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424] (헌팅턴포스트) 엄마와 인간 사이 강요받는 선택, 후보들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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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7-04-28 10:41 조회3,000회 댓글0건본문
엄마와 인간 사이 강요받는 선택, 후보들은 알까
“왜 애를 가졌나 후회가 많습니다. 누가 제게 육아 현실을 알려줬다면, 절대 임신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2일 오전 11시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 모인 30명가량의 엄마들은, 육아 책임이 거의 전적으로 여성에게 전가된 이 땅의 현실을 토로하고 공감하고 분개하며, 서로 위로했다. 3시간 넘게 이어진 대화 자리는 열띠다 못해 처연했다.
장하나 전 국회의원(환경운동연합 권력감시팀장)이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 중인 칼럼 ‘엄마 정치’가 이들을 불러 모았다.
장 전 의원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이 ‘엄마의 삶 그리고 정치: 독박육아 대 평등육아’란 이름으로 연 집담회엔 직업과 육아의 병행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각자의 경험과, 휴직·사직 뒤 오는 ‘독박육아’의 우울, 경력 단절로 인한 자존감의 훼손 같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엄마들은 상당수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19대 국회 임기 중인 2015년 초 딸을 낳은 장 전 의원은 “젊은 여자를 뽑아놓으니 애 낳는다고 쉰다는 소리 들을까봐 국회에서 임신·출산에 당당하지 못했다”며 “아르헨티나 여성 의원이 국회에서 모유 수유하는 모습을 보며 더 후회했다. 내가 더 드러냈다면, 엄마 이야기를 세상에 화두로 던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웠다”며 운을 뗐다.
아이 셋을 뒀다는 오은정씨는 “박사학위를 받고 남편 일 때문에 미국에서 3년 간 경력이 단절된 뒤 돌아왔는데 와보니 일자리 기본요건이 ‘최근 3년 이내 논문 몇 편’이었다”며 “한국 모성정책은 제한적이고 편협하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 만든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0여년 동안 신문기자로 일하다 “아이를 낳고 세상이 친절하지 않음을 느껴 지난해 퇴사했다”는 이고은씨는 “이후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거대한 시스템이 고통을 만들지만 아무도 공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 같다. 엄마들이 연대하고 서로에게 힘이 될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사회가 분리한, 육아의 ‘독방’에 갇혀 경험한 우울을 호소했다. 대학 졸업 뒤 연구조교를 하던 중 임신했다는 권미경씨는 “이후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자연스레 배제됐다. 배려인 줄 알았으나 스스로 그만두게끔 밀린 것”이라며 “일을 그만두고 최근 남편 사업을 도우며 스스로 ‘쓸모’를 느낀다. 이마저도 못 느끼는 이들은 얼마나 우울하고 힘들까 생각한다”고 했다.
남편과 일부러 함께 왔다는 조성심씨도 “둘째를 낳은 뒤 다시는 무엇도 할 수 없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반면 남편은 자신의 일과 가정을 함께 가져갔다. 세상에 구조적으로 배신당했다는 느낌이 들고 내 헌신은 무얼까 싶어 우울했다”고 말했다.
‘분노’는 변하지 않는 현실에 꽂혔다. ‘워킹맘의 딸’이었다는 김신씨는 “30년 전 엄마가 워킹맘이었을 때 모습과 현재 내 모습이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하소연으로 끝낼 게 아니라 ‘엄마의 정치’로 봐야 한다. 사회 이슈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하나 전 의원이 마지막을 맺었다. “국회에 10여년 전부터 저출산·고령화 특위가 만들어져 있지만 변화가 없었다. 돈 아무리 줘도 출산율 안 오른다. 엄마들이 모여 하소연 하고 끝나선 안 된다. 단체 만들고 정치에 참여해야 정치인들이 이야기를 듣는다. 대선 후보들도 그래야 이런 자리에 와서 우리 얘기를 듣는다.”
‘엄마들의 정치세력화’에 공감한 이들은 이날 모임 뒤 스스로 ‘정치하는 엄마들’(준)이라 이름 지었다. 대선 뒤인 다음달 중순께 다시 모임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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