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530] (여성신문) 공명하는 여성 “최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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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7-05-31 14:03 조회2,802회 댓글0건본문
“여성 최초”는 남성 유대에 기초한
권력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출발이어야
여성 최초의 청와대 인사수석, 여성 최초의 보훈처장, 여성 최초의 외교부 장관 내정자. 모든 최초에서는 저마다의 울림이 있다. 기존의 공고한 질서의 파열음, “최초”. 최초가 여성을 표면화되었을 때 그것은 그 이전에는 “자연스럽게” 여겨져 보이지 않았던 남성성의 질서가 폭로되는 것이다. 여전히 정치적 대표성은 남성에 의해 독점되고 있을 때, 여성은 성적 타자로서 그 위상을 점하게 된다. 여성 최초가 지니는 상징적 파열음은 언론에 의해 공명된다. 그러나 그 최초의 개인 “여성”은 화려한 수식어와 과도한 의미 부여로 오히려 조직의 외부자이자 이질적 타자로서 의미가 재생산되고, 그 결과 상징적 의미는 “여성”으로 잠식되기 십상이다.
정부의 배에 탑승한(할) 조현옥, 피우진, 강경화는 여성운동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할당제’라는 제도의 얼굴이라는 점이다. 올해 3·8 여성대회에서 채택된 4개의 과제 - 성별임금격차 해소, 여성 대표성 확대, 차별금지법 제정, 낙태죄 폐지-에서 여성 대표성은 산적한 여성 현안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 것을 요구한 것이었다. 양질전화의 기준으로 여겨진 30% 여성 할당에서 이제는 동수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자로부터 남녀동수 내각의 단계적 실현을 약속받았고, 문재인 정부는 그 약속을 이행하는 걸음마 단계에 있다.
개인 여성이 집단적 여성의 사회적 경험이 배태된 몸의 상징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그녀들의 “최초”의 파열음은 더욱 크고 깊게 공명해야 한다. “여성 최초”가 성공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의 척도가 될 것이다. 성공의 조건들을 짚자면, 첫째, 그녀들은 지금까지 “여성”의 자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기존 철저히 남성 지배적인 영역에 여성이 수장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징표로 머물 가능성이 높다. 그녀들의 테이프 커팅이 그녀 개개인들만이 아니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여성을 많이 고용하고 배치하려는 의도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최초의 의미는 일회용이 아니라 역사적 기록으로 연속성을 지닐 수 있다.
둘째, 문재인 정부에서 “여성 최초들”의 의미들은 그녀들을 둘러싼 강력한 존재들에 의해 상쇄당한다. 여성의 몸과 성적 자율권은 철저히 자신의 취향에 따라 변색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걸 당당하게 책으로 서술한 이가 고작 “사과” 한 마디로 면죄부를 받고 청와대에 입성하는 것,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는 자가 정부 요직에 배치되어 첫 번째 국정 과제가 종교인 과세의 2년 유예라는 퇴행적 정책을 승인하는 것, 이 문제적인 남성들과 그녀들이 공생 가능할 것인가? 이는 문재인 정부에 “여성 최초”들의 위상을 축소시키고 결국 그녀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떠안는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아직 3명에 불과한 여성 인사들이 주는 감동의 유효기간은 곧 만료된다. 동수(parity)의 원칙은 할당제에서 주장해온 ‘여성’ 참여의 보장이 아니라 지금까지 ‘남성’에 의해 지배되어 온 정치적 영역에서 남성성을 탈각하여, 정치에서 성차를 비로소 제거하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남성’ 지배적 정치는 그들만의 리그를 낳았고, 그들만의 리그의 정점은 돼지발정제 강간 모의 사건에서 확인될 수 있었다. “여성 최초”는 그 남성 유대에 기초한 권력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출발일 수 있다. 동수 내각을 통해 궁극적으로 성취할 것은 내각에 들어간 여성들의 입지전적 삶의 위대함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예외적인 삶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여성 최초의 의미가 내파한 것은 대통령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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