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107](여성신문)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스트 정치에 빠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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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7-11-13 13:35 조회2,920회 댓글0건본문
‘탁현민 사건’ 여성운동 집담회
50대 엘리트 남성은 ‘주류’로
여성은 다시 정치 ‘주변’으로
여성 내각 30%의 상징성 소멸 우려
탁현민 행정관 임용 비판은
진보·보수에서 ‘진영의 문제’ 취급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바로 성평등한 세상”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성평등 공약을 얼마나 지켰을까? 초기 인선에서부터 새 정부는 낙제를 면치 못했다. 상식 이하의 젠더 의식을 드러내 해임 요구를 받은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여전히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출범 6개월을 맞은 새 정부의 성평등 원칙과 방향을 가늠하는 토론회가 6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렸다. 이날 ‘탁현민 사건의 현재진행형에 대한 여성운동 집담회, 그 ‘정치’가 놓친 것들: We Can Speak’ 토론회엔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 김혜정 성폭력상담소 활동가가 발제를 했다. 이어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김태희 한국여성정치연맹 이사,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전홍기혜 프레시안 기자가 토론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초기 여성 인선은 파격적이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피우진 보훈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 주요 보직을 여성이 차지했다. 공약대로 ‘여성 내각 30%’도 달성했다. 이진옥 대표는 “여성운동이 주장해온 여성대표성 강화 요구에 대한 반응, 최근 성장하는 페미니스트 운동에 대한 응답”이자 “젠더 정치 변화의 중요한 발판”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50대 서울대 출신 엘리트 남성들이 문재인 정부의 ‘주류’를 이루고, 이들이 수구 권력의 적폐에 맞서는 ‘투사’로 떠오르면서, 여성은 다시 정치의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내정 등 차별적이고 비상식적인 여성관을 가진 인물을 반복적으로 등용한 점도 비난을 샀다. 이 대표는 “여성은 각 남성 집단의 대의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기능하는 데에 그치고, 여성 내각 30%의 상징성은 소멸할” 우려가 높아졌다고 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탁현민 사건’이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과거 저서에서 왜곡된 성 의식을 드러낸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해임하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나서서 해임을 건의했다.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한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새 정부의 성평등 철학과 원칙을 가늠할 수 있는 인선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한 모습만 보여 여성계의 분노를 샀다.
탁현민 행정관 임용을 비판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는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진영의 문제’ 취급당했다. 문 정부 지지자들은 ‘이제 막 출범한 정부를 흔들지 말라’며 페미니스트의 입을 막으려 한다. 보수 진영은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를 이용해 정부를 압박하려 한다.
이 대표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여성 대표성 강화를 공약하면서도 낙태죄 폐지와 차별금지법 제정은 유보하고, 동성애 이슈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논하는 문재인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여성운동 분할 통치 전략”은 곧 “민주주의의 복원을 외치면서도 민주주의의 기본을 잠식하는 역설”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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