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22](여성신문)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개헌] ③우리는 좋은 대표를 가질 권리가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8-03-09 09:39 조회2,691회 댓글0건본문
“정부와 정당은 공직
진출에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기회 보장”
헌법에 명시해야
이러한 캐나다의 내각 구성은 성차별의 현실을 논하고 성평등을 실천하는 데 있어 인종, 계급, 젠더, 섹슈얼리티 등 개인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과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지만 성별화된 권력 관계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교차성에 기초한 동수/성균형 인적 구성은 남성/성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로 변화시키는 첫 걸음이자 가장 빠른 경로(fast track)라는 것을 말해준다.
2017년 한국의 19대 대선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후보가 대통령이 됐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임기 초 내각의 여성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렸다. 과거와 비교해 긍정적인 성과이며 이에 대해 많은 여성들이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그 감동과 지지는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관련 문제와 그에 대한 청와대의 (탁현민 고수) 입장과 함께 사라졌고, ‘여성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은 여성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한 때’의 선거용 구호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됐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성평등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질적 발전을 위해 페미니스트들의 투쟁은 계속돼야 하며, 그 투쟁의 대상은 정치여야 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변화가 필요한 곳, 적폐의 핵심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정치 영역은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남성/성이 가장 극대화된 공간이며, 이 공간은 여성만이 아닌 노동자·농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소수집단의 참여와 활동을 지금까지도 억제하고 거부하는 공간이다.
내각의 장관급 여성 비율은 30%이지만 청장급은 11.8%, 차관은 8.7%, 고위공무원은 7.1%, 4급 이상은 13.5%이다. 2016년 기준으로 20대 국회의 여성 비율은 17%, 30대 이하 비율은 1%(3명), 대학 졸업 이하 학력은 6명(중졸 1명, 고졸·고퇴 4명, 전문대졸 1명)뿐이고, 농민과 노동자 경력(직업)을 가진 사람도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며, 장애인이나 이주민, 성소수자는 한 명도 없다. 반대로 남성은 83%, 50대 이상은 247명, 대학 졸업 이상은 294명, 국회의원과 정치인 경력을 지닌 사람은 전체 의원 300명 중 2/3 이상이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정당의 경우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과 같이 실질적으로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다수가 남성들이다.
대표에 기초한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한국 시민들은 좋은 대표들(good representatives)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좋은 대표성(good representation)은 의회를 포함한 정치 영역이 한 사회의 인적 구성을 얼마나 비례적으로 반영하느냐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이진옥·황아란·권수현, 2017 ‘한국 국회는 대표의 다양성을 보장하는가?: 비례대표제와 여성할당제의 효과와 한계’)
현 시점에서 정치권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실현 가능한 제도적 조치는 바로 헌법에 성평등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즉 헌법에 “(중앙과 지방)정부와 정당은 선출직과 임명직 등 공직 진출에 있어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와 기회를 보장하며, 이를 실천할 의무와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헌법은 최고 권력자 개인의 권력욕을 뒷받침하기 위한 방식으로 개정됐다. 1987년에 처음으로 국민의 요구에 의한 헌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그 역시도 시민의 참여와 요구는 부재했다. 30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10차 헌법 개정이 시민이 참여하는 미래지향적 개헌이 되기 위해서는 여성 시민의 참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여성 시민의 요구가 헌법 개정안에 반영돼야 한다. 그 핵심이자 출발이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 확보와 이를 위한 정부와 정당의 의무와 책임을 명시한 성평등 조항을 새로 만드는 헌법에 신설하는 것이다. 지금은 2018년이다.
<ⓒ 2018 여성신문 30주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