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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9] (머니투데이) "남혐-여혐...'男女 갈등 폭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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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6-12-30 13:28 조회3,2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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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혐 - 여혐… "男女 갈등 폭발하다"

[2016 '키워드'로 다시 풀어보는 한국사회-1] 강남역 여대생 살인사건으로 갈등 '폭발'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입력 : 2016.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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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시민들이 21일 서울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 행진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 5월 시민들이 21일 서울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 행진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 5월 17일 발생한 서울 강남역 여대생 살인사건은 잠재됐던 '성 대결'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여성들은 이 사건을 단순히 '남의 일'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 일상의 위협이라고 여겼다. 사건 피의자가 '조현증'(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함께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게 원인이 아니라 여성을 혐오했던 남성이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벌인 '여성혐오범죄'라는 분석이 확산됐다.

문제 의식은 살인사건이 벌어진 강남역 주변에 추모글을 담은 '포스트잇'(메모지)을 붙이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때부터 사람들은 '남과 여'로 나뉘어 서로를 물어뜯었다.

이 논쟁을 주도했던 것은 여성 측의 '메갈리아'(메갈)와 남성 측의 '일간베스트'(일베)였다. 메갈은 그간 일베가 꾸준히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으로만 여겼던 행태를 비판했다. 일베는 메갈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을 억울해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메갈은 '미러링' 기법을 통해 그동안 받은 핍박(?)을 돌려줬다. 남성을 비하하거나 성적인 대상으로 묘사해 깎아내리고 이들이 이제껏 주장했던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강남패치, 한남패치 등을 만들어 불특정 남성들의 신상을 털어 '인민재판'식 공개를 이어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일베의 행동이 사회의 보편적 가치에서 벗어났던 만큼 메갈의 극단적 사례는 사회로부터 크게 환영받진 못했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일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범죄, 성폭력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여성 CEO, 고위 관료, 남녀 임금 불평등으로 볼 수 있는 양성평등 지표 또한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데이트 폭력의 경우 2012년 7584건이 발생한 이래 2013년 7237건, 2014년 6675건으로 감소했으나 2015년 7692건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 2016년 7월 말까지 발생한 데이트범죄는 5172건이다. 경찰청이 지난 2월 발족한 '연인간 폭력 태스크포스(TF)' 활동현황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범죄 피해자의 79.9%가 여성이었다.
 
남혐 - 여혐… "男女 갈등 폭발하다"

2014년 성범죄 발생건수는 2만9863건. 9년 전인 2005년(1만1551건)보다 약 2.5배 가량 증가했다. 1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도 늘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3~20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2005년 714건에서 2014년 2564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한 영국 매체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고등교육과 남녀 임금격차, 기업임원과 여성국회의원 비율 등을 점수로 매긴 '유리천장 지수'에서는 한국이 100점 만점에 25.6점에 그쳐 OECD 대상국 중 28위로 꼴찌를 차지했다.

반면 대졸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과 대졸자 이상 중 경제활동인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다. 결국 이번 사건을 그동안의 억압되면서 응축됐던 에너지의 폭발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번 남혐·여혐 사건이 청년세대의 경제상황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남녀가 대립하고 결혼을 두고 남녀가 대립하게 됐다는 얘기다. 
 
남혐 - 여혐… "男女 갈등 폭발하다"

대졸 취업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16만1538명에서 2014년 16만5706명으로 늘었다. 반면 남성 대졸 취업자는 같은 기간 17만4000여명에서 16만1480명으로 줄었다. 지난 10월 청년실업률이 13년 만에 최고치인 8.2%를 기록한 상황에서 남성은 자신의 일자리를 여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의 이유일 뿐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남녀 불평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운택 계명대학교 교수는 "지금의 현상은 사회가 바뀌고 시대가 요구하는 성역할이 바뀌고 있다"며 "여전히 전통적인 성역할을 기대하다가 좌절감을 느낌은 남성들이 여성을 하나의 '희생양'으로 삼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성평등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부족하고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오랫동안 지속돼 왔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번 남혐·여혐이 여성 권리 신장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일가정 양립, 성폭력 문제 등 그동안 여성의 불평등이나 고충이 수면으로 드러나 공론화됐던 만큼 이번 성 갈등이 오히려 양성평등을 고민하게 해 준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미영
이미영mylee@mt.co.kr

겉과 속이 다름을 밝히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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