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20] (여성신문)[2017 여성 10대 뉴스 ①] ‘페모크라트’에 웃고 생리대 파동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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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8-01-09 16:28 조회2,752회 댓글0건본문
♦ 여성 30% 내각 구성
문재인 대통령의 ‘첫 내각 여성 장관 30%’ 대선 공약은 실현됐다. 여성 장관(급) 6명(31.6%). 역대 최다 수준이다. 외교부 첫 여성 장관이자 비외무고시와 다자외교 전문가인 강경화 장관, 3선 의원이며 여성 최초 국회 예산결산위원장 출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농구선수, 노동운동가, 정치인 등 다양한 이력을 거쳐 고용노동부를 이끄는 김영주 장관, 1980년대 후반부터 환경 문제에 매진해 온 시민운동가 출신 김은경 환경부 장관, 성평등 관점에서 역사를 연구해온 진보사학자로, 주요 여성·시민단체 대표를 역임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대한민국 1호 여군 헬기조종사이자, 27년간 군에 복무하며 성차별에 맞선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등이다. 실세 부처나 남성 편향적 부처의 수장에 여성이 오르면서 관료 사회도 변화하고 있다. 탈권위적 리더십과 조직 내 여성 등용은 당장 눈에 띄는 변화다. 물론 ‘여성 대표성 강화’ 공약은 더 많은 결실로 이어져야만 한다. 첫 내각 차관급 여성 인사는 총 23명 중 3명에 그쳤다. 2기 내각 구성엔 남녀동수 뿐만 아니라 각종 차별 철폐를 위한 다양성도 요구된다.
♦ 낙태죄 폐지 공론화
청와대는 내년부터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재개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법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청와대 홈페이지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자 나온 답변이다. 원론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남성과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찬반 논의를 넘어선 폭넓은 논의’를 제안한 것은 진보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헌재는 현행법상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심리할 계획이다.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5년 만이다. 이진성 헌재소장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했듯 임신 후 일정 기간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법과 현실 사이에서 수많은 여성이 자기 몸과 삶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다. 현행법상 ‘낙태죄’는 남성 중심 국가권력에 의한 여성 시민권·평등권 박탈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여성들은 ‘검은 시위’를 이어가며 조속한 법 개정과 함께, 국가와 사회가 함께 나서서 책임질 방법을 찾자고 촉구하고 있다.
♦ 생리대 파동, 여성의 건강권에 불을 지피다
여성 1명이 평생 최소 1만4000개 이상을 쓴다는 생리대. 시판 생리대 대부분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교수팀의 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빙성이 낮다’거나 제품명 공개를 미루는 등 늑장 대응해 분노와 불신을 키웠다. 여성의 소비자 권리,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불매운동, 서명운동 등 집단행동이 시작됐다. 생리대 유해물질 전 성분 조사와 역학조사 시행을 요구하는 청원엔 나흘 만에 5000여 명이 서명했다. 한 법무법인이 진행하는 집단소송엔 3000여 명이 1차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파동이 인 지 약 3개월이 흐른 지난 11월에야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생리대 품질검사 기준은 20년 전 그대로다. 여성들은 ‘내 몸이 증거’라면서 피해 사례를 고발하고, 철저한 역학조사와 전반적인 생리대 유해물질 기준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공직자 성평등 인사검증 부실
여성을 신체 부위별로 나눠 남성의 성욕을 자극하는 정도에 따라 평가해 ‘남자 마음 설명서’라며 책으로 펴내는 등 왜곡된 젠더 관념을 과시하듯 드러낸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파문이 일자 “사과”만 남긴 그는 여전히 청와대에서 근무 중이다. 당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불꽃페미액션, 정치하는엄마들 등 ‘탁현민 퇴출을 촉구하는, 상식을 탑재한 사람들’이 6일 간 벌인 퇴진촉구 서명 운동에는 7542명이 참여했다. 사퇴한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왜곡된 성 인식과 ‘몰래 혼인신고’ 사실도 문제가 됐다. 여성계의 성평등 인사 검증 요구에도 청와대는 침묵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 “성평등을 적극 실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에서 걸리면 고위 공직자 인선에서 제외하겠다던 대선 후보 시절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위장전입, 논문표절을 하고도 장관이 된 인물이 여럿이다. 청와대가 뒤늦게 발표한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은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성폭력 고발하고 맞서 싸운 여성들
일부 여성 배우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 고발로 시작돼, 올 하반기 세계를 휩쓴 ‘#metoo’ 해시태그 운동은 국적과 분야, 인종을 가리지 않고 횡행하는 여성혐오와 성폭력 문제를 고발했다. 온라인을 타고 퍼진 연대와 지지는 더 많은 이들이 입을 열 수 있는 힘이 됐다.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이 운동에 나선 “침묵을 깬 사람들”을 선정했다.
한국에서도 작년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_내_성폭력’ 등 성폭력 고발 운동의 영향으로, 각계 내 성차별·성폭력 문제가 조금씩 공론화됐다. 문화예술계의 문제들이 특히 주목받았다. 2015년 영화 촬영 도중 상대 여배우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배우 조덕제 씨는 2심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기덕 영화 감독은 촬영장에서 배우를 폭행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 처분을 받았다. 대본에 없던 베드신을 강요한 혐의도 제기됐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려 파문이 일었다. 아이돌 출신 배우 유소영 씨는 전 소속사 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여성계는 “문화예술계 내 인권 유린이 ‘예술’의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관행을 깨기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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