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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30] (머니투데이) [기자수첩] 여권 추락시킨 여성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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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6-12-07 14:59 조회2,9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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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권 추락시킨 여성대통령

여성 권리 신장 기대했지만 오히려 퇴보…'여혐'과 연결되면서 일반 여성까지 뭇매 맞는 꼴

 
"니가 먼저 다가가 사랑한다 말을 해/ 이제 그래도 돼 니가 먼저 시작해/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분이신데/ 뭐가 그렇게 심각해 왜 안돼 여자가." (걸스데이의 '여성대통령')

한 아이돌 그룹의 노래 '여성대통령' 가사 중 일부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될 때만 해도 '여성전성시대'가 올 것이란 기대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많은 여성들이 이 노래 가사처럼 진취적이고 당당한 여성들이 시대를 이끌 줄 알았다. 그 역시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내세우며 자신의 가치를 한껏 드높였다. 여성우대정책, 여성관료 대거 기용 등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운동계에선 이 모든 것이 한낱 '여성팔이'에 지나지 않았다는 실망감이 팽배해졌다. 여성 인권신장을 기대하며 그를 지지한 여성학자, 여성운동가들은 최근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오히려 여성권리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대통령 본인은 물론 변호인을 비롯한 측근들이 세월호 사건 당시 7시간 공백을 설명하라는 요구에 '여성의 사생활'을 내세워 의혹을 피해가려는 모습에 분통을 터뜨렸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대선 당시엔 박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한 부분이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여성계의 움직임이 있었다"며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오히려 여성정책은 퇴행했고 최근 대통령이 여성인 점을 강조하며 변명, 여성의 지위마저 추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여성과 관련된 정책이나 지표는 퇴행했다. 여성 고위관료를 대거 기용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여성장관은 여성가족부를 포함해 현재 2명에 그치고 있다. 보육정책도 퇴보했다. 각 교육청들과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줄다리기 속에 '보육대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자신을 집권시킨 '골수' 보수층을 겨냥한 정책들을 대거 내놓았다. 강경한 대북정책, 국정교과서 집필 강행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 여성운동가는 "박 대통령이 여성의 가치를 내세우긴 했지만 단 한번도 자신의 정체성을 여성이라고 규정한 적이 없다"며 "그가 자신의 지지세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보수정책을 대거 내놓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이 최근 보인 행보는 자신을 믿고 지지한 여성들에게 '배신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최근 자신이 여성임을 강조한 변명이 그 도화선이 됐다고 평가한다.

이 대표는 "여성정책 자체에 관심이 없던 대통령이 여성임을 변명으로 이용하는 것은 공분을 살 일"이라며 "게다가 최근 여혐이 화두가 되지 않았나. 박 대통령 관련 의혹들은 결국 여성이라는 집단을 싸잡아 비난하게 하는 빌미를 만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 이후 여성비하와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함께 섞인 위험한 발언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래서 여자는 안된다" "여자가 나라를 망쳤다" 등의 발언이 서슴지 않게 나오는 것. 

시민단체에서 여성 운동을 5년째 이어온 박모씨(38)는 "그간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 애써온 것들을 대통령이 한순간에 망가뜨렸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구에 사는 김모씨(50)는 "여자를 뽑아서 이 지경이 됐다는 얘기를 어르신들이 많이 한다"며 "심지어 남편과 말다툼을 하다가도 박 대통령을 거론하며 여성인 것을 원인으로 지목할 때는 할 말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오히려 남성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여성'으로 규정하고 이 모든 여성이 함께 비난받는 '프레임'을 만든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영 기자
이미영 기자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이 수세에 몰려 충분히 스스로도 여성임을 강조해 이 사안을 피해가려고 할 가능성도 높지만 현재 여성임을 강조한 것은 유영하 변호사와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남자"라며 "여성성을 강조하는 프레임을 어느 쪽에서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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