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717] (한겨레)" ‘여성 비하’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거취 두고 거센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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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7-07-20 11:55 조회2,896회 댓글0건본문
‘여성 비하’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거취 두고 거센 갑론을박
“그냥 일하게 하자” vs “성희롱 전력 공직 진출 못 하게”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여성을 비하하고 왜곡된 성 의식을 담은 표현을 거듭 책에 써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거취를 두고 지난 주말 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블로그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김경수 의원 “문 대통령 소탈한 모습 보여주는데 적임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탁현민 선임행정관의 선임 배경에 대해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대선 끝나고 청와대에 들어와 도와달라고 여러 사람들이 탁 교수에게 부탁했다. 저도 그중의 한 명이다. 제주에 피신(?)까지 하면서 이제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그에게, ‘당선만 시켰다고 끝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들이댔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경호상의 이유’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이 국민들께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아쉬움이 늘 회한처럼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로 남아 있다”며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참여정부 5년 내내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하면서 느꼈던 안타까움을 그대로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김 의원은 “봉하마을에 귀향해서 국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보여주신 노무현 대통령의 행복한 모습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계실 때에도 경험하게 해드릴 수는 없을까”라며 “그런 일을 해내는 데 탁 교수가 가장 적임일 거라고 저는 판단했고,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추천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금 항간에서 탁 교수에게 쏟아지는 비판도 잘 알고 있다. 그 비판 속에는 사실과 허구가 뒤엉켜 있기도 하다”며 “최근 벌어진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탁 교수 본인이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덧붙이지는 않겠다. 마침 탁 행정관 본인의 인터뷰가 언론에 나왔기에 추천했던 사람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종적인 판단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라며 “다만 그 판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린다”고 했다.
조기영 시인 “태양 노래처럼 탁현민 책도 표현의 자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의 남편 조기영 시인도 지난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상한 아픔들을 발행하고 당신들은 어디로 가시렵니까’라는 제목의 긴 글을 남겼다. 조 시인은 글에서 2010년 고민정 부대변인이 사회를 본 행사를 연출한 인연으로 탁 선임행정관을 처음 만나게 된 인연을 설명하면서 “아내의 문재인 캠프 참여라는 낯설고도 당황스런 국면에서 제안을 한 탁현민은 문재인 후보를 만나기 전에도, 만난 후에도 여러 차례 ‘언제 어디서든 결정을 번복해도 된다고. 그래도 된다고. 괜찮다’고 계속 되새겨주던 그가 나는 몰래 든든했다”고 말했다. 그는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어떤 계기로 여성 문제에 눈을 뜨고, ‘쎈 언니들’ 생각에 동조하며 행동하고 있는 현재의 남성을 두고 과거 잘못을 들어 현재의 그들을 비판하려 든다면 이미 ‘변화해 있는’ 남성들은 일정 부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거의 행동들이 위법이라면 법에 따라 당연히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위법이 아닌 관습과 낡은 관행과 습관적 나태로부터 변모한, 적어도 변모하려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과거의 모습을 들어 비판하려 든다면 ‘내가 이러려고 여성주의로 돌아섰나’하는 본전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썼다. 조 시인은 이어 빅뱅 태양의 노래 <나만 바라봐>에서 “‘내가 다른 여자를 쳐다봐도 너는 나만 바라 보라’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가사를 두고 이 때문에 태양이 무대에 서지 못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며 “모든 작품은 실행하지 않은 실제로서의 행위라는 존재론적 속성을 갖고 있다. 예술 창작의 기본 전제가 되는 표현의 자유는 이런 가상의 현실, 상상들을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 무한하게 펼쳐 보이라는 뜻으로 설계된 현대의 사회적 합의”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제 그 정도 우려먹었으면 되지 않았는가. 우리는 대통령의 품격을 탁월하게 빚어내는 탁현민의 연출을 보고 싶다.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탁현민을 좀 놔둬라, 제발”이라고 썼다.
안도현 시인 “진솔하게 사과한 탁현민 더이상 때리지 마라”
안도현 시인도 자신의 트위터에 “탁현민을 더이상 때리지 마라. 경향신문 인터뷰로 그는 진솔하게 사과했다. 나는 믿는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행사들이 국민 곁으로 바짝 다가간 것은 명민한 탁현민이 있어서다”라며 “현재 진행 중인 일을 잘 마무리하고 탁현민이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리자”라고 썼다.
젠터정치연구소 여세연, 불꽃페미액션, 정치하는 엄마들 등 `탁현민 퇴출을 촉구하는 상식을 탑재한 사람들' 회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여성을 남성의 성적 도구로 대상화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와 폭력을 성적 자유와 문화라고 포장한 탁현민 청와대 의정비서관실 행전관을 경질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덕진 사무국장 “표현의 자유로 탁현민 옹호하는 ‘남성연대’”
하지만 여전히 탁 선임행정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글도 쏟아졌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기영 시인의 글을 비판했다. 김덕진 사무국장은 “개인적으로 고민정 부대변인과 작은 인연이 있고 조 시인과도 인사를 나눈 적이 있기 때문에 화를 내기 전에 그가 쓴 글을 꼼꼼히 읽어봐야 했다”며 “글쓰기가 직업인 사람답게 정제되고 수려한 문장으로 탁현민 행정관을 옹호하느라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가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고 탁현민을 ‘용기 있는 사람’으로 칭하는 부분에서는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썼다. 김덕진 사무국장은 “가수 태양이 불러 인기를 끌었던 <나만 바라봐>와 탁현민의 책을 비교하며 태양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탁현민은 왜 문제냐고 하는 대목에서는 그 어이없는 ‘남성연대’의 끝을 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반박했다.
김 사무국장은 “그의 긴 글 중 ‘탁 행정관의 책이 유별나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그가 대통령의 측근이기 때문이라는 이유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며 “맞다. 그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아마도 겪지 않았을 일이다. 탁현민씨가 대통령과 해외로 여행도 다녀오고 집에서 술잔도 같이 기울이는 측근 중의 측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탁현민씨가 쓴 책들은 참으로 문제가 많다. 그 책들의 글들이 바로 그의 진심이 확실한 것 같아서 더 문제가 크다”며 “그런 그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것이 가장 치명적인 일이며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확실한 이유”라고 썼다. 그는 마지막으로 “조기영 시인처럼 탁현민씨를 옹호하고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탁현민씨가 청와대를 나와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며 “대통령이 등장하는 국가행사가 멋지고 근사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게 또 정권의 명운을 걸만큼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청와대가 기획사도 아닌데 꼭 그 안에 그 대단하다는 행사 연출력을 가두어 둘 필요가 있는가. 아직 늦지 않았다”고 했다.
권김현영 “여성혐오로 우파와 적극 담합한 게 누구인가”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씨도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향에 실린 탁현민 인터뷰를 보니 한 줄 요약이 가능하다. ‘미안하긴 한데, 내 말뜻 그거 아님’”이라며 “갑자기 자신이 쓴 책의 장르를 자전적 에세이에서 소설로 바꾸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권김현영씨는 이어 “‘말할수록 자유로워진다’는 진보(?) 리버럴 마초들이 혐오 표현들을 표현의 자유로, 룸살롱 남성연대를 한국식 성문화로 해석하는 한, 그리고 그들의 말이 여론의 힘으로 지탱되는 한, 이들은 무서울 게 없다는 게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고 썼다.
그는 이어 “‘왜 우리 가지고 그래, 홍준표나 까라’고들 하는데, 그동안 우파들과 부둥부둥해가며 여성과 성 소수자 문제에 침묵하거나 혹은 동조한 건 혹은 혐오 표현을 덧붙여온 건 탁현민 패거리들”이라며 “콘돌리자 라이스를 강간하자는 말을 해서 조중동의 폭격을 맞았던 김용민은 이런 종류의 이야기만 나오면 여당(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의 성 접대 룸살롱 강간사건을 언급하며 ‘더 더러운 게 누구?’ 식으로 나왔고, 김어준은 종종 (돼지발정제) 홍준표를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형님’이라고 말하고, (반동성애 진영의 핵심 혐오세력인) 이혜훈을 괜찮은 정치인으로 포장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체 누가 우파와 연합했다는 건가”라며 “요즘 봤더니 진정 죄 없는 자 탁현민에게 돌을 던지라고 말하는 남자들이 참 많이도 눈에 띈다. 여성과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적극적으로 담합한 게 누구였는지, 대체 누가 탁씨에 대한 정당한 비판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진영논리에 가담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당신들의 사법개혁 검찰개혁 적폐청산 리스트에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영상 사건도 있는지, 고 장자연씨의 성 상납 리스트 재조사도 있는지, 국방개혁은 군대 내 성폭력 문제는 외면하고, 동성애자 색출하는 데 힘을 쏟으며, 질문하는 기자의 손이나 비트는, 현 육군참모총장 장준규를 그냥 둔 채로 할 것인지. 계속 나중으로 미루실 건가요?”라고 썼다.
‘탁현민 퇴출’ 서명운동 “여성 희롱하는 이들 공직 진출 못하게 해야”
탁현민 선임행정관의 퇴출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페이지에서 한 누리꾼은 ‘탁현민 행정관 및 문재인 대통령께’라는 제목으로 “강력범죄 피해자의 90%가 여성이고, 성평등지수가 국격에 걸맞지 않게 거의 바닥 수준인 한국,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성 불평등 및 여성 혐오 문화가 그 원인이라 여기고, 이에 대해 우려하는 시민으로서, 과거 여성을 희롱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탁현민 행정관의 즉각 퇴출을 촉구한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질 것으로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누리꾼은 이어 “지금 행동하면 앞으로 여성을 희롱하는 이들이 공직에 진출하지 못하게 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며 “탁현민이 물러나느냐 아니면 성희롱적인 발언을 해도 공직에 진출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또 한 번 학습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썼다. 1만명 서명을 목표로 시작한 이 서명 운동은 17일 오전 10시 현재 5285명이 서명했다.
반면 다음 아고라에서 ‘탁현민 행정관을 지킵시다’는 제목으로 “탁현민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그의 철학과 삶을 가장 잘 구현해 내는 대체불가한 기획자”라며 “여기서 밀리면 문 대통령은 청와대 행정관 한 사람도 임명 못 하는 무능한 대통령이 된다”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이 지난 13일 올린 서명운동에는 1만명 목표에 17일 오전 11시 현재 9521명이 서명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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