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517] (경향) [혐오사회] 6회 겹겹의 젠더 불평등 해소, 남성에게만 맡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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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6-05-17 15:43 조회3,373회 댓글0건본문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
■젠더 불평등은 한국 정치 불능의 결정판
젠더 불평등은 한국 사회의 적신호다. OECD 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는 2014년 기준 37.4%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65세 이상의 여성 노인 빈곤율도 같은 해 기준 47.2%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이다. 한편 강력범죄의 증가 추이는 범죄 피해자의 여성 비율 상승과 동반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1995년 29.9%에서 2000년 71.2%로 급속히 상승한 후, 꾸준히 증가해 2013년 통계에 따르면 90.2%에 이르렀다. 이런 수치는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의 2008년 각국 살인사건 피해자의 성별 통계를 보아서도 한국의 상황은 타국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계에서 치안 순위 1등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여성은 안전하지 않다.
여성에게 한국은 그야말로 ‘헬’이다. ‘헬조선’에서 아이와 노인, 청년과 장년, 여성과 남성, 누구의 삶이 더 피폐한가를 경주하는 것만큼 소모적인 일이 없겠으나, 젠더 불평등은 일반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모순의 핵심에 있는 만큼 더 많이 이야기되어야 한다. 허나 젠더 불평등은 너무나 익숙한 사회적 관습의 실천이고, 여성혐오는 유구한 전통이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불평등한 젠더 질서와 타협하고 각축하며 살아간다. 비록 1898년 “여성은 귀먹고 눈 어두운 병 신이 아닌 남성들과 평등한 권리를 가진 온전한 인간”임을 선포한 여권통문(女權通文)으로 시작된 한반도의 여성운동은 기나긴 역사를 가졌지만, 기존 젠더 질서에 저항하는 여성들은 미치거나 사납거나 이상한 외로운 소수에 불과했다. 이상한 소수 여성들의 결사체들은 실제 많은 것을 바꿨지만, 많은 것들은 변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변화하지 않는 젠더 불평등은 한국 정치의 불능의 상태와 직결되어 있다.
■20대 총선과 여성 - 부실한 할당제, 그나마 17%의 버팀목
한국 정치의 역사에서 직선제 개헌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여성의 얼굴을 갖고 있지 않다. 17대 총선 이후 여성의 비율이 두 자리 수로 진입했으나 이는 미미한 할당제의 효과이다. 할당제 도입은 여성정치세력화를 강조한 1995년의 북경여성행동 강령이라는 국제 사회의 압력과 여성친화적인 김대중 정부, 그리고 그것을 견인한 여성운동의 성과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할당제를 실행하게 된 구체적인 국회의 정황을 살펴보면, 참으로 기만적이다. IMF경제위기의 여파로 인한 고통 분담의 취지로 16대 국회의 전체 의원 정수는 273명으로 이전보다 26명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16대 국회는 다시 의원 정수를 반등하기 위한 명분으로 당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세계 수준에 걸맞는 여성 의원의 증가 필요성을 앞세웠다. 그러나 막상 입법 결정 과정에서는 지역구의 양성평등선거구제 및 지역구 여성의무공천제도가 “위헌”이라는 명목으로 거부되었으며(그리고 그 곳에 김무성이 있었다), 적은 비율의 비례대표 의석에서 50% 여성 할당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효과는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당시 전체 의석의 18.7%(2016년 현재 15.6%)에 불과한 상황에서 할당제의 효과는 10%대가 그 한계치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여성 국회의원 수.
따라서 현재 여성의원의 증가폭을 늘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와 지역구에서 여성 의무 공천을 위한 제도가 강제화 되어야 한다. 그러나 20대 총선 전 수도권과 농어촌의 표 가치의 등가성 2대 1의 원칙으로 제시된 선거구 재획정 논의에서 집권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물론 지금은 새누리당으로 갔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조경태를 빼놓을 수 없다) 다수 의원들은 비례대표는 “홍위병”, “반쪽 정치인”, “낙하산”이라는 무수한 말들을 내뱉어 내며 비례대표 의석 7석으로 줄이는 결론으로 이끌었다. 여기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 양정례·김노식 비례대표 의원직에 대한 ‘공천 헌금’을 받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으며, 그로써 표의 불비례성 완화 및 정치적 소수자 및 전문직, 다양성을 위한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헌법에 의해 보장된 비례대표 의미를 훼손시켰던 장본인이었던,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비례대표 무용론을 내세웠다는 사실은 명시되어야 한다. 당시 최연소 여성 비례대표 후보 1번의 양정례(31)는 사람들 머리 속에 의원직을 산 “비례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이내 정치권에서 사라졌던 반면, 의원직을 팔았던 서청원(73)은 현역 8선이라는 최다선으로 국회 고령화에 기여하고 있다.
2009년 5월18일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기에 앞서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 대표가 말하는 사이 양정례 전 의원의 모친 김순애씨가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비례대표직이 이렇게 기득권 정치에 줄서기의 오명으로 폄하되고 있지만 비례대표는 정치 신인의 충원 과정으로 지역구 등판의 주요 경로가 된다는 점도 비례대표의 존재 이유가 된다(유승민, 김한길, 나경원, 박영선도 비례로 시작했다). 물론 다수의 여성 의원들이 비례 경력으로 지역구에 도전하여 미약하나마 여성 의원 비율 신장 효과를 낳고 있지만, 지역구는 남성 정치인들의 자기 영토화 되어 있다. 19대 총선에서 한명숙 대표가 이끌던 민주통합당에서 여성 지역구 공천을 (당헌·당규에 명시된 허울뿐인 30% 대신) 15%를 실현하겠다던 당의 방침은 ‘이대 라인’, ‘후보 자질’, ‘이중 특혜’, ‘당헌 위배’ 등을 내세운 정청래를 위시한 지역구 남성 예비후보자들의 거센 반발에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비록 김종인은 비례로만 5선을 했지만, 비례대표는 재임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으로 이주자 및 보편적 아동 인권을 대변했던 이자스민과 미싱사를 비롯한 소상공인을 대표했던 전순옥의 비례 재선 신청은 묵살되었다. 그리고 새누리당 19대 비례대표 여성 의원 전체 13명 중 지역구에 도전한 10명의 의원 전원 당내 경선에서 패배해 본선에도 진출할 수 없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 중 의정평가 상위 10위권에는 여성 8명이 포진했던 것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 중 지역구 공천을 받은 5명은 모두 남성이었다.
이런 상황은 당시 민주통합당의 19대 청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가 맹활약을 펼쳤던 김광진·장하나의 경선 탈락이라는 결과와 흡사하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청년비례대표 경선 제도는 당시 ‘슈퍼스타K’ 방식을 차용해 약 한 달 동안 심사를 진행했다. 380여 명이 지원한 가운데 서류 심사, 심층 면접, 청년 캠프, 최종 16인 토론, 청년선거인단 모바일 투표(3일)를 진행해 최종 4명을 선발했고, 2명(김광진, 장하나)을 당선권에 배치했다. 이번에는 경선 과정의 간소화를 추구했으나 김빈 예비후보의 탈락, 합격자 김규완 예비후보의 자격박탈, 최유진 예비후보의 ‘사전 과외’ 논란이 이어지자 당규 제13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규정에 부칙으로 “(기존 원칙에도 불구하고) 비대위 의결로 제20대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후보자 선정 및 확정 방법을 달리해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며, 청년비례대표 관련 당규를 개정하였다. 더 나아가 당헌102조 5항은 ‘청년, 노동분야는 해당 전국위원회에서 선출한 2명의 후보자를 우선순위에 안분한다’고 규정에도 불구하고 교호순번까지 위반하며 여성 청년 여성후보 정은혜를 15번이 아닌 16번에 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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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향한 경주를 생중계했던 20대 총선의 결과는 평균치 국회의원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형상으로 나타난다. 대학원 이상의 학력으로 평균 41억대 자산을 보유한 국회의원 직업을 지닌 55.5세의 남자. 20~30대는 19대 국회 9명에서 3명으로 60% 감소한 반면, 19대 국회에는 없었던 70대 이상 국회의원이 5명(최고령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75세)에 달한다. 그 결과 20대 총선 당선자(300명)의 평균연령은 55.5세로, 19대 총선(53.9세)보다 두 살 가까이 더 늘어났다. 이는 제헌국회(1948년) 평균 47.1세보다 8살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20대 국회의원 여성 비율은 지난 19대 47명(지역구 19명 + 비례대표 28명)에 비교해 51명(지역구 26명 + 비례대표 25명)으로 1.3% 미약하나마 상승하였다. 이 약진은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37명 의원 중 18명이 여성 의원이었다는 점이 방증하듯, 더불어민주당 여성 당선인 17명의 노력이 견인차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부유한 중년 남성, ‘아재’들로 구성된 국회는 국가 경제나 서민 경제에 관심이 훨씬 적을뿐더러(박명림, 2016), 불평등한 시스템에서 무한한 특혜를 누리는 집단으로서 헬조선이나 젠더 불평등은 남 일에 불과하다.
■여자가 정치하면 달라? 우선 여성 30% 해보고 얘기하자
국제투명성기구의 2015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북유럽 국가들 중 덴마크는 1위, 핀란드 2위, 스웨덴 3위, 노르웨이 5위를 기록했다.
여성 정치 할당제를 통해 여성 의원 비율을 40%대로 견인한 북유럽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은 정치 부패 지수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그 외에 여성 관련 입법안의 증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의정 활동의 질을 높임으로써 국회의 사회적 책무성을 높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남성 의원들의 경쟁력도 높였다고 평가된다. 한국은 여전히 여성의원 비율이 여전히 10% 대에 머물러, 그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나, 2011년도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16대에서 18대까지 여성의원 증가에 따른 의사결정과정과 의정활동에서의 변화에 대한 연구에서 이와 유사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여성 의원이 많을수록 정치의 품질을 높이고 그 결과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르완다이다. 1994년 내전에서 약 100일 동안 1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종족 학살 이후, 한 집단이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치로 제시된 임계치인 30% 여성 할당제를 실시한 후 여성 의원 비율이 63.8%로 세계 1위를 점하고 있는 르완다는 성평등 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관련기사▶ [행복기행]‘종족 말살’ 제노사이드 겪은 르완다···‘여성의 지옥’서 성평등 국가로 )
그러나 이러한 당위적 명제는 여전히 불편하다. 열거할 수 없이 수많은 실정(失政)을 거듭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도 여자고, “여자가 똑똑해 보이면 밉상”이라던 김을동도 여자다. 더구나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다수의 여성 의원들은 부당한 권력에 아첨하여 공천권을 따내지 않았는가. 대부분의 남성 의원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 여성은 주부로서, 노동자로서, 농민으로서, 성소수자로서, 장애인으로서, 빈민으로서, 또한 엘리트로서, 자본가로서 존재한다. 그리고 여성은 정치적으로 진보적일 수도, 보수적일 수도 있다. 즉, 여성은 단일한 존재가 아니다.
기득권 여성들이 권력에 집착하는 것은 기득권 남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14년 6·4지방선거와 한국정치 토론에서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남 거주 여성과의 집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고개 숙인 남성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고백”은 남성지배의 사회에서 기득권 여성들의 꺾인 욕망과 성별화된 상실감의 표현일 것이다. 서구 여성들은 참정권 쟁취를 위해 신체적 성과 정치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음을 주장했으나, “여성의 배제에 항의하려면 여성을 대표해 행동해야 했고, 그래서 그토록 부정했던 바로 그 차이에 호소”해야 했다고 조안 스콧은 밝혔다. 여성이 남성과 “다른” 정치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성차를 강화하고, 남성의 젠더는 그대로 둔 채 여성의 젠더를 부각시키는 역설을 낳으며, 여성에게는 이중 속박의 기제가 된다. 보수 여성 정치인의 존재는 여성 정치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기보다, 대표와 대의의 간극을 표상하는 대의민주주의의 모순으로 읽혀야 한다. 또한 여전히 10%대에 불과한 여성 의원의 비율로 여성 정치의 효과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2012년 5월2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가운데)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을동 의원(오른쪽)의 경례를 받으며 웃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여성 정치는 n의 정치를 위한 출발점
그럼에도 여전히 고루하게 여성 정치를 말하는 것은 앞서 시작한 젠더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결국 국회의 몫이며, 이 역할은 남성 의원들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성차는 개개인에게 귀속되는 특질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에 편입할 때 거부할 수 없는 필터링의 기제가 된다. 또한 젠더 불평등은 더 이상 여성과 남성 사이의 권력 불균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원화된 여성과 남성의 구분선에서 존재가 삭제되는 성소수자의 정치는 20대 총선의 중앙 무대에 올랐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온데간데없이 동성애와 무슬림 혐오를 앞세운 기독교 정당(기독자유당 2.63%, 기독당 0.54%)이 분열되어 있지 않았다면 원내 진입을 했을 것이다. 나영이 주장하듯, 동성애 반대는 이원화된 젠더 질서를 고착시키고 성적 자유를 억압하며, 젠더 불평등을 강화하는 기제가 된다. 하기에 젠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성 정치는 동성애 반대에 반대를 해야 하고, 여성 정치의 대표 주자인 진선미·남윤인순은 이에 앞장서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재선이 고맙고, 청년 정치인 김광진·장하나의 경선 탈락에 속이 쓰리다.( 관련기사 ▶ [혐오사회]3회 정계-재계-보수 개신교계의 혐오선동 네트워크 )
그렇다면 어떻게 여성 정치를 확장할 것인가? 우선 여성 정치 할당제의 강화이다. 여성 50% 할당을 보장 비례대표 의석의 축소는 결국 여성의원 비율의 감소를 낳을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던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여성후보 비율을 60%로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결과적으로 그 비율은 각각 59.1%와 55.9%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보자면, 새누리당은 27-31번, 39- 41번, 43-44번까지 여성에게 배정하고, 더불어민주당은 30번부터 34번까지 모두 여성에게 배치했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은 당선가능한 순위라고 점쳐졌던 15번에 남성 후보를 배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정당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그 후보자 중 100분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되, 그 후보자명부의 순위의 매 홀수에는 여성을 추천하여야 한다”고 명시된 공직선거법 제47조(정당의 후보자추천)의 3항을 위반하였다. 이러한 위반 사례는 원외 소수정당 중에서 상당히 많이 발견된다. 기독자유당은 비례대표 후보 10명 중 9명을 남성에게 배정했으며, 통일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 4명을 모두 남성에게 배정했고 기독당도 3명 중 2명을 남성에게 배정하였다. 이외에도 일제·위안부·인권정당, 개혁국민신당, 불교당, 한국국민당은 비례대표 한 명을 모두 남성에게 배정하였다. 그러나 비례대표의 교호순번제에 대한 강제이행조치가 없어 이러한 위반 사례에 대한 제재할 수 있는 기제가 없다.
하고 있는 비례대표의 크기를 키우는 것, 그리고 비례대표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 지역구 여성 30% 할당을 강제하는 것 등이 현실적으로 제시되는 대안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안들은 단지 여성 의원수의 증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년층의 정치 신인과 소수 정당이 원내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즉, 할당제는 정치를 정상화하는 유효한 개혁의 도구가 된다. 유엔여성기구의 성평등 캠페인에서 보듯 최근 여성의 정치대표성에 대한 국제적 규범은 30에서 50-50으로 이동 중이다. 이 경향은 2000년 대 초부터 프랑스, 벨기에, 포르투갈 등의 유럽 국가에서 시작하여, 2000년대 후반에는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볼리비아 등의 남미 국가들이 뒤쫓고 있다. 멕시코도 2014년 2월 개헌을 통해 동수를 도입하였고, 그와 동시에 이를 준수하지 않을 시 제재 조치를 강화하여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1997년에 14.2%에 불과하던 여성 비율은 2007년 22.6%, 그리고 동수법이 통과한 이후 2015년 선거 결과 42.5%에 달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50-50 캠페인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최근에는 세네갈에서 동수법이 통과되었다. 남아공 최대 정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또한 동수의 원칙을 반영하고 있으며, 튀니지는 2011년 동수법을 도입한 최초의 아랍 국가가 되었다.( 관련자료▶ UN WOMEN Planet 50-50 by 2030 )
이렇게 남녀동수(parity)를 채택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정치의 위기를 모색하기 위한, 다시 말해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급진적 기획으로 동수를 상상했다는 것이다. 20대 총선은 한국 사회의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앞서 그 결과를 면면히 살펴보았듯이 20대 국회는 고령화·보수화되었다. 여성 의원은 세계 평균 22.3%에도 못 미치는 17%이며, 20-30대 의원은 3명에 불과하고, 정의당 6석을 제외하고 진보 정당의 원내 진입은 좌절되었다. 한국의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젠더 불평등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행복추구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정치는 답해야 한다. 이를 위해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판을 기획할 때 남녀동수는 한국 정치의 독점 구조를 해체하고 한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견인차가 될 것이며, 젠더 불평등에 태클 거는 완전하지 않으나 주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동수의 국회는 ‘n’의 다양성을 잉태하기 위한 최초의 복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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