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128] 11월 여세연 책모임이 알차게 진행되었습니다!!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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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7-12-07 17:11 조회2,445회 댓글0건본문
지난 11월 28일, 여세연 책모임이 힘차게 진행되었습니다(짝짝!!!). 11월 모임 후기는 현아씨가 작성해주셨습니다. 12월 모임은 연말이니 한 번 쉬고, 1월 모임 때,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인 날짜 등은 추후에 웹자보로 공유드리겠습니다. :)
이한 샘이 제안해주신 토론할 거리는 ①주인공 진아의 태도 변화 요인은 무엇일까? ②같은 성폭력 피해만으로 피해자들이 연대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연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③등장인물 이강현과 수진의 남편 현규는 페미니스트로의 변화가 가능할까? 이렇게 3가지였습니다. 새로운 참여자 분들이 와주시고, 이한 샘께서 추천해주신 좋은 책과 제안해주신 토론할 거리로 즐겁고 알찬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 진아는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로 등장합니다. 데이트 폭력은 ‘약한’ 여성, ‘멍청한’ 여성만 당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진아는 끊임없는 자책과 자기 혐오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맞아도 싼’ 여자인가? 그이의 다정함과 상냥함을 이끌어내지 못한 ‘나의 탓’인가? 그러나 진아는 같은 피해 경험을 겪은 수진, 유리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점차 자기 혐오로부터 벗어나 자기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로까지 나아가게 됩니다. 사실 이들이 겪은 피해는 조금씩 다른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연대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에서의 진아, 수진, 유리의 이야기는 실제로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처럼 적나라하고 솔직했습니다. 같은 경험을 겪었기 때문에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2차 가해를 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피해자인 진아, 수진을 ‘착한 사람’으로, 2차 가해자인 ‘이강현’과 가해자였던 ‘김동희’를 나쁜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각기 다른 피해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수진은 강간 이후에 주변 사람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그것을 ‘없던 일’이라며 되뇌이며 끊임없이 과거의 자신을 지웁니다. 그리고 자신이 ‘강간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꿈꾸고, 현규의 여자친구가 됨으로써 이를 실현하게 됩니다. 12년이 흐르고 나서는, 가해자에 대한 증언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유리는 가해자를 고소하기 위해 일기장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남기고, 병원 기록을 모읍니다. 이영은 대자보를 붙이고, 가해자가 책임을 질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합니다. 이처럼 다 다른 피해의 모습과 선택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진아, 유리, 수진과 이영의 연대가 가능했던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지지를 보내주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주는 방식으로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건들과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서 서로가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연대를 통해 힘을 얻고, ‘그때 내가 좀더 ~했더라면’과 같은 자기 혐오로부터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누구든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남성이 허락한 페미니스트’로 생각했던 이강현과 현규는 페미니스트로의 변화가 가능할 지에 대해 토론하면서, 페미니스트에 대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말을 전했지만 결국에는 설득하지 못했던 경험, 설득에 성공했던 경험,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를 자책했던 경험,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보다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었던 경험 등등 다양한 경험들이 공유되었습니다. 결국에는 모든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과제이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연대 없이 끊임없는 타인에 대한 설득은 결국 ‘소진’만을 가져온다는 말씀이 공감되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이 ‘너’가 되어야 한다고 쓰여있었던 만큼, 이 날 책모임에서도 자신의 피해 경험이나, 자신이 보아왔던 폭력 등에서 느꼈던 점 등등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다 다른 경험이지만 서로에 대한 ‘지지’로 힘이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자리가 더 많아지고, 여세연 책모임도 계속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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