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309] (시사위크) “미투, 가해자 단죄만으로 끝날 수는 없다”… 성평등 개헌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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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8-03-12 15:56 조회2,665회 댓글0건본문
시사위크=은진 기자]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와 여성단체들은 9일 헌법개정 논의가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제는 정치권이 여성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때이며 그 첫걸음은 새로운 개헌안에 ‘성평등 실현’을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자 국가의무라는 것을 명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헌법개정여성연대는 심 전 대표와 함께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미투,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폭로 국회 성평등 개헌으로 응답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평등 개헌 입법청원 기자회견을 통해 ▲성평등 조항 신설 ▲실질적 성평등 실현 규정 ▲남녀동수 대표성 보장 ▲혼인·가족생활에서의 성평등 실현 및 재생산권 확보 등 규정 ▲성인지적 사회권 강화 ▲아동권 신설 등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청원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 헌법 제36조 혼인 및 가족생활 규정을 수정해 혼인 및 가족생활의 주체를 양성에서 개인으로 전환하고 여성의 임신·출산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 및 의무를 명시하도록 했다. 또한 모든 양육자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책무를 명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여성과 남성 간의 동등한 정치적 대표성을 위한 규정을 명시하고 경력단절 및 비정규직 해소, 남녀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성인지적 사회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도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 제32조4항과 34조3항을 삭제하도록 했다. 대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심 전 대표는 “나쁜 사람에 대한 분노 뒤에는 인간이 겪어야 하는 비굴하고 처참한 삶에 대한 자괴감이 있다. 그래서 미투는 가해자에 대한 단죄로 끝날 수는 없다.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개혁해서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차별 없는 사회로 나가야 한다”며 “얼마 전 5당 대표 환담자리에서 미투가 정치지도자들의 농담거리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의 가슴이 더 허전해졌다. 국회의장과 5당 대표께 촉구한다. 성폭력 근절을 위한 ‘포 어스(for us)’ 3월 임시국회를 서둘러 열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심 전 대표는 보수 종교계 등 일각에서 ‘성평등’이 아닌 ‘양성평등’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객관적으로 양성을 넘어서는 다양한 성이 존재하는데 양성만 주장하는 건 자체가 위헌적”이라며 “성평등이냐 양성평등이냐는 것은 정치적 견해나 입장으로 정리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사회에 다양한 성이 실체적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라고 했다. 또 “‘성평등’이 동성혼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말씀도 있는데 동성혼은 사회제도의 문제기 때문에 입법과정에서 별개로 다뤄진다”고 설명했다.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미투 운동의 확산을 보면서 여성들에게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그동안 여성단체들은 무엇을 했냐고’ 얘기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여성들과 여성단체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얘기해왔다. 문제는 여성들이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듣지 않았거나, 외면했거나, 무시했던 것”이라며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과 기본권을 확대하는 것이 30년 만에 이뤄지는 개헌의 핵심내용이 돼야 하며 그 지향은 ‘성평등’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진 기자 jin9eun@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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