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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16] (일다) 우리에겐 더 많은 여성정치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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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8-03-19 22:50 조회3,1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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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더 많은 여성정치인이 필요하다
‘개헌과 여성대표성, 젠더정치의 동학’ 심포지엄 참관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박주연
 

며칠 전,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도 즐겨봤다고 하는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의 마지막 시즌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자 팬들은 환호했다.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를 연기했던 케빈 스페이시가 미투(#MeToo)로 성폭력 사건이 폭로되면서 시리즈에서 쫓겨난 후, 클레어 언더우드 역의 로빈 라이트가 시리즈를 이끌어 갈 주인공으로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트레일러가 나왔기 때문이다. (※케빈 스페이시가 1986년, 당시 14살이었던 배우 안소니 랩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이후 약 15명의 피해자가 잇달아 그의 성폭력을 폭로했다.)

 

원래는 프랭크의 부인이자 2인자로 자리하고 있던 클레어가 (프랭크의 계략이긴 했지만) 대통령직을 승계 받은 후, 프랭크의 꼭두각시가 되거나 그와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는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하우스 오브 카드> 마지막 시즌에는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남성정치인 프랭크는 나오지 않는다.

 

일종의 주인공 교체라고 볼 수 있는 이 상황에 대해서 ‘극의 중심에 있으며 1인자였던 남성 캐릭터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하지만 그걸 반격하듯, 트레일러에서 클레어는 백악관 대통령실 책상에 손을 올리고 서서 멋있게 한 마디 내뱉는다.

 

“우린 이제 시작이야.”(We’re just getting started.)

 

극의 흐름 상, 프랭크(케빈 스페이시)의 부재가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 않는 탓도 있지만, 다섯 시즌 동안 이야기를 끌어온 주인공이 사라진다는 상황은 이 드라마의 세계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 사람만이 그 세계를 이끌 수 있는 건 아니었던 거다.

 

 

여성정치인의 비율은 왜 아직도 이렇게 낮은가

 

생각해 보면 현실도 그렇지 않은가? ‘정치계를 이끄는 사람’이라고 하면 남성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지만 ‘여성정치인’도 분명히 있다.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에서 10시간 연설을 했던 은수미 전 의원, 군소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정의당의 대표로 대선을 완주하고 득표율 6.2%이라는 결과를 얻었던 심상정 의원 같은 정치인 말이다.

 

능력 있는 여성정치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의 정치는 남성들의 세계로 구축되어 있다. 2016년 선거가 치뤄진 20대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은 17%밖에 되지 않는다. 남성이 대다수인 정치 세계가 가진 문제점들이 이제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때마침 ‘왜 이렇게 여성의 비율이 아직 낮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여성대표성을 부각시켜야 하는가’를 연구해 온 한국연구재단 일반공동연구팀 레지나(ReGINA, Research on Gender Inequalities in the National Assembly)에서 ‘의회 내 정치적 대표성의 성차에 대한 공식 비공식 제도요인 분석: 한국 일본 대만 비교분석’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기에 찾아가보았다.

 

이 발표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구제와, 정당 투표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비례대표제를 병립하는 형태의 선거 제도를 가진 한국과 대만, 일본을 비교분석 대상으로 두고, 각 나라의 현황 및 차이를 공유하며 여성정치인 비율이 가지는 의미와 확대 필요성을 논의했다.

 

 

대만, 여성들의 정치진출이 정치문화를 바꾸고 있다

 

현재 세 나라의 여성의원 비율을 보면 대만이 가장 높고 일본이 가장 낮다. 대만의 비율은 세계적(약 190개국 기준)으로 봤을 때도 20위권에 드는 수준이다. 한국은 121위, 일본은 140위이다. (참고: Global Note https://globalnote.jp/post-3877.html)

 

대만의 여성의원 비율이 높은 이유는 “1946년 중국의 헌법을 바탕으로 대만의 헌법이 만들어졌으며 그 때부터 ‘여성할당제’를 명시해서 실시했기 때문”이라고, 국립대만대학교의 황창링(Chang-Ling Huang) 교수는 밝혔다.

 

“당시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그 비율은 약 10%였는데 1990년대가 되자 여성의원 비율은 이미 10%가 넘고 있었고, 타이페이시 의회는 30%을 비율을 보이기도 했다.” 그에 따라 “2005년 헌법 개정 때, 비례대표에서 여성의 비율을 50%로 할당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황창링 교수는 덧붙였다.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1998년 할당제가 개혁되었고, 그 결과 현재 시/도 의회의 여성 비율은 약 25%이며 도시의 경우에는 40%가 넘는 경우도 있”으며, “다가오는 2018년 지방 선거에서 6개 대도시 가운데 5곳에서 여성이 시장직 출마 의사를 표명했다”고 고무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황 교수는 할당제가 “여성들에게 정치 입문의 계기를 만들어 준다”고 주장했다. “할당제가 있기 때문에 능력 있는 여성들이 후보 출마를 고려하게 되고 그렇게 인력풀이 점점 커지게 된다”는 것.

 

무엇보다 “여성들이 정치 참여를 하게 되고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고 다양한 입법 활동을 함으로써 가부장적인 남성들의 정치 문화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일본, 여성의 정치진출 장벽은 ‘돌봄노동’과 ‘편견’

 

대만에 비하면 여성의원 비율이나 여성정치인의 활동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일본은, 주로 ‘어떤 젠더 차이, 규범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논의를 발표했다.

 

소피아대학교의 미우라 마리(Mari Miura) 교수는 2016년 현직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남녀 모두 출마를 고려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정당의 지원, 가족의 지지, 유권자의 지지로 나타났으며 남녀 간 큰 차이가 있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후보자에게 부인은, 같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연설 및 다양한 활동으로 자신을 지원해 주는 사람이라고 인식되는 반면 여성후보자에게 남편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로 느껴진다고 말한 부분”을 들며 “젠더 규범에 대한 인식이 작용한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여성후보자가 육아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유권자들에게 비판의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 정치 및 선거 경향이 정당보다 ‘개인’에 집중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후보자가 엄청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 조사에 참여한 한 의원이 ‘축제 등 지역 행사가 많은 여름의 경우 하루에 10개가 넘는 행사에 참석해서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언급했다. “가족 및 육아라는 돌봄노동의 책임자 역할을 해야만 하는 여성들에게 그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우라 교수는 이런 상황이 결국 “여성들이 선거에 출마하고 정치에 입문하는 걸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당에서 정당 지역 기반이 든든한 곳에 여성을 공천해야 활동 부담이 덜할 테지만, 현재 집권 여당이자 보수당인 자민당의 경우만 봐도 지난 2017년 중의원 선거에 여성 후보를 8%밖에 공천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일본에서도 이렇게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 여성의원 비율에 대해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정치 분야의 남녀공동계획추진법안’이 다시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 법안에는 정당과 정치단체에 후보자 수를 목표 설정하는 등 의무 사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고: 도쿄신문 1월 4일자, ‘여성의원 수를 늘리기 위한 법안이 재제출’)

 

 

한국, ‘여성의원이 부족하다’는 인식은 공유…그 다음은?

 

그렇다면 한국은 여성정치인 비율에 대한 인식과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한국의 20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여성의원 비율인 17%의 평가를 5점 척도로 했을 때 평균 1.84점이 나왔다”고 밝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이진옥 대표는 “현재 국회 내에서도 전반적으로 여성의원 수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한 “남녀 중 어느 한 젠더의 비율이 6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4점 척도에서 2.49점으로 찬반의 중간 정도”가 나왔으며, “적절한 여성의원 비율은 평균 35.9%로 집계된 점”을 짚었다. 지금의 17%라는 비율이 낮은 수치라는 점의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여성의원이 여성의 이해를 더 잘 대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4점 척도에서 평균 3.12점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여성의원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도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여성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분명히 있음이 밝혀졌다. “할당제는 남성에게 역차별이라고 한 남성의원이 22.3%(여성의원은 0%), 할당제는 유용하지 않으며 일부 여성들이 상징적으로 등용되는 효과만 있다고 한 남성의원은 41%(여성의원은 5.4%), 할당제는 필요 없으며 능력을 바탕으로 선출하는 것이 좋다고 한 남성의원이 25.6%(여성의원은 2.6%)라는 결과”에 대해, 이진옥 대표는 “남성의원 일부는 할당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음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진옥 대표는 “현재 국회에선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여성의원이 더 필요하다는 인식은 하면서도 어떻게 그 환경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방식의 고민은 없거나 미비한, 인식과 실천 수준의 괴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2000년 2월, 정당법 개정을 통해 법적 여성할당제가 도입되었음에도 그것이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결국 실천 수준에서는 준수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대만, 일본, 한국의 각 발표에서 드러난 점은 “젠더 규범에 따른 인식과 편견 때문에 여성들의 정치 입문이 쉽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 지원이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렇게 여성들이 정치로 진출했을 때 그 여성들이 단순히 여성대표성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남성-가부장제’라는 틀을 깨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현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특히 젠더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성중심적/가부장제적 사고가 여전히 기준이 되고 있는 정치에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목소리를 요구하는 여성들이 정치 진출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여성에게 기회를 달라

 

2015년 에미상에서 최초로 흑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이올라 데이비스(Viola Davis)는 수상 소감에서 유색인종 여성들에게도 기회를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연기할 역할이 없는데, 에미상을 수상할 순 없잖아요.”(You cannot win an Emmy for roles that are simply not there.)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가 있다. 사회의 변혁을 이끌어 낼 능력 있는 여성들을 어떻게 정치로 참여시킬 것 인지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 및 제도 그리고 참여의 기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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