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209] 2017 여성주의 집중아카데미_페미니스트 '정치특강'에 다녀왔습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7-02-13 17:23 조회2,526회 댓글0건본문
여세연에서 2월 한달 동안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하님이 한국 여성의 전화에서 마련한 페미니스트 "2017 여성주의 집중 아카데미"에 다녀와서 후기를 공유해주셨어요. 마침 이진옥 대표님이 강의를 맡아 진행해주셨다는 점! 후기에도 나와있듯이 정치적 공간안에서의 '여성' 정치인이 마주하는 현실과 여성 대표성을 둘러싼 논의들에 있어 경하씨의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었답니다. ('가벼운' 후기를 기대했는데 넘나 멋지게 작성해주셔서 성명서를 부탁드리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드는 철없는 사무국... ◕ܫ◕) 그럼 후기 꼭꼭! 읽어봐주시길 부탁드리며- 헌법여성연대에서 주최한 "성평등과 헌법" 토론회 후기도 (경하씨!) 기대하겠습니다!
--------------------------------------------------------------------------------------------------
<2017 여성주의 집중 아카데미_뜨거운 시선: 페미니스트 '정치특강'에 다녀와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초' 신화와 젠더정치의 미래" (이진옥 선생님)
이경하
주체와 보편의 지위를 점하고 있는 정체성들은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인간의 체현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반면에 타자의 자리에 위치지어진 소수자는 쉽게 그 소수자성으로 재현되고 표식된다. 인종 문제를 말할 때 유색인종이 연상되고, 젠더 문제를 말할 때 여성이 쉽게 연상되는 이유는 백인, 남성 역시 특정한 인종, 젠더임에도 그렇게 생각되지 않고 인간의 기본값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은 대칭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것처럼 기술되지만 ‘여성’이란 기호는 남성성이 준거점으로서 작동하여 그것의 결여와 부재로서 임의적으로 내용이 채워지는 잔여적 범주이고, 따라서 생물학적 여성들과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연결성을 가진다고 생각되는 것과 달리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그 내용이 임의적으로 구성되고 변화해왔다. 즉 여성의 기호는 남성에 의해 결정되고 채워지지만, 그 역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남성의 기호와 달리 여성의 기호는 보편이 아닌 표식되는 특수의 영역, 타자의 영역에 있다.
이런 구조에서 여성은, 더군다나 남성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공적 공간-정치의 장에 있는 ‘여성’ 정치인은 젠더로 재현되지 않는 남성 정치인과 달리 ‘여성’ 으로 호명될 수밖에 없고, 여성 정치인은 남성 정치인에게서 기대되지 않는 특정한 영역, 역할을 맡을 것을 기대 받는다. 이에 따라 여성 정치인은 모성, 평화, 포용 등 사회에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여성성을 전략적으로 차용하거나, 젠더중립적인 위치를 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젠더의제에 눈을 감는 몰성적인 스탠스를 취하기도 한다. 여성의 정치 세력화를 조직하고 주도하는 진영 역시 남성 정치인에게보다 여성정치인에게 젠더 이슈에 대한 가시화, 의제화에의 책임을 더 요구하고 압박하는 경향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권익을 대변하지 않거나 몰성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여성 정치인들은 ‘몸만 여성이다’, 즉 여성젠더를 해당 여성정치인에게서 탈각시키는 방식으로 비판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남성 정치인들의 몰젠더성에 대한 면책이 될 수 있고 몸 자체가 가지는 물질성과 이에 기반한 사회적, 정치적 함의를 삭제시킨다. 몸들은 계속 몸들로 존재하는 동시에 사회적 과정으로 호명되고 역사로 진입하고, 상징, 기호, 담론 속의 위치로 환원되지 않는 그 자체의 물질성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는 여성이 아니다’ 고 외쳐도, 박근혜의 몸은 여성성의 표식으로서 여야 정치인, 대중, 유권자로부터 계속 호명되고 여성젠더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의 대표성에서 주요한 논쟁점 중 하나는, 기술적인 대표성(descriptive representation)과 실질적 대표성(substantive representation)과의 연관 관계이다. 기술적인 대표성은 선출된 여성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에 의해, 실질적 대표성은 의회 내에 선출된 여성이 얼마나 여성 집단의 정책선호와 이해를 충족시켰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기술적 대표성과 실질적 대표성 사이의 연관 관계를 부인하는 입장은 여성할당제를 포함하여 정책결정자 여성의 양적 크기를 늘리려는 조치들에 대해 회의적이다. 하지만 여성의 기술적 대표성의 확대가 실질적 대표성의 확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남성지배적인,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정치영역에서 정책결정자 중 여성의 증가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고, 실질적 대표성 증진을 위한 ‘물적 기반’을 예비할 수 있다. 물론 여성의 양적 대표성 증가가 여성의 질적 대표성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더 많은 논의와, 여성운동진영의 조직화와 연대를 통한 압박이 필요하고, 여성의원의 양적 증가는 여성의 실질적 정치대표성 증진을 위한 디딤돌일 뿐 그 자체로서 완결된 목표로 머물러선 안 될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