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19] 출마했더니 질문이 "아가씨가 왜...."(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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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6-03-21 11:02 조회3,29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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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에 ‘청년’은 없다. 그런데 ‘여성’ 청년은 더 없다.
오는 4월13일 열리는 제20대 총선에 등록한 예비후보자수는 18일 현재 1667명. 이중 여성 후보자는 172명이다. 이중 40세 미만 여성 후보자는 29명이다. 전체 예비후보자의 1.73%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은 지난 14일 20대 총선에 출마한 여성 국회의원을 초청해 ‘여성청년후보자들이 말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여세연은 “소수정당과 여성에게 가해지고 있는 불평등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여성청년 후보’들이 선거 국면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을 듣고자 좌담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사람’에서 열린 토론에는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정의당 문정은 후보(30), 김주온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26) 그리고 하윤정 노동당 국회의원 후보(29·서울마포을)가 참석했다. 세 후보는 정치 활동을 해오며 느낀 고민을 나눴다. 2시간30분 동안 이어진 토론회 내용을 요약했다.
■사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문정은 = “정의당에서 활동하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꿈꾸는 청년이다. 정의당 부대표, 대변인 등 대부분 이력은 정당 활동에 관한 것이다”
김주온 = “녹색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나오기 전까지 당원이긴 했지만, 직책을 가진 건 아니었다. 기본소득 운동을 4년 정도 해온 활동가다”
하윤정 = “혼자 살고 있는 1인 가구 여성이며, 비혼 여성이다. 개인적으로는 임시완이라는 연예인을 매우 좋아하는 덕후로 살아가고 있다.(웃음) 알바노조 활동을 해왔고, 최근 여성으로 한국사회에서 산다는 것에 많은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사회: 각자 소속해 있는 정당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주온 = “2012년에 녹색당에 가입했다. 녹색당 활동이 나 스스로를 속이지 않아도 되는 활동인 것 같아 택했다. 녹색당은 생활인이자, 정치인이 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최선의 선택이었다. 한국은 아직 녹색당이 정치인이 나올 때가 아니야, 시기상조야,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어이가 없었다. 저에겐 녹색당 당원이 되는 것도 미룰 수 없는 문제였다”
하윤정 = “학생 때 소위 말하는 ‘운동권’이었다. 대학시절 중증 장애인 목욕 보조 활동을 했는데, 그곳 선배들이 당원이었다. 자세히 정당을 알고 가입한 게 아니라 자연스레 가입했다.(웃음) 당원이 된지는 7년, 8년쯤 됐다. 노동당은 원외정당이긴 하지만 많은 당원들이 일상에서 한 명의 정치인으로, 활동가로, 연대도 열심히 하는 정당이다. 이런 점이 기성정당과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
문정은 = “학창시절부터 청소년 두발자유화 운동을 했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대한 각별한 탐색기를 거쳤다. 당원이 아닌데 활동 열심히 하는 부류였다. 두 거대 정당은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별로 안 했다. 우리 부모님이 종부세 낼 부자는 아닌 거 같고….(웃음) 진보정당이 조금 투박하고 낯설기는 하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에서 대표되지 않은 목소리를 담는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느꼈다”
■사회: 각자 몸담고 있는 정당의 부족한 1%를 꼽으면?
하윤정 = “노동당이 너무 남성이 과다대표되고 있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회도 85% 남성이고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이다. ‘아재 정치’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총선 출정식이 있었는데 선대본장들이 한 명 빼고 다 남성이었다. 당의 주요한 직책도 대부분 남성이다. 노동당 정책을 봐도 남성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는 아주 우연히도 비례대표를 포함해서 11명의 후보가 출마했는데, 5명이 여성 후보다.
문정은 =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청소년 당원제에 관한 내용이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청소년 운동을 경험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사실 한국 정당법에서는 청소년이 당원이 될 수 없다. 2012년까지는 정의당이 청소년 당원제를 인정해왔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더 후퇴한 느낌이다. 현재는 투표권이 없는 반쪽짜리 청소년 당원제다. 다른 하나는 ‘개저씨’(개념없는 아저씨)와 관련된 것이다. 진보정당은 조금 나을 수도 있지만 천국은 아니다. 나이주의, 학벌 이런 게 진보정당만이 아니라 진보진영 전반에 널리 퍼져있는 데, 여전히 고민이 많다”
김주온 = “저는 세 가지 정도를 꼽아봤다. 일단, 너무 열악하다. 기대 이상으로.(웃음) 경제적으로 열악하다보니, 모금하는 데 에너지가 정말 많이 투여된다. 당원들이 부끄러움이 많다. 부끄러움을 타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선거에 후보로 나갈 사람이 필요한 건데, 후보만 안 하겠다는 분들이 너무 많다. 마지막으로 여성 당원은 전체 당원의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당원은 이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
이어 세 후보는 모두 입을 모아 ‘아재 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이어갔다. 하윤정 후보가 언급한 ‘아재 정치’는 50대·남성 중심의 정치를 일컫는 말이다. 김주온 후보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여성후보들이 10%도 당선이 안 됐는데, 그때도 여풍이 불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정은 후보도 “한국 정치에서 성평등은 최근에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이 여성이 너무 똑똑하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대통령도 여성인데…”라고 했다.
■사회: ‘여성’ 그리고 ‘청년’ 정치인이기에 불편함, 부당함을 느낀 때는?
문정은 = “유세하면서 명함을 나눠드리면 ‘네가 후보니?’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질문은 ‘결혼은 했니?’, ‘아이는 있니?’라고 물어들 보신다. 어떤 분은 저한테 이번 총선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결혼과 출산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연애, 결혼, 출산이 사회 이슈니까 결혼과 출산을 한 당사자로 선거에 나서면 유리하다는 취지의 조언이었다. 웃픈 일이다”
김주온 = “저도 지역에서 가서 후보라고 설명하기 전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제가 녹색당 이계삼 후보님이랑 같이 있으면 이름도 안 물어본다. 후보라고 밝혀야 ‘아, 후보님이셨군요’라고 한다. 어떤 분은 며느리 삼고 싶다고 하시더라. 물론 칭찬이고 좋은 말인데, 저는 거기서 선의를 의심하지는 않지만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윤정 = “너무 공감이 된다. 2년 전에 서울 마포 지역에서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다른 후보들하고 인사를 하는데 어떤 분은 ‘왜 출마했어요?’라고 물어봤다. 유세를 하면 본인이 후보냐고 묻는 분도 많고, 100명 중에 90명은 ‘아가씨’냐고 물어본다. 결혼 여부를 묻는 거다. 요즘 중앙정치에서는 누가 더 젊은지 경쟁을 하지만, 지역구에서 유세를 할 땐, 약간 나이든, 그러니까 경험이 있는 느낌으로 어필을 해야한다. 아무래도 유권자분들 나이가 있으시기 때문에…”
문정은 = “여성 청년들에게 가해지는 질문이나, 차별적 요소들이 단순히 남성에게서만 오는 것처럼 착각하기 쉬운 데 그렇지 않다. 꼭 남성들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성, 어린 사람들에 대한 이중적인 차별이 있다는 걸 지적하고 싶다”
하윤정 = “청년의 이미지로만 비춰지는 것도 경계한다. 젊고 신선한 청년의 이미지로 너무 빨리 소비되는 거 같다는 선배들도 있었다. 일부러 선거에 나오면서 청년이라는 말을 안 쓰고 있다. 청년 정치인이 청년만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청년일 때만 정치할 것도 아닌데…. 나이로 규정되지 않는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김주온 = “저는 비례대표로 출마해 상대적으로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는 시간이 적어 결혼, 연애, 출산과 관련된 질문은 덜 받는 것 같다(웃음)”
문정은 = “저는 청년을 살리는 밥그릇 싸움을 하겠다고 슬로건을 내걸었다. 제가 이야기하는 청년은 창의력, 높은 생산성을 담보하는 나이대, 20대에서 30대를 의미한다. 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는 시기가 길어져야 위정자 입장에서도 유익한데, 요즘 청년들은 불안하다”
하윤정 = “청년정치는 범람하고 있다. 근데 청년이 뭔지,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계급도 아니고, 정당마다 규정하는 나이도 다르고, 우리가 생각하는 청년들의 모습도 다 다르다. 청년 정치인들이 능력이나 내용보다는 청년당사자로 소비되고 있고 오히려 청년이라는 점에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일반적으로 ‘청년’을 칭할 때 미처 다 포함되지 못한 소수자들이 있을 것 같은데…. ‘청년’ 담론을 대체할 만한 대안은 찾지 못했다”
문정은 = “사실 국회에 저 같은 청년도 들어가고, 탈핵문제에 관심 있는 들어가고, 노동문제와 알바 문제 대변하는 청년도 들어가면 굳이 청년을 ‘청년’이라고 호명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은 청년들의 지분이 너무 작다. 그래서 청년들이 나이를 기준으로 한 덩어리로만 묶여서 얘기된다”
김주온 = “비슷한 지점에서 더 많은 여성 의원들이 나와야 한다. 여러 여성 의원의 차이가 구별이 될 만큼. 여성 정치인이 던지는 메시지로 주목받으려면 일단 여성정치인이 많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아닌 ‘정치인’ 그 자체로 주목받으면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오롯이 대표될 수 있다”
■사회: 20대 국회에 들어간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하윤정 = “이번에는 선본 내에 따로 여성 선본을 꾸렸다.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여성의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 있다. 욕 먹을까 떨리기도 했지만, ‘몰카방지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홍보 현수막에 담았다. 국회에 가서 꼭 (여성문제를) 풀어내고 싶다”
김주온 = “오랫동안 준비하고 공부해온 기본소득을 한국에서 실현하고 싶다. 그리고 성평등 교육에 대한 논의도 하고 싶다”
문정은 = “정부는 지난해 ‘장그래법’이라면서 비정규직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놨다. 웹툰 ‘미생’에서 장그래는 계약직을 마치고 결국 정규직이 안 된 인물이다. 나는 ‘장그래 방지법’을 만들고 싶다. 일할 권리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각 후보의 토론이 끝난 뒤 청중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질문1: 20대 총선 국면의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문정은 = “흔히들 많은 청년들이 많이 진출한 선거라고 보고 계시는데, 저는 20대 총선이야말로 청년들의 무덤이라고 본다. 야권 분열 상황이어서 청년 이슈가 다뤄지지 않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반값등록금이 주된 이슈였다. 4년 뒤 21대 총선에서는 청년 100만 유권자 운동을 하고, 당을 불문하고 300명 청년 후보를 내는 정도의 충격이 아니면 결코 청년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주온 = “청년들이 정치에 뛰어들 수 없는 데에는 현실적 장벽도 있다. 녹색당은 기탁금 위헌 소송하고 있다. 한국은 후보 등록을 하려면 1500만원을 내야 한다. 다른 나라처럼 100만원 정도나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이런 현실적 장벽을 없애도록 하는 노력도 해야할 것 같다”
■질문2: 하윤정 후보는 2년 전 시의원으로 출마하셨다고 했는데,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하윤정 = “그때는 기탁금으로 300만원만 냈지만 이제는 1500만원을 내야하고,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나야하고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아닌 것 같다. 몇 년 뒤 언젠가 당선을 위해서 이번에 출마했고, 가능하면 이제 우리가 얘기하는 이슈처럼 여성정치인, 셩공한 여성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야망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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