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711] (경향) "평범했던 남학생들도 단톡방에선 '성폭력의 괴물'로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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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6-07-12 15:08 조회3,68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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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남학생들도 단톡방에선 ‘성폭력의 괴물’로 돌변
노도현·김원진 기자 hyunee@kyunghyang.com
ㆍ‘성적 비하 동참해야 소속감 느껴’…비판 제대로 못해
ㆍ전문가 “한국 사회의 여성·인권에 대한 불감증 반영”
“배고픈데 먹을 게 없냐.” “○○○(동기 여학생 이름) 먹어.”(서울대)
“예쁜 애 있으면 (술을) 샷으로 먹이고 쿵떡쿵.”(고려대)
“가슴은 D컵이지만 얼굴은 별로니 봉지 씌워서 하자.”(국민대)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공개된 국민대·고려대·서울대 학생들의 카카오톡 대화는 충격적이었다. 겉으론 평범한 학생들이었지만 단체 카톡 대화방(단톡방)에서는 성폭력 ‘괴물’이었다. 그들은 피해자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엠티를 떠난 친구들이었다.
이는 단톡방 성폭력들이 예외적이고 돌출적인 사건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학자 박이은실씨는 11일 “한국 10대 남성들은 실질적인 성교육이 아니라 포르노 등을 보면서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방식으로 남성성을 구축한다”며 “대학에 와서 페미니즘을 공부해도 내재된 태도나 문화를 바꾸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갑자기 튀어나온 일이 아니다”라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여성과 인권에 대한 불감증의 결과”라고 말했다.
단톡방이 갖고 있는 은밀하고 집단적인 특성도 여성에 대한 폭력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박이은실씨는 “집단의 경우 성적 비하를 하는 대화에 동참하는 것이 소속감을 느끼고 성원을 얻게 한다”며 “대화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도 비판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옥 젠더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남성들이 많이 있는 집단에서는 끊임없이 여성 비하성 발언을 하고 더 세게 이야기해야 남성 정체성과 위상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대화가 문제가 있다고 인지했지만 중단하지 않았다. 고려대 사건 가해자들은 “대화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면 문제가 된다”고 자주 언급했다. 서울대 사건 가해자들 역시 “이거 털리면 우리 뉴스에 나올 듯” “진짜 남톡 우리끼리만 좀, 개방하면 사살” 등의 대화를 나눴다.
다만 이번 사건들에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무릅쓰고 공론화를 시도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려대 사건 피해자들은 “이 사건에 대한 징계가 가해자 개개인에 대한 처벌의 의미를 넘어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학내 언어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모범적 선례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피해 사실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사건 피해자들도 “학내 공론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앞으로 그 누구도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언어성폭력이 자행되고 있을 여러 카톡방에서 자정작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내 성폭력 처벌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성교육 실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경 소장은 “대학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많은 청소년들이 보게 될 것”이라며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정당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이은실씨는 “남학생들이 포르노에 등장하는 남성성을 답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실질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옥 대표는 “남성들도 ‘내가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다’라고 반발만 하지 말고, 여성혐오에 대한 공모자라는 반성과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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