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710] (논평) 공직자의 강간문화 실천 행위 옹호한 사법부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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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8-07-10 21:46 조회2,046회 댓글0건본문
[논평] 공직자의 강간문화 실천 행위 옹호한 사법부를 규탄한다!
지난 7월 10일, 탁현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이 여성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인 여성신문은 원고인 탁 행정관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을 받았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이 고위 공직자가 강간을 판타지로 여성에 대한 명백한 성폭력을 성문화로 낭만화한 내용을 출판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공적 업무 수행에 지장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인 동시에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또 다시 억압하면서 성평등으로 향하는 여정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으로 보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작년 7월 “탁현민 즉각 퇴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성평등 대통령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 탁현민을 경질하라” 기자회견을 열었고, 7천 여명의 시민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한 바 있다. 그 기간 탁 행정관을 비판하는 칼럼들이 쏟아졌음에도 청와대는 탁 행정관을 경질하지 않았다. 더욱이 탁 행정관은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라는 기고글을 실은 여성신문을 상대로 그 글이 허위사실을 담고 있고 본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며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탁현민 행정관의 소송은 수많은 기사와 언론사 중에 본인의 피해 경험을 털어놓은 생존자의 글을 실어준 <여성신문>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문제적이다. 정정 혹은 반론 보도를 제기하는 통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여성/젠더 이슈를 중요하게 다루는 언론사에 소송을 거는 것은 여성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틀어막으려는 저열한 행위이다. 더군다나 숱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탁 행정관이 입었다는 3,000만원의 손해는 무엇이란 말인가. 탁현민 행정관의 명예훼손은 여성신문사가 아닌 그 책을 쓴 바로 그 자신이다.
탁현민의 책에 쓰여진 글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 젠더의식의 낮은 수준을 드러내는 해악을 끼쳤지만,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 여성인권 전반과 피해자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심대한 손해를 미쳤다. 자신의 피해사실을 용기 있게 이야기한 생존자와 그 목소리를 유일하게 실어준 <여성신문>의 보도는 여성의 성폭력 현실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언론의 공익적 책무를 다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한 남성 고위 공직자의 개인적 분풀이를 명예훼손이라는 미명하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즉, 이번 판결로 <여성신문>에게 ‘손해’를 배상하게 함으로써 이미 존재하는 여성의 피해사실과 가해를 폭로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고,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판의 자유에 재갈을 물린다는 점에서 언론의 공익성을 위축시킨다.
더불어 자칭 진보주의자들은 그의 사퇴설이 보도될 때마다 ‘제발 가지 말아달라’며, 그를 옹호하며 청와대를 성역으로 만들어 비판을 봉쇄해버렸다. 탁 행정관의 꾸준한 사퇴 의사 표현과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는 ‘낭만적’ 수사는 성폭력 사실을 지워버리고 가해자를 감싸주는 강간 문화를 강화할 뿐이다.
고위 공직자의 왜곡된 젠더의식을 관용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미투운동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대한민국의 모든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고발해왔으며, 여성들은 성평등에 기초한 사회정의 실현을 국가에게 요구하고 있다.
구조적인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정부가 고위 공직자의 문제적 저서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지키게끔 하는 것은 남성 중심 정치가 전혀 바뀌지 않았으며. 여성들의 요구는 사소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한 정부임에도 여성들이 계속 분노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구호 이상 아니었다는 것을 드러내며, 이 정부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탁 행정관과 같은 고위 공직자의 왜곡된 젠더의식을 관용하는 시대를 끝내기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8년 7월 10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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