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815] (헤럴드경제) 여성 내각 30% 시대…국회는? 의원 17%, 보좌관 12%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7-08-16 16:28 조회3,089회 댓글0건본문
여성 내각 30% 시대…국회는? 의원 17%, 보좌관 12%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 내각 30% 시대가 열렸다.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 해소가 한발 가까이 다가온 셈이지만, 입법 기관인 국회에서의 보이지 않는 천장은 아직 공고한 것처럼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의 비율이 17%에 그친 가운데, 국회의원실에 소속된 4급 보좌관 가운데 여성 직원은 단 12%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4일 공식 임명되며 아직 장관 인사가 발표되지 않은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한 17개 부처 중 5개 부처(29.4%)의 장관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성 내각 30%에 거의 근접한 셈이다. 벤처부 장관이 여성으로 임명되면 이 수치는 33.3%로 올라가고, 남성이 오르면 27.7%로 낮아진다.
내각과 달리 국회의 ‘유리천장’은 한층 두껍다. 15일 현재 20대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여성 의원은 51명으로 전체 17%에 그친다. 5개 정당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 3개 당 대표에 여성이 뽑혀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실질적인 비율은 국제 사회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UN이 권고하는 적정 여성 의원 비율은 30%고, 국제의원연맹 회원국 기준 평균인 22.7%보다도 낮다.
국회의원실에서 실질적인 입법 업무를 담당하는 보좌직원의 경우 상황은 더 열악하다. 지난달 28일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4급 보좌관 590명 가운데 단 37명만 여성으로 전체 6%에 불과했다. 4급 보좌관은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가장 높은 급수 직원으로, 한 의원실 당 2명씩 고용할 수 있다.
4급과 5급 보좌관을 합쳐도 여성 직원 비율은 10% 초반을 벗어나지 못한다. 국회의원실에 소속된 4ㆍ5급 보좌관 1184명 가운데 여성은 144명(12%)에 그쳤다. 의원 1명이 4ㆍ5급 보좌관을 모두 4명씩 둘 수 있음에도, 여성 보좌관을 1명도 고용하지 않은 의원실이 절반 이상인 셈이다.
국회 보좌직원 현황은 급수가 올라갈 수록 여성의 승진이 어려운 전형적인 ‘유리천장’의 구조를 띈다. 4급 보좌관의 여성 비율은 6%에 그치지만 가장 낮은 9급 비서의 경우 여성이 3분의 2를 넘는 74%다. 정책과 정무보다 대체로 의원실의 회계와 접객 등을 담당하는 9급 비서에 한해서만 여성 직원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이다.
실제로 의원실을 이동하거나 진급할 때 유리천장을 실감하는 여성 보좌직원들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여성 비서관은 “인턴을 4년 한 뒤 급수를 달기 위해 다른 의원실에 이력서를 냈을 때 ‘우린 남자만 뽑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곳에서 나를 거절하고 뽑은 남자 직원을 보니 이력도 나보다 뒤처졌다”고 말했다.
의원실에서 여성보다 남성 직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국회 근무 환경에서 상급자가 호출하기에 남성 부하 직원이 더 편하다는 이유가 크다. 또 성차별적인 부분이 남아 있는 업무와 접대 문화도 문제다. 이 비서관은 “기관이나 기업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할 때 신체 접촉을 하거나 부적절한 곳을 가는 일이 아직 빈번한데, 여성 직원이 문제 제기를 하면 일이 커지기 때문에 남성 직원만 뽑는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ㆍ가정 양립이 어려울 만큼 고생스러운 국회 근무 환경부터 개선되지 않으면 여성 직원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을 두루 경험한 한 남성 보좌관은 “여성 직원의 능력과 상관 없이 매일 야근하고 술자리가 잦아 근무 환경이 열악한 국회에서 여성들이 버티기 어렵다. 승진한 직원들이 대부분 미혼 여성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 의원실에 소속된 4급 보좌관 2명 가운데 1명은 대체로 지역 사무실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여의도 의원실의 ‘대장’인 유일한 4급 보좌관을 여성으로 두고 싶어하는 의원부터 극소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보좌직원의 인사권자인 국회의원이 국회 내 성차별을 해소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소장은 “국회 환경 자체가 여성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은 맞지만, 똑같은 자질과 자격을 갖췄어도 여성 직원에게는 입법과 정책보다 접객 서비스 같은 성취가 낮은 직무를 배분하는 경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젠더 역할에 대한 편견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에게 역량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yes@heraldcorp.com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4일 공식 임명되며 아직 장관 인사가 발표되지 않은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한 17개 부처 중 5개 부처(29.4%)의 장관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성 내각 30%에 거의 근접한 셈이다. 벤처부 장관이 여성으로 임명되면 이 수치는 33.3%로 올라가고, 남성이 오르면 27.7%로 낮아진다.
내각과 달리 국회의 ‘유리천장’은 한층 두껍다. 15일 현재 20대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여성 의원은 51명으로 전체 17%에 그친다. 5개 정당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 3개 당 대표에 여성이 뽑혀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실질적인 비율은 국제 사회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UN이 권고하는 적정 여성 의원 비율은 30%고, 국제의원연맹 회원국 기준 평균인 22.7%보다도 낮다.
국회의원실에서 실질적인 입법 업무를 담당하는 보좌직원의 경우 상황은 더 열악하다. 지난달 28일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4급 보좌관 590명 가운데 단 37명만 여성으로 전체 6%에 불과했다. 4급 보좌관은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가장 높은 급수 직원으로, 한 의원실 당 2명씩 고용할 수 있다.
4급과 5급 보좌관을 합쳐도 여성 직원 비율은 10% 초반을 벗어나지 못한다. 국회의원실에 소속된 4ㆍ5급 보좌관 1184명 가운데 여성은 144명(12%)에 그쳤다. 의원 1명이 4ㆍ5급 보좌관을 모두 4명씩 둘 수 있음에도, 여성 보좌관을 1명도 고용하지 않은 의원실이 절반 이상인 셈이다.
국회 보좌직원 현황은 급수가 올라갈 수록 여성의 승진이 어려운 전형적인 ‘유리천장’의 구조를 띈다. 4급 보좌관의 여성 비율은 6%에 그치지만 가장 낮은 9급 비서의 경우 여성이 3분의 2를 넘는 74%다. 정책과 정무보다 대체로 의원실의 회계와 접객 등을 담당하는 9급 비서에 한해서만 여성 직원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이다.
실제로 의원실을 이동하거나 진급할 때 유리천장을 실감하는 여성 보좌직원들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여성 비서관은 “인턴을 4년 한 뒤 급수를 달기 위해 다른 의원실에 이력서를 냈을 때 ‘우린 남자만 뽑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곳에서 나를 거절하고 뽑은 남자 직원을 보니 이력도 나보다 뒤처졌다”고 말했다.
의원실에서 여성보다 남성 직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국회 근무 환경에서 상급자가 호출하기에 남성 부하 직원이 더 편하다는 이유가 크다. 또 성차별적인 부분이 남아 있는 업무와 접대 문화도 문제다. 이 비서관은 “기관이나 기업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할 때 신체 접촉을 하거나 부적절한 곳을 가는 일이 아직 빈번한데, 여성 직원이 문제 제기를 하면 일이 커지기 때문에 남성 직원만 뽑는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ㆍ가정 양립이 어려울 만큼 고생스러운 국회 근무 환경부터 개선되지 않으면 여성 직원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을 두루 경험한 한 남성 보좌관은 “여성 직원의 능력과 상관 없이 매일 야근하고 술자리가 잦아 근무 환경이 열악한 국회에서 여성들이 버티기 어렵다. 승진한 직원들이 대부분 미혼 여성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 의원실에 소속된 4급 보좌관 2명 가운데 1명은 대체로 지역 사무실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여의도 의원실의 ‘대장’인 유일한 4급 보좌관을 여성으로 두고 싶어하는 의원부터 극소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보좌직원의 인사권자인 국회의원이 국회 내 성차별을 해소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소장은 “국회 환경 자체가 여성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은 맞지만, 똑같은 자질과 자격을 갖췄어도 여성 직원에게는 입법과 정책보다 접객 서비스 같은 성취가 낮은 직무를 배분하는 경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젠더 역할에 대한 편견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에게 역량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yes@heraldcorp.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