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704] (참관기) "국회 여성보좌진 프로그램"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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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6-07-12 13:58 조회3,594회 댓글0건본문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지영씨가 7월 4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국회 여성보좌진 아카데미'에 참여한 후기를 공유해주셨습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서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아래 지영씨가 작성한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3박 4일 동안 굉장히 알찬 일정들이었구요. 그만큼 많은 고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한 번 차근차근 읽어볼까요? :) ]
2016 국회 여성보좌진 아카데미 참관기
민지영(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여세연 인턴활동가)
7월 4일부터 7일까지 3박 4일동안 진행되는 2016 국회 여성보좌진 아카데미에 다녀왔습니다. 여세연에서 인턴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좋은 기회를 소개해주셔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선거연수원에서 진행되었고, 저를 포함하여 총 19명의 연수생들이 참가하였습니다. 3박 4일 동안 9개의 강의와 문화체험활동, 국회 방문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지막 날에는 팀별 법률안 발표 및 평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날은 입교식을 한 뒤 점심을 먹은 후, 한국여성정치연구소 김은주 소장님께서 여성정치와 동수(Parity)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여성은 유권자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공적인 존재로 남성과 동등하며, 또한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 대표성의 확대인 점을 고려했을 때, 시민의 절반이 여성이듯 대표의 절반이 여성이 되는 것은 자연적인 일이라고 강조해주셨습니다. 그러나 강의 말미에 잠깐 진행되었던 남녀동수 찬반 토론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듯이, 수 적인 면을 늘린다고 해서 질 적인 면 역시 향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당한 근거가 존재할 지는 아리송했습니다. 여성 정치인의 수만 늘린다고 해서 대표된 여성이 여성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남녀동수의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도 해 보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또 김은주 소장님께서 강조하신 것처럼, ‘어떤 여성’이라는 것은 법으로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의식을 바꾸고 교육을 시켜야하는 것이라는 점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의 시민운동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새누리당 이학재 국회의원실의 김민정 비서관님께서 국회보좌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국회와 의원실, 그리고 국회의원 보좌진의 이해를 위해 개괄적으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보좌진의 실질적인 업무와 숨겨진 땀을 고스란히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보좌진의 업무가 생각보다도 훨씬 더 혹독하고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녁을 먹고 첫 날의 마지막 수업으로는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심의관님께서 ‘성평등과 국가정책’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해주셨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개인화(가족의 변화)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이 성평등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결국 성평등 이슈가 범분야적(cross cutting) 이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성 인지 정책과 관련해서도 전문적인 포스를 뿜어내시며 강의를 해주셨는데, 양성평등이 무조건적인 50:50이라기 보다는,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성 인지 입법이 사실상 여성에게만 좋은 입법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데, 양성평등에 대해 이러한 정확한 개념을 이해한다면 여성과 관련한 입법이 성 인지 입법에서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차별 개선과 관련하여 인상 깊었던 법은 공중화장실에서 여자 화장실의 줄이 남자 화장실의 줄보다 훨씬 길 수 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여 여자 화장실의 변기 수를 남자 화장실의 대소변기 합 이상 설치하는 공중화장실법이었는데, 이런 법이야 말로 실생활에서 남녀간의 차이로 인한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는 참신한 법안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 강의가 팀별 법률안 제.개정안 발표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둘째 날 오전에는 오픈엔진 배선희 대표님의 ‘국회법과 의사절차’ 강의를 통해 국회의 조직과 권한, 그리고 의사절차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이종희 선거연수원 전임교수님의 ‘토론의 이해와 실습’이라는 파이팅넘치는 강의를 통해 좋은 토론과 나쁜 토론의 예를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나쁜 토론의 예가 우리나라 후보자 토론이었던 점이 부끄러웠고 혹시 내가 나중에 저런 토론 자리에 참석할 수 있을 때에는 올바른 토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토론의 기본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후에 문화체험활동으로 계획되어 있었던 ‘이중섭, 백년의 신화’ 展 관람이 우천으로 인해 취소된 점은 아쉬웠지만 대신 보게 되었던 영화 ‘서프러제트’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여성 참정권 운동에 관련한 영화였는데, 우리나라는 남녀 참정권이 동시에 도입되어서 잘 느끼지 못했던 여성들의 참정권 투쟁이 얼마나 절박하고 희생적인 것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운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본 뒤에는 김영희 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님께서 ‘장마당과 북한사회경제변화’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주셨는데, 북한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던 저는 장마당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채로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장마당이 북한에서의 시장을 의미하는 것임에 놀랐고, 현재 북한이 우리가 생각하던 계획경제의 틀에서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에 또 놀랐습니다. 북한에 사실상의 시장 경제가 도입되고 있으며 북한 대학생들이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외모적인 측면에서 거의 비슷하다는 점 역시 제가 생각했던 북한의 모습과는 너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이미 계획 경제 체제에 세뇌되어있기 때문에 현재의 체제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요한 담론이 빠르게 바뀌어 북한의 변화를 반영하는 통일 준비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할 듯합니다.
저녁에 진행된 이보림 국회 법제실 법제관님의 ‘법률안 제.개정과정’ 강의 역시 팀별 과제를 준비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입법과정에서 다수의 횡포에 의한 소수의 권리 억압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특히 이 수업 이후에 거의 모든 조가 개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제.개정 법률안과 관련한 질문을 법제관님께 하였는데, 막힘없이 답변을 해주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본인의 소관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법제관이 되려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입법 활동을 지켜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셋째 날 오전에는 유동수 국회의원님의 서인석 보좌관님의 ‘국정감사의 의미와 기능’ 강의를 3시간 동안 듣게 되었습니다. 지루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많은 연수생들이 재미도 있었고 실질적으로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강의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국정감사를 위한 첫 관문으로서의 자료요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심도 있는 강의를 진행해주셨는데, 보좌관님께서는 특히 신문을 현명하게 읽는 것을 강조해주셨습니다. 당장에 신문을 읽으면서 ‘역발상’을 해내는 작업은 제 부족한 역량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끊임없이 생각에 꼬리를 무는 연습을 한다면 보좌관님처럼 신문을 알짜배기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후에는 모두가 기대했던 국회 탐방의 시간이었습니다. 당일에 본회의가 있었기 때문에 본회의장 내부를 구경하지 못했던 것은 아쉬웠지만, 여성가족위원회 남인순 위원장님과의 면담 시간을 1시간 남짓 가지게 된 것이 정말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국회의원들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저인데, 남인순 국회의원님처럼 실제로 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하는 의원들도 꽤 많겠다는 생각에 다소 안심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고 한 명 한 명 원하는 포즈로 사진도 같이 찍어주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ㅠㅠ)
연수원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아카데미 전체의 마지막 강의로 국민의당 김삼화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계신 황훈영 보좌관님의 ‘정책질의서 및 보도자료 작성법’ 강의를 들었습니다. 기자를 하시다가 보좌관 일을 하게 되신 만큼, 질의서와 보도자료를 어떻게 작성해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3박 4일 동안 매일 저녁 수업이 끝난 뒤 분임별로 모여 어떤 법률안을 제.개정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조원들과 함께 친목도 다질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모든 조가 밤을 지새우며 발표 자료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저희 조 같은 경우에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는데, 현행법상 아파트 단지 내나 캠퍼스 내의 차도는 도로 외 구역으로 지정되어있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도 형사처벌은 가능하나 면허취소,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이 적용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도로 외 구역에서 일어나는 사고 역시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요지의 개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다른 조들이 모두 여성노숙자에 대한 복지안, 체육 교과에 있어서의 남녀평등, 성폭력 피해자의 연대시스템 구축, 무상 생리대 지원 방안 등 여성과 관련한 법안을 내놓은 반면 저희 조는 도로 교통법 개정안을 발표하여 조금 이 아카데미와 동 떨어진 발표가 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법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도로 외 구역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개정안의 필요성을 중요하게 피력했습니다. 도로 교통법과 관련법이나 개정안들을 일일이 찾아보면서 어떻게 개정을 해보아야 할지 그 범위가 방대하여 팀원들과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운이 좋게도 3등을 수상하게 되어 밤을 새며 힘들었지만 뿌듯하다고 느꼈습니다.
3박 4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밤늦게까지 팀별 회의를 하고 오전부터 스파르타 식으로 많은 강의를 듣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였지만, 각 강의의 내용들이 각자 매우 알차고 실질적으로 국회와 보좌진에 대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연수를 받았던 19기 연수생들 모두 관심 있는 분야가 명확하고 배울 점이 많아서 지내는 동안 매번 깨달음을 얻고 제 스스로가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여성보좌진 아카데미 참여를 통해 그 동안 정치를 배우면서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여성정치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고 앞으로 여성 리더로서 어떻게 이 사회를 발전시켜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나 즐겁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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