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운, 지난 7월 7일 금요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에서 진행한 “탁현민 즉각 퇴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성평등 대통령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 탁현민을 경질하라”에 참석했다. 다양한 단체에서 오신 발언자 분들의 말씀을 듣고,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처음으로 참여해 본 기자회견이어서 설레고 긴장되었지만 내 목소리를 세상에 온전히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일주일 간의 고된 준비 기간을 보상받는 것 같아 굉장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기자회견 중에 야속하게 내린 비를 추적추적 맞으며 우리는 성평등한 정부가 될 것을 요구하고 여성 혐오 퇴출을 외쳤다. 아직 연약한 내 어깨는 무거운 빗방울을 감당하기 버거웠지만 담담하고 초연한 다른 활동가분들의 모습에 무한한 용기와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외부적인 악조건은 숨쉬는 공기처럼 익숙한 것이다. 살아가는 매 순간, 존재가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편안함과 안락함은 구조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존재에게 폭력을 가하고, 혐오를 생산하는 가해자들은 시스템의 보호 아래 안온함을 누리지만 사회적 약자들은 강제된 가시밭길을 ‘항상 완벽하게 깨끗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통과할 것을 요구 받는다. 우리가 비를 맞아가며 탁현민의 퇴출을 외친 것은 단순히 탁현민 개인을 향한 악감정과 무관하다.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혐오, 그리고 이를 공고하게 하는 남성 문화의 구조적 적폐를 타파하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진영 논리로 폄훼하려는 시도가 참으로 안타깝다. 탁현민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과거의 발언이기 때문에,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중대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혹은 표현의 자유 등을 옹호의 근거로 사용한다. 그러나 탁현민 옹호의 논리는 결국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동력을 약화시키면 안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적폐 청산의 칼날을 쥐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성역으로 만들어 이에 대한 비판을 봉쇄해 버리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 언론, 시민 사회는 각각 분리된 집단이다. 이를 하나로 뭉뚱그려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격하시키는 것이 오히려 진영 논리처럼 보인다. 여성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탁현민이 고위 공직자로 채용되는 참담한 현실에 눈감는 것은 적폐를 재생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 혐오는 명백한 적폐이다. 이를 타파하자는 행동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다. 말로만 페미니즘과 민주주의를 떠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체득, 실현할 수 있었기에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도 큰 원동력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