 3회차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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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0-07-20 08:51 조회1,125회 댓글0건본문
안녕하세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이번 여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시민교육 협력운영 사업으로 <페미니스트 민주정치 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4회차에 걸쳐 정치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재해석, 재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간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7월 14일에는 <페미니스트 민주정치 학교> 3주차 강의가 열렸습니다! 3주차에는 “페미니즘과 선거제도”를 주제로, 이정진님(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과 김은희님(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을 모시고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7월 14일에는 <페미니스트 민주정치 학교> 3주차 강의가 열렸습니다! 3주차에는 “페미니즘과 선거제도”를 주제로, 이정진님(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과 김은희님(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을 모시고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1강
이정진(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이정진(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이정진님은 한국과 해외사례를 비교분석하며 선거제도의 변화가 여성 대표성(여성의원 비율)에 미치는 영향과 어떤 전략으로 여성 대표성을 확대해야 할지 이야기하는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한국의 경우, 다수대표제(지역구)와 비례대표제가 합쳐진 혼합식 선거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성의원 비율은 19%입니다.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는 2004년 이후 지역구와 비례를 따로 뽑는 1인2표제가 도입된 결과물입니다. 비례대표는 여성을 50% 비율로 의무할당해야 하므로, 비율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비례 의석의 반절을 여성에게 할당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의석 중에 비례 의석은 14.7%에 불과합니다. 의석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구는 여성할당 30%를 ‘권고’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정진님은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여성의원 비율이 높아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걸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선거제도의 변화는 선거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한국과 해외사례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국의 지방의회 성비를 확인했을 때, 2018년에는 여성의원 비율이 28%까지 올라갔습니다. 비례에 여성할당을 도입하고, 기초ㆍ광역 지역구에 최소 여성 1명을 공천하는 것으로 선거법이 바뀐 결과입니다.
선거제도와 여성의원 비율의 관계를 가장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국가는 멕시코입니다. 멕시코는 한국과 비슷하게 지역구와 비례대표 혼합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최근 여성할당 50%를 법에 의무화했습니다. 지역구 선거에서도 반드시 50%를 여성으로 공천할 것을 강제한 겁니다. 이 선거법의 변화로 인해 2019년 멕시코 총선 결과 여성의원 비율이 48.2%로 늘어나는 놀라운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여성의원 비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법적으로 강제된 할당제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법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할당을 강제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프랑스는 정당이 지역구 여성공천 30%를 지키지 않으면 국가보조금을 삭감하는 방식을 채택해 여성의원 비율이 2017년 기준 38.8%로 증가했습니다. 영국은 노동당의 당규가 여성공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자, 여성의원 비율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즉, 여성할당제와 함께 여러 우회적인 방법이 병행되면 여성 대표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이정진님은 여성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비율을 늘리고, 지역구 여성할당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셨습니다.
그러나 국민 60% 정도가 법으로 강제하는 여성할당제를 ‘역차별’로 인식하고 있으므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설득과 합의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다만, 정당이 자발적으로 여성후보 공천을 확대하는 것에는 국민 다수가 동의하고 있는데, 정당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만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할당제에 대한 논의와 함께 정당의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강의가 끝난 뒤, 한 수강생 분은 “여성의원 비율이 늘어나면 과연 평범한 여성 유권자의 삶이 국회에서 대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성할당제가 더 많은 지지를 받으려면, 여성 대표성 확대가 왜 필요한지 존재의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정진님은 “현재 여성의원들은 여성을 대표하고 있는가?”하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여성의원들이 많다고 답하셨습니다. 즉, 여성할당제의 혜택을 받아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해도 여성의 삶을 대변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제 폐지 등의 사례를 봤을 때, 남성이 독점한 국회와 비교해서 여성의원들이 성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습니다. 현재 국회는 지나치게 남성 비율이 높습니다. 최소한의 여성의원 비율을 확보해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최소한’을 위한 여성할당제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와 함께 비례대표를 한 뒤 지역구에 가서 재선의원이 되려면, 정당 지도부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필수적인데요. 그래서 여성 비례의원이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당의 요구대로 움직이기 쉽습니다. 따라서 여성의원이 여성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 모두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로 강의를 마치셨습니다.
2강
김은희(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
김은희(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
김은희님은 할당제의 역사와 국제적 흐름,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며 고민을 나누는 강의를 진행하셨습니다. 현재 여성의 정치대표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국제적 흐름입니다. 많은 국가의 여성의원 비율이 40%를 넘겼는데, 한국은 19%(2020년 1월 기준 121위)에 불과하므로 절대적인 수치 자체가 낮은 상황입니다.
그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증가 ‘속도’입니다. 2000년~2020년 사이에 여성의원 비율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국가 리스트가 달라졌습니다. 후발주자들이 할당제를 통해 여성의원 비율을 급속도로 끌어올렸기 때문인데요. 스웨덴, 핀란드처럼 탄탄한 정당정치 등을 통해 이미 여성대표성이 보장된 국가와 달리, 뒤늦게 여성대표성 확대에 관심을 가진 국가들은 강제적인 할당제를 통해 비율이 올라갔습니다. 1강에서 이야기했던 멕시코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각종 성평등 수치에서 하위권을 차지하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굉장히 더딘 여성의원 비율 증가 속도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 역시 ‘적극적 조치로서의 젠더쿼터’를 도입해야 합니다. 적극적 조치는 ‘Affirmative Action’으로 알려진 정책을 강하게 표현한 단어인데요. 특정 집단이 과거부터 받아온 누적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잠정적 우대조치를 의미합니다. 사회가 평등하다면 이러한 정책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김은희님은 성별에 기반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 그 일환으로서 여성할당제의 필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물론 할당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의식은 여성할당제는 정치적 권리를 평등하게 배분하는 정책이 아니라는 겁니다. 할당제를 통해 국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은 이미 사회에서 성공한 기득권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득권에서 소외된 여성보다, 계급 차원에서 상층부에 있는 여성만이 그 혜택을 누릴 여지가 있는 거죠. 또한, 할당제로 국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육아휴직 등의 정책을 통과시켜도, 결국 ‘정규직’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편다면 기대한 파급효과가 무색하게 평범한 여성의 삶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할당제가 이러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국회 구성은 여성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습니다. 할당제가 있어야 배제된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시민권 차원에서 보장할 수 있습니다. 김은희님의 설명을 들으며 ‘최소한의 보호장치’로서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남성화된 정치 제도권에서 ‘여성’ 정치인이 가지는 딜레마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여성의원들은 남성이 지배하고 있는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수로서의 생존전략을 갖춰야 할 강한 동기를 갖습니다. 다수가 원하는 소수의 모습(주류정치가 원하는 여성성)을 보여주며 존재의의를 찾기도 하죠. 그렇다고 해서 여성 정치인의 잘못된 모습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빡빡한 기준으로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법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현실이 변화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살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예를 들어 남성 육아휴직 등의 좋은 정책이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분위기의 압력이 있듯이 말이죠. 정책 자체만 놓고 보면 한국의 현실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의 간극이 너무 큽니다. 이행되지 않는 제도가 많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역차별’이라는 오해만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페미니스트 정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무조건 여성의원 비율을 늘려라, 하고 요구하기보다 그 이상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거죠. ‘젠더’라는 렌즈를 통해 다양한 차별을 극복하는 것, 성차 극복을 통해 정의로 가는 게 성평등 정치가 가야하는 길이라는 말로 강의를 마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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