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223] (여성신문) "여성정치발전비 '엉터리' 집행... 정당-여성계 온도차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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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6-12-30 13:27 조회2,937회 댓글0건본문
여성정치발전비를 정당 인건비로 써...여성 유권자 무시
9년 만에 여성정치발전비 운용 실태 토론회가 열렸으나, 인건비 과다 지출로 문제가 된 여당이 불참해 싱겁게 끝났다. 다른 정당들 역시 인건비 지출에 문제의식이 높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민사회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12년간 여성정치발전비 사용 실태 및 집행계획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정치발전비가 도입 취지와 다르게 집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면서 연구가 진행됐다.
여성정치발전비란 정치자금법에 의해 국가가 지급하는 정당보조금의 100의 10 이상을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쓰도록 한 조항에 근거한다. 이에 따라 여성 정치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과 지원을 해야 한다.
권수현 여.세.연 부대표가 여성정치발전비 사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각 당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년 지출에서 인건비 비중을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15년 새누리당은 20억8235만원 가운데 98.5%, 더불어민주당은 18억734만원 중 39.7%, 정의당은 2억1298만원 가운데 67.8%를 인건비로 썼다.
여성정치발전비가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한채 퇴행해 온 외부적 요인으로는 △여성정치발전비에 대한 외부적 감시와 견인이 취약해졌다는 점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집권으로 여성 등 소수집단 목소리가 제도정치권에서 배제된 상황을 꼽았다. 정당 내부적 요인으로는 △여성정치발전비 관리와 집행에서 여성조직이 배제되고 당 지도부가 전권을 갖고 있다는 점 △남성 중심으로 작동하는 정당 운용제도의 성별화된 특성을 지적했다.
다른 당과 달리 정의당의 경우 그나마 여성정치발전기금 운용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돼있어 집행을 결정하지만 여성위원회가 주도하지는 않는다.
인건비 사용은 당연히 문제라는 외부의 목소리와 달리 정당 측은 뚜렷한 반대 입장을 내지 않았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의 경우 “지역 시도당 여성국장의 유급화를 추진했는데 중앙당이나 시도당에서는 여성정치발전비에서 지출해달라는 요구가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성 당직자에게 인건비를 쓰는 것이 인재 양성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옥 국민의당 공동 여성위원장의 의견에는 인건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인건비 지출이 여성정치 발전이라는 목적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했다. 또 정당이 현실적으로 인건비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적정한 선이 어디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그럼에도 여성정치발전비의 목적대로 인건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여성계의 목소리”라고 정당 측의 입장을 정면 반박했다.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제도를 도입하던 당시와 달리 정당 현장에서는 이건 아니다 한 부분이 있었으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며 “정당이 선의로 다 알아서 하는 게 결코 아니다. 법을 정비해 사용 범위를 구체화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정당에 불이익이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논의되는 여성정치의 위기가 남성중심 정치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인재를 양성할 여성정치발전비 운용 개선은 중요한 문제지만 토론회 현장은 썰렁했다.
주최측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에 여성위원장의 토론 참석을 요청했으나 새누리당은 당내 상황을 이유로 여성위원회 이음재 부위원장의 참석마저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국민의당 공동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정희 전 의원의 빈자리는 컸다. 정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여성정치발전기금 운용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발의한 전문가다.
이날 참석자는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 이옥 국민의당 공동여성위원장, 류은숙 정의당 여성위원장,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여성국장 등이다.
주최 측은 “각당 여성위원장들이 모두 참석해 각당의 지도부를 향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했으나 정국 상황 때문에 다 모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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