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19] '늙은 남성'의 규범에 갇힌 한국정치... 여성청년이 세대교체 이끈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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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6-03-21 11:04 조회3,69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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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주최
‘여성 청년 후보자들의 토크쇼,
마이너리티 리포트’ 현장에서
2016년 한국 정치 길을 묻다
청년 세대의 정치세력화가
한국 정치판 바꾸는 원동력 될 것
유권자들이 지닌 고정된
성별 역할에 도전한다…
여성 청년 후보들,
남성중심적 정당 질서에 균열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지난 14일 서울 인권중심 사람 2층 다목적홀 한터에서 ‘여성 청년 후보자들의 토크쇼,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열었다. 비례대표 확대와 지역구 여성 30% 공천 등 지난 해 정치제도 개혁을 위한 많은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좌절된 현재 거대 양당은 정치의 의제가 아닌 정치인의 생사를 두고 20대 총선을 이끌고 있다.
여성, 청년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치 공간이 더욱 협소해지고 있는 지금 이 행사에서 제도 밖에서 제도 안을 향한 여성 청년 후보자의 목소리를 통해 2016년 20대 총선을 한 달 앞둔 현재 한국 정치의 길을 묻고자 했다. 소수정당의 ‘여성’ ‘청년’은 소수성을 배가시키는 것이었으나 그녀들이 대변하는 이들은 결코 소수가 아니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취업, 주거, 연애, 결혼 등 청년 세대가 경험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여성 청년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들은 정치적 소수자다.
여성 청년을 대표하는 후보자들
이 자리에 함께한 김주온 후보(녹색당·비례), 문정은 후보(정의당·광주 광산을), 하윤정 후보(노동당·서울 마포을)은 각자 서 있는 위치에서 여성 청년의 문제와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며, 그녀들의 위치성에서 경험하고 있는 정치·정당·선거 공간의 의제를 나누었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국회의원들의 85%는 평균 연령 55세의 중년 남성입니다. 단순히 남성이 많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특정한 연령대 남성들의 시선과 경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정치가 다양한 사람들을 대변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입니다. 이는 여성과 소수자가 소외된 불평등의 정치입니다.” 하 후보는 이렇게 출마 선언을 밝혔다.
“저는 IMF 세대입니다. 흙수저와 헬조선의 청년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IMF 세대입니다. 그 시절은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무엇보다 두려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경쟁자를 무참히 짓밟고 일어나야 나의 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에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문 후보는 청년·비정규직·청소년·자영업자·노동자·장애인·여성·농민을 살리는 밥그릇 싸움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후보는 “조건 없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본소득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을 위해 필요하기에 더 이상 기본소득은 희망고문이 아닌 희망이 되어야 하며 이번 총선을 그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녀들은 이미 한국 정치의 희망이 되었다. 각자가 속한 정당의 차이와 조금씩 다른 의제들로 국회 진입의 포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소수 정당의 여성, 청년이라는 후보자들의 정체성은 비슷한 경험으로 고민을 나눌 수 있게끔 됐다.
“결혼은? 아이는? 며느리 삼고 싶네요”
문정은=다른 후보들은 명함을 주면 그런 질문을 절대 안하는데 저한테는 그것만 물어요. “후보가 당신이냐?” 그 다음 많이 듣는 질문은 “결혼은 했니?”, “아이가 있니?”에요. 이 질문들이 빠지지 않아요. 지난 선거부터 중매해주신다는 분이 너무 많아요. 이 동네 남자 만나 애를 낳아야 당선 된다면서. 저한테 이번 총선 전략에 있어 중요한 게 출산과 결혼이라는 거에요.
하윤정=중앙정치에서는 누가 젊으냐를 가지고 경쟁하지만 지역에서는 나이가 있는 것을 어필하는 게 더 중요하더라구요. 또 다른 사람들은 정책이나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왜 나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거듭 질문 받아야 하나 싶어요. 그래도 젊은 여성이면 사람들이 한 번 더 관심 갖거나, 오히려 여성들은 부정 부패를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사람들이 보기도 하지만…. 또 그런 이미지들로 너무 빨리 소비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죠.
김주온=우리는 왜 결국 또 뒷담화하는 것처럼 이런 자리에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싶어요. 제가 어떤 행사에 참여했는데 다 마치고 나서 한 분이 “아, 후보님이셨군요. 며느리 삼고 싶다”고 그러시더라구요. 저는 그 분의 선의를 의심하진 않지만 아쉬움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러던 찰나에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는 문제제기를 주변 분들이 하시더라고요. 여기서 희망이 보이는 거죠.
여성 청년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만날 때 그녀들이 가진 정치의 포부보다 ‘젊은 여성’으로 치환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정치가 여전히 ‘늙은 남성’의 규범에 갇혀 있다는 것을 역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 청년 후보자들의 ‘젊은 여성’됨의 경험은 선거운동 공간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남녀동수를 실현한 녹색당에서도 여전히 남성 주도의 현실과 마주해야 하고, 11명의 후보 중 6명의 여성 후보를 내세운 노동당에서도 당내 주요 직책들은 남성이 맡고 있으며, 정의당에서도 여성 청년 후보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여성 청년들이 후보자로 나서는 선거운동은 정치 일반 유권자들이 지니고 있는 고정된 성별 역할에 대한 도전이자 남성중심적 정당 질서에 균열을 내는 유의미한 시도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성공한 여성 정치인 되겠다”
여성에게 경제적 자립권을 보장해 줄 기본소득을 20대 국회의 의제로 삼고자 하는 만25세의 김 후보는 당선된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정규직의 노동권 보장을 외치는 하 후보는 비록 이번에 당선되지 않더라도 국회 진입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한시적인 청년 세대임을 내세우기보다 여성의 정체성으로 마침내 성공한 여성 정치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IMF 세대로서 청소년 운동으로 출발한 문 후보는 청년 세대의 정치세력화가 결국 한국의 정치판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장기적 전망 속에서, 남녀동수 300명 청년후보와 함께 21대 총선에서는 정치판의 세대교체를 이끌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세 명의 여성 청년 후보자들과 함께 한 2시간 30분의 간담회는 여성 정치의 재생과 한국 정치의 변혁에 대한 기대를 새롭게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행사 마지막에는 ‘청년들의 밥그릇을 지키는 페미니스트 정치인 상’(문정은), ‘알바들의 갓치 페미니스트 정치인 상’(하윤정), ‘기본소득을 27번 외치는 페미니스트 정치인 상’(김주온)이 각 후보자들에게 수여됐다. 그 날 행사를 촬영한 박봉남 감독에게는 공로상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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