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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9] (오마이뉴스) "50년 동안 여성문제 취재한 남성 기자,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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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6-08-10 13:55 조회3,0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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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동안 여성문제 취재한 남성 기자, 존경스럽다

 
동북아 여성시민외교의 시작, 일본 지방여성의원 한국을 방문하다 ② / 민지영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인턴활동가)
일본 여성참정권 운동의 산 역사인 고 이치카와 후사에의 뜻을 이어가고 있는 이치카와 후사에 기념회 여성과 정치센터가 기획하는 해외 여성정치 탐방 프로그램이 올해에는 한국에서 열렸습니다. 7월 25일부터 30일까지 있는 전체 한국 일정 중 26일 화요일에는 한국과 일본의 여성지방의원들이 만나 각국의 여성정치 현황과 양국 여성지방의원 교류활성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는데요. 푹푹 찌는 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의원들은 상대 국가의 정치현황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며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필자는 7월 한 달 동안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에서 인턴 활동을 하며 이번 행사에 참여하였으며, 2부에 걸쳐서 이번 행사에 대한 후기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유교 국가 한국, 어떻게 호주제를 폐지했나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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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방문단이 이백영 해설사와 함께 서울 시청 투어를 하는 모습
ⓒ 민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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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스고이~"

국회에서 열띤 토론과 함께한 점심시간이 끝난 후, 우리는 다함께 서울 시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미리 시민청에 통통투어 일정을 잡아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백영 해설사님과 함께 시민청과 서울시청을 둘러보았는데, 일본 방문단의 질문과 열정적인 태도에 해설사님도 적잖이 놀라셨던 눈치였습니다. 

일본 분들이 이동하면서도 노트와 펜을 들고 빽빽하게 설명을 받아 적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청의 인테리어와 실용적 공간 활용에 굉장하다는 뜻의 "스고이"를 연발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시청 투어가 예상했던 시간보다는 조금 길어지기도 했지만, 일본 방문단에게 충분히 흥미로웠던 시간이었으리라 믿습니다.

서울시의회로 이동해서,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는 '한일 여성지방의원 교류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한국 측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여성 서울시의원들과 전국의 지방여성의원 20여 명이 참석하였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일 양국의 여성정치 현황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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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론회 시작에 앞서 조규영 서울시의회 부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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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구보 기미코 이치카와 후사에 기념회 여성과정치센터 사무국장님께서 단체 소개를 해주셨고, 한국 측에서는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아래 전여네)의 소개를 왕정순 대표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지난 기사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치카와 후사에 기념회 여성과정치센터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1945년 패전의 혼란 상황 속에서도 여성 참정권 운동을 해온 고(故) 이치카와 후사에의 정신을 이어서 평화와 평등에 기초한 사회 현실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입니다. 

지방 여성 의원들의 정치 교육을 돕고, 지방 정치에서의 여성 대표를 늘리기 위한 포럼을 개최하며, 전국에 있는 3000개의 지방 의회 내의 여성 의원들을 조사해서 명단에 업데이트 시키는 데이터 작업 등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여네는 전국 845명의 지방 여성의원이 가입한 단체로 교육, 정책 연대, 여성정치세력화 등의 주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진옥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님은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관계자들이 한국, 일본 여성정치의 주체가 되어 새로운 한일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이러한 행사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만남을 통해 한국과 일본 여성정치인들의 공고한 연대의 틀을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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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희 서울시의원이 ‘한국의 여성할당제 도입과 여성의원의 정치참여 확대’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 민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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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여성지방의원 현황 및 활동 발표는 서울시의회 이윤희 의원님과 일본 도코도 초후시 의회 오카와 미토코 의원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우선 이윤희 의원님은 한국의 여성할당제 도입과 여성의원의 정치참여 확대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해주셨습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이전과 다르게 여성 당선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2004년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에서 개정된 지역구 여성할당제 30% 권고 사항의 영향이며, 이후 관련 제도의 발전으로 광역 여성의원 비율뿐만 아니라 기초 여성의원 비율 역시 증가하게 되었다고 언급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에서는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변화한 반면, 현재 9대 서울시의회를 포함한 지방의회들에서는 아직 여성 정책과 조례가 여성 발전 측면에만 머물고 있는 것을 한 가지 반성할 점으로 본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일본 의회에는 무소속 의원 비율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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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카와 미토코(大河 巳渡子) 의원이 일본의 정치 환경과 현황에 대해 발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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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와 미토코 의원님은 한국 의회에서는 정당 소속 의원이 많은 반면, 일본은 모든 의회에서 60%정도의 의원이 정당 소속이며, 무소속 의원의 비율이 매우 큰 편이라고 하셨습니다. 많게는 60%까지가 무소속 의원의 비율이라고 언급하며 일본 정치와 한국 정치와의 차이를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래도 일본도 도시에서는 여전히 정당이 강한 측면을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의원님이 계시는 초후시 의회에서도 28명의 정수 중 10명이 여성의원이며 정당소속은 8명, 무소속은 의원님 혼자라고 하셨습니다. 무소속 6선 의원으로 21년째 초후시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부분은 놀라웠습니다. 또 일본에서는 평균적으로 재선이 되며, 의원의 평균 연령은 57.2세로 가장 젊은 의원은 25세, 최고령 의원은 90세라고 합니다. 

지방여성의원의 활동에 대해서는, 특히 여성의원들이 주민의 대표로, 주민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주민의 목소리를 정치에 잘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실생활과 밀접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셨습니다. 

지방여성의원들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더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손꼽히는 보육원의 많은 대기 아동 수, 빈곤문제, 가정폭력/학대 문제의 원인을 경제성장 중심의 사회 시스템에 서 찾고 고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양성이 넘치고 지속가능한, 회복 가능한 탄력적인 사회를 지향하면서 일본 여성의원들의 관심은 탈원전, 환경, 여성의 시선으로 재난방재 활동을 하는 것 등으로 모이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양국 정치 발전을 위해 더 자주 만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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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론회가 끝난 후 조규영 서울시의회 부의장이 쿠보 키미코(久保 公子) 이치카와 후사에 기념회 여성과 정치센터 사무국장에게 선물을 전달한 뒤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 민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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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일 여성지방의원의 만남을 통해 양국의 정치 환경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일본도 여성 입후보자의 수가 적다는 것이 문제라고는 하지만, 여성할당제가 없음에도 꾸준하게 30% 안팎의 여성의원들이 선출되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본에서는 지방자치가 정말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에 걸맞게, 중앙 정당이 아닌 지역 정당(네트)의 주도 하에 지역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무소속의 비율도 높다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도 후보자가 어떤 정당에 소속되어있는가 보다는 후보자 개인의 역량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일본 방문단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일본 분들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도 많이 해주셨고 한국의 여성 할당제나 호주제 폐지 등 한국의 정치 환경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동시에 우리나라도 일본의 정치 환경에서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던 자리였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지역 정당의 존재로 인해 생활 속에서 지역을 더 좋은 곳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존재로서의 지방 의회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정치를 어려운 것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적극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양국 모두의 정치 발전을 위해 이런 교류의 기회가 더 자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녁 식사를 할 때, 50여 년 동안 NHK 기자로 활동하셨던 80세 쿠마베 노리오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점은 이 분이 기자로 활동하실 당시, 50여 년 동안 이치카와 후사에 기념회를 취재하고 보도하셨다는 점이었습니다. 방문단 중 유일한 남성 이었는데, 50년 전부터 꾸준히 이 단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보도를 해오셨다는 점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사회를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여성정치 참여 확대에 대한 의제에 몇 십 년 동안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남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치카와 후사에 기념회에 큰 힘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의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지지가 확보되는 날이 올 수 있으면 하고 바랐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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