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05]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영화상영회가 개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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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9-06-07 17:50 조회1,597회 댓글0건본문
여세연은 2019년 한국여성재단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의 후원을 받아 <페미니스트 정치, 국회를 점거하겠습니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본격적인 사업 진행에 앞서 왜 우리에게 페미니스트 정치가 필요하고, 2020 총선은 페미니스트 정치여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화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원제: Knock Down the House)"를 보고 관전포인트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영화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은 현직 정치인들의 막강한 권력에 맞서 2018년 민주당 예비선거에 도전했던 여성들의 이야기에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과정 속에서 네 명의 여성들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미국은 본선거(General Election)에 앞서 당내 예비선거(Primary Election)를 치르는데요. 예비선거는 본 선거에 출마할 당 후보자를 결정하는 선거입니다. 영화에 등장한 지역 중 뉴욕 14선거구의 경우, 14년 동안 출마자가 없어 예비선거가 열리지 않았으며, 뉴욕 14선거구의 조 크롤리는 1999년부터 약 20년 동안 하원의원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그만큼 이 영화에서 출마한 여성들은 오래되고 공고한 세력에 맞섰다는 것입니다.
영화에는 총 네명의 여성들이 등장해요. 미주리 주의 간호사인 코리 부시(Cori Bush)는 2014년 퍼거슨 사건(비무장 흑인을 무장 경찰이 사살한 사건)과 Black Lives Matter 시위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요. 네바다 주의 에이미 빌레라(Amy Vilela)는 건강보험증을 제시하지 못했단 이유로 딸을 잃은 엄마로서, 건강보험을 의제로 출마하였어요. 웨스트 버지니아의 폴라 진 스웨어진(Paula Jean Swearengin)은 광부의 딸로, 광산지역의 쇠퇴하는 경제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문제를 경험했어요. 영화 초반에 운전하면서 “이 집도 암에 걸렸고, 이 집도 암에 걸렸어요”라고 말하는 부분이 충격적이었어요. 그 지역의 의원은 광산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고, 지역문제를 해결하는데 미온적입니다. 폴라 진 스웨어진은 네 명의 출마자 중 유일하게 상원의원에 도전했어요.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는 뉴욕 브롱스 출신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계를 책임지기 위해 바텐더로 일하면서 지역민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출마했어요.
이 네명의 출마자들은 ‘새로운 국회(Brand New Congress)’와 ‘정의 민주당원(Justice Democrats’)이라는 두 개의 정치 캠페인 소속입니다. 이 두 개의 캠페인은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후보자를 발굴하고, 선거지원단을 꾸리면서,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으면서 선거운동을 해나갑니다. 이들은 현재 민주당의 정치 부패와 무능력이 정치 권력이 기업과 결탁했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해요. 이들의 노력으로 2018년 예비선거는 기업의 돈을 제거하고 시민의 권력을 회복하는데 기여한 새로운 정치라고 평가받게 되었어요. 더군다나 소수자와 여성이 대거 하원의원에 진출한 선거로 평가받기도 하고요!
사실 미국의 중간선거(대통령 임기 4년 중 중간인 약 2년이 지난 후 시행한다고 해서 중간선거midterm이라고 해요)는 야당이 승리하는 선거라고 해요. 20세기 이후 단 세 번만 집권여당이 하원에서 의석을 상실하지 않았는데, 대공황 시기였던 1938년, 공화당이 무리하게 클린턴 탄핵을 소추한 1998년, 그리고 9.11 테러 직후였던 2002년이에요. 그러니까, 미국의 중간선거는 현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평가 이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는 ‘이길 선거’라는 거죠.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현역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기도 했고요.
영화를 보며 작년 한국의 지방선거가 떠올랐습니다. 민주당이 ‘이길 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미투 운동이 격렬하게 불고있던 때였는데도 여성 후보자를 공천하는데 미온적이었으니까요.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더불어민주당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지도를 ‘아재지도’라고 비판했고, 여세연도 ‘아재 원팀’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승리가 유리한 지형에서 여성을 공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정당들이 “여자들이 노력하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마주한 무력함이 있었어요. 영화의 상황도 다르진 않았습니다. 출마하기까지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보통 1500명의 서명만 있으면 되는데 상대가 워낙 그 지역의 권력을 쥐고 있다보니 몇만명의 서명을 모아야하는 상황인거죠.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공천과정과 대비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열린 공간에서 유권자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고 조직하는 모습에서 그 지역 유권자들이 가진 힘을 더 잘 행사할 수 있거든요.
이들은 전화를 돌리며 후원금을 요청하고, 거리에서 어려운 선거운동을 이어나갑니다. 이들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에이미 빌레라의 상대 후보 호스포드를 오카시오 코르테즈의 상대 후보인 조 크롤 리가 후원을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이 여성 후보들의 연대를 남성 기득권 정치인들이 균열을 내려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 안그래도 어려운 판에서 정치를 하는 여성들에게 조금의 기회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 같았어요. 현실 정치에서 여성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가산점을 받아놓고 안되는거면 니들이 실력이 없는거냐고 말들을 많이 하잖아요. 사실 가산점을 받았음에도 안되는 판인거면, 그 뒤에서 어떤 카르텔이 정치하는 여성들을 짓누르고 있는지를 포착해야 합니다. 너무 만연하지만 강력해서 이야기되지 않는 남성 연대에 균열을 내기 위해선, 당내의 여성들이 싸우고 이길 수 있는 민주적인 제도도 필요하지만, 그들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영화가 당내 여성들이 마주한 어려움과 현실 정치에 대한 고민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해요.
한국과 미국의 정치 제도가 판이하게 다르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여성들이 본 선거에서도 승리하여 의회에 진출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여성들은 또 다양하죠. 최초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 레즈비언이자 인디언 원주민 하원의원, 최연소 히스패닉 여성 하원의원 등 미국 의회의 새 역사를 썼어요. 기존의 남성중심 정치와 선거문화를 뒤집었으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미국인임을 강조했습니다. 사실 그 수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모습의 여성의원이 진출했고 이들이 이끌어낼 변화의 힘을 사람들이 믿는거겠죠.
영화 상영회 관객과의 대화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조선희 인천시의원은 오카시오 코르테즈의 성공 사례를 보며, 의회에 들어간 이후가 걱정된다는 코멘트를 하였습니다. 여성-비례의원으로 지역의회에 진출한 후에 겪은 어려움들이 있기에,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의회에서 마주할 어려움이 상상되는거겠죠. 국회와 같이 권력을 상징하는 곳이 남성중심 권력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국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더 많은, 더 다양한 여성들이 진출해야하고, 그들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당 내부의 여성들이 싸울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줘야겠죠.
그래서 여세연은 ‘페미정치유람단’을 시작으로, 각 지역고 각 당의 여성 출마자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민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의 작지만 강한 힘이 국회를 바꾸고 정당 내부를 바꿀 수 있기를 바래요. 영화 상영회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있을 페미정치유람단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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