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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7](여성신문)‘아재 정치’는 그만, 이제 ‘동수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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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8-07-16 15:00 조회2,5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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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정치’는 그만, 이제 ‘동수정치’다
 

민 역량의 승리, 남녀동수 정치로 연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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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지난 21일 ‘아재원팀정치를 끝낼 페미니스트 정치모색 6.13지방선거 결과토론회’를 개최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6.13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더불어민주당의 비민주적 정치 행태에 대한 시민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 내에서는 별다른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결과 나타난 ‘지역주의 해체’, ‘색깔론 소멸’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만들어낸 성과다. 반면 민주당의 공천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명백했다. 계파정치와 남성 카르텔로 무장하고 여성을 배제하면서 성차별적 정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압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낡은 정치를 끝내고 미래지향적 가치에 기반한 개혁을 이끌 절호의 기회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법에 규정된 30% 여성 공천 규정조차 지키지 못했다. 더욱이 성평등이라는 시대정신에 따라 정치권에서 드디어 여성 정치 실험과 도전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비민주적 공천 문제는 더욱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의 여성 당선인은 기초의원을 중심으로 늘어나 전체 여성 비율을 끌어올렸다. 광역자치단체장 0명, 기초자치단체장 8명(3.5%), 광역의회 의원 160명(19.4%), 기초의회 의원 900명(30.8%)으로 3993명의 당선인 중 여성이 1068명으로 26.8%를 차지했다. 73.2%의 남성들 속에 여성이 발언권을 얻고 정책을 펼치기에는 미미한 숫자다. 더욱이 광역·기초단체장 등 의사결정권한이 큰 자리에서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성 정치인들, 정책은 잘하는데 정치는 못해

민주당에는 성평등과 관련한 성과도 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뜨겁게 전개된 미투운동에 대응해 마련한 당내 젠더폭력특별위원회는 의미가 있다. 성희롱·성폭력이 큰 문제가 됨을 알리는 기회가 됐고 일부 후보자들은 문제가 돼 선거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 위원회가 폐쇄되면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상설기구로 안착돼 조직문화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중대한 문제들로 가려졌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1일 ‘아재원팀정치를 끝낼 페미니스트 정치모색 6.13지방선거 결과토론회’를, 한국여성의정은 26일 ‘6.13지방선거 무엇이 문제인가’ 등 여성계가 잇따라 토론회를 개최됐고 정당 관계자의 발표와 함께 참석한 선거 출마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신랄한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정의당, 평화당 입장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여성국장은 “2014년에 비해서는 진전이지만, ‘미투(#MeToo) 운동’과 성평등 개헌에 대한 외침이 있었던 2018년 지방선거의 시대정신으로 볼 때 실망스럽고 미흡한 성적표”라고 말했다. 여성 부재의 원인으로 “당내 여성공천을 적극 지원할 구심체가 미약했고, 미투운동과 성평등 개헌 등 큰 이슈에 묻혀 여성계 역량도 분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초단체장 전략공천은 29곳까지 할 수 있었으나, 여성 전략공천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없어 여성 전략공천자는 1명뿐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인숙 정의당 여성위원장은 “여성과 진보정당이 당선되기 어려움을 뼈저리게 절감한 선거였다”면서 “정의당은 모든 선출직과 임명직에 여성 당원 30% 이상을 할당토록 당규에 명시돼 있고, 이번 선거에서도 전체 후보자의 약 40%가 여성이었으며, 당선자의 62.1%가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또 미투와 성평등개헌 과정에서 정의당이 앞서서 의제를 제기하고 대응했음에도 서울에서 녹색당 후보에게 밀렸다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고 털어놨다. 여성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책과 의제에서는 얼마나 차별화됐는가를 성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세대의 여성의 등장과 관련해 진보정당으로서 세력화해내는 게 부족했던 점, 또 진보정당으로서 일하는 여성을 정치의 주체로 내세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양미강 민주평화당 전국여성위원장은 창당 4개월 만에 선거를 치르면서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 위원장은 “여성출마자에 대한 중앙당의 재정적·전략적 지원이 미비했고, 당의 저조한 지지율로 여성 후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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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지난 21일 ‘아재원팀정치를 끝낼 페미니스트 정치모색 6.13지방선거 결과토론회’를, 27일 한국여성의정은 ‘6.13지방선거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했다.   ©한국여성의정

 

출마자들이 평가한 6.13지방선거

인천광역시장 선거에 예비후보로 출마해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홍미영 전 인천 부평구청장은 “2년 뒤 국회의원 선거에 도움이 될 지방선거 공천. 당연히 조직과 인맥이 우세한 남성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과 관련 “계파논리가 모든 판단의 우선이 된다. 여성 고위 정치인들도 그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내 경선은 돈과 조직이 기본이 되는 정치적(충성) 싸움”이라고 했다.

대구광역시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자유한국당 공천에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재화 의원은 “여성의 과소 대표성의 문제는 단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의 공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여수시장 경선에서 탈락한 김유화 여수시의원은 당의 공천에도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여성 후보의 한계를 함께 인정했다. “여성은 정책은 잘하는데 정치는 못했다는 권향엽 국장의 말에 동감한다”면서 “정치는 나를 지원하는 세력을 만드는 것인데, 남성들이 하는 식의 네트워크나 금전적인 후원을 만드는 것은 여성이 하기에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예비후보가 돼보니 가장 어려운 점은 알릴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지역에서 지역위원장이나 사무국장 등 리더로 시민에게 인식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여성 리더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신지예 녹색당 후보는 “젊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의 움직임이 가열차다.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정치혐오가 더해지고 있다. 여성활동은 해도 정당활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불신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의제를 가져온 정치인들은 ‘먹고 버렸’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 뿐 아니라 다른 페미니스트 정치인들도 그렇다. 이번에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뚫고 가야하는지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출마를 했던 황경선 전 민주당 충북도당 여성위원장은 당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당에서 여성 리더를 키워야 한다고 하는데, 남성이 주도하는 당에서 여성 리더를 키우는 건 꿈같은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당위원장부터 지역 사무국장까지 여성이 없는 선거시스템에서 여성이 아무리 열심히 살고 준비해도 안 된다, 말 잘 듣고 명단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고, 결국 이런 여성이 들어가다 한들 여성정치를 하느냐?, 아니다!”고 단언했다.

 

아재 정치 돌파구는?

해법은 법·제도 개선으로 귀결된다. 앞으로 재개될 10차 헌법 개정에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여남 동수) 조항을 신설하고, 선거제도를 개혁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선거 공천 30% 할당 강제 조치, 여성정치발전기금 관련 법 개정이다.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은 “일본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선출에서 남녀 후보자 수를 ‘최대한 균등’하게 할 것을 정당에 촉구하는 ‘정치 분야에서의 남녀공동참여 추진에 관한 법률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돼 성립됐다”고 전하고 “우리는 이제는 법제정을 통해 선출직, 임명직에서도 남녀를 동수로 공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미영 전 구청장은 “아재정당의 반성은 바깥에서만 이루어질 뿐, 당을 움직이는 쪽에서는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남성 의원이 80%가 넘는 현실에서 통과되기 어렵다. 매년 법안이 발의가 되지만 폐기가 된다”며 정당에 의한 변화가 아닌 다른 전략을 제시했다. 법 개정을 위해 페미니스트가 되겠다고 한 대통령이 직접 나서거나 여성가족부가 입법을 추진하는 방법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여성의 의식 변화도 촉구했다. 그는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전략이 좀 더 많은 여성을 보내기 위한 전략보다는 여성과 남성의 동수라는 것을 여성계가 모두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50%를 요구할 수가 있어?’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여성이 주체라고 하지만 남성과 동등하게 하겠다는 진정한 의미의 주체의식을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여성없는 민주주의는 절반의 성공일 뿐”

김유화 기초의원은 “우리는 혼자만의 정치를 하기 위한 게 아니다. 후배 정치인의 모범이 돼야 한다”면서 앞으로 지역에서 여성 정치 네트워크를 만들어 인재를 키우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지방에서 여성에게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절실하다고 했다.

박인숙 위원장은 정의당의 공천 후보 중 여성 비율과 당선자 중 여성이 높았음에도 정치자금법에 따른 여성추천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조금에 대한 기준을 하나로만 보지 말고, 총수에서 여성 비율과 정당 내 비율을 같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섬숙 한국여성유권자서울연맹 회장은 “민주당의 승리가 여성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면서 현재 시의회가 구성된 만큼 서울시의회의 110석 중 102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에 남녀동수 적용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 내에서는 여성 대표성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논의가 없는 분위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평가를 굳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인식하는지 의문”이라면서 “차라리 선거 결과가 좋지 않다면 문제점이라도 고민할 텐데, 압승하다 보니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미투운동이 드러내는 것은 여성 없는 민주주의는 절반의 성공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개별 여성의 표상화됐던 여성의 정치참여가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처음으로 집단적 여성의 권력에 대해 상상하게 됐다”면서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라고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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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6호 [정치] (2018-06-27)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runjjw@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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