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11] (여성신문) 한국 인권단체들, 페미니즘으로 ‘세계인권선언’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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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9-01-02 16:43 조회2,579회 댓글0건본문
‘페미니즘으로 혁명을 선언하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가 기획
1789년 프랑스혁명이 일어나면서 ‘인간과 시민의권리선언’이 나왔다. 3년 후 1791년 올랭프 드 구즈는 이를 꼬집는 ‘여성과 여성시민의 권리 선언’을 썼다. 보편성을 표방했지만 여성을 완전히 배제한 선언에 대한 반발이다.
이번에는 세계인권선언이다. 성폭력·성차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권이란 무엇인지" 묻는 미투운동의 파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70주년을 맞은 세계인권선언이 한국 여성인권 운동가들의 페미니즘 관점으로 새롭게 쓰여졌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상임활동가와 세계인권선언 다시 쓰기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10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인권재단 회의실에서 기자회견과 낭독회를 열어 페미니즘으로 다시 쓴 인권선언 알리기에 나섰다. 명숙씨는 “페미니즘은 일상의 차별과 권력 문제에 민감하게 바라보는 인식의 틀"이라며 "페미니즘으로 인권선언을 재구성하는 것은 성별 착취와 억압의 체계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인권선언이란 냉전시대인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가 모든 인류가 함께 달성해야 할 하나의 공통기준으로서 선언한 이후 국제 인권법의 토대가 된 선언. 수많은 조약은 물론 수많은 국가의 헌법과 법률에 반영될 정도로 지금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을 페미니즘에 기반해 다시 쓰는 작업을 주도한 명숙씨는 “한국사회의 현실 속에서 세계인권선언도 달리 읽게 됐다. 소수지배엘리트 남성의 시각으로 쓰여진, 보편적이지 않은 인권 선언이라는 한계점이 보였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기존 인권 선언이 페미니즘으로 구체화된 권리, 특히 억압받는 소수자의 권리를 담기에 부족했다는 것이다.
명숙 활동가는 페미니즘으로 인권선언을 다시 써볼 동료들을 수소문했다. (사)인권정책연구소 김은희 연구원, 다른몸들 조한진희 상임대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부대표와 두 달 넘게 머리를 맞대 쓴 것이 ‘2018 페미니즘으로 다시 쓴 인권선언(이하 페미니즘 인권선언)’이다. 인권재단 사람, 강서양천민중의집, 서울남서여성민우회,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장애여성네트워크, 빵과그림책협동조합도 참여했다.
명숙 활동가는 페미니즘으로 인권선언을 다시 써볼 동료들을 수소문했다. (사)인권정책연구소 김은희 연구원, 다른몸들 조한진희 상임대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부대표와 두 달 넘게 머리를 맞대 쓴 것이 ‘2018 페미니즘으로 다시 쓴 인권선언(이하 페미니즘 인권선언)’이다. 인권재단 사람, 강서양천민중의집, 서울남서여성민우회,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장애여성네트워크, 빵과그림책협동조합도 참여했다.
여세연 권수현 부대표는 “기존 인권선언이 냉전시기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서구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기본으로 깔려 있고, 성폭력이나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 등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페미니즘 인권선언은 세계인권선언과 구성이 약간 다르다. 세계인권선언은 인권의 기본원칙은 비차별의 원칙을 이어서 자유권과 사회권, 국제사회의 의무 등 4부로 구성된 반면 페미니즘 인권선언은 1부에 개인이 존재하는 사회의 성격과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 정체성, 비차별의 원칙에 대해 썼다. 구체적인 권리목록의 맨 처음에 몸에 대한 권리와 성적 권리를 넣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마지막 28조에서 페미니스트들이 평등한 세상을 향한 실천을 결의를 담아냈다는 점이다.
이들은 2개월 전 선언문 작성을 시작하면서 최대한 급진적으로 작성하자는 데 뜻을 모았지만 결과물은 급진적이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조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말랑말랑하고 감성적이고 문화적인 것으로 안착돼 안타깝다. 이번 선언문을 통해 이를 최대한 불식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작성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으로 용어 선택을 꼽았다.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언어 역시 오염될 수밖에 없어서”라고 봤다.
이들이 고심한 용어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사람, 자유, 평등이다. 새롭게 쓴 페미니스트 인권선언문의 주어는 ‘사람’ 이다. ‘국민’도, ‘여성’도, ‘시민’도, ‘인간’도 아니다. "원래는 ‘개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한국에서 인권의 기초인 개인의 자유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자유와 평등 역시 대립적으로 사용되는 한국의 현실이 걸림돌이었다. "한국에서 자유는 보수의 가치로 이야기되고 평등은 진보의 가치로 이야기되면서 이 둘은 서로 충돌하거나 상쇄관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모두가 평등하지 않을 때 자유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 만의 자유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모든 개개인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모두의 평등이 필요하며, 자유와 평등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페미니즘으로 다시 쓴 인권선언’을 여성단체가 아닌 인권단체들이 주도한 것도 흥미롭다. 명숙 활동가는 “인권운동가들은 페미니즘이 여성만의 권리가 아니라 가부장제와 인종주의 등 모든 차별적인 구조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평등의 언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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