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704](여성신문)‘김치녀’ ‘보이루’...무심코 쓴 말에 여성들은 “남성·사회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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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8-07-16 14:58 조회2,51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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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여정연, ‘여성혐오 표현 규제방안’ 학술대회
윤지소 여정연 부연구위원
“일상에 스며든 여성혐오 표현
여성들의 분노·우울·신체적 고통 야기
남성과 사회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김치녀’ ‘X빨러’ ‘오피걸’ ‘보이루’ 등 흔히 쓰이는 여성혐오 표현이 여성들에게 분노, 우울, 물리적 고통을 동반한 트라우마와 같이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여성혐오 표현을 일상적으로 접할수록, 젊은 여성들이 모든 남성들을 경계하고 불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윤지소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27일 여성가족부와 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여성혐오 표현 규제방안’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여성시대’ ‘쭉빵 카페’ ‘대나무 숲’ 등 2030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8개 온라인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대면 인터뷰 등을 통해 여성혐오 표현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한 결과다.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오가는 여성혐오 표현과 그것이 여성에 미치는 장단기적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여성혐오 표현을 접한 여성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유형별로 나누면 ▲‘진짜 화나, 환멸 덩어리’ 등 직접적·감정적 반응을 보인 경우 ▲불쾌하거나 불편했지만 적절한 대응 방법을 몰라서 어려움을 겪은 경우 ▲트라우마를 겪게 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폭력을 행사한 경우 ▲점차 무감각해지거나 내성이 생겨 충격을 극복해 나간 경우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거나 활동의 제약을 받았다는 경우 등이었다.
여성혐오 표현을 접하고 마치 물리적 폭력을 당한 듯한 신체 반응을 겪거나 고통을 겪었다는 여성들도 있다. 몇몇 여성들은 남자친구한테 심한 혐오표현이나 언어폭력을 듣고 헤어진 후 “5시간째 운 것 같은데 입이 계속 마르고 숨도 못 쉬겠다” “위염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여성혐오 표현이 장기적인 트라우마와 두려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혐오 표현을 들은 지) 6개월이 지나서 이제 고소하지도 못해. 너무 힘들어. 엄마한테 한 성적인 욕설이 자꾸 생각나서 미칠 것 같아. 1년 넘게 이러고 있다”고 고백한 여성도 있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 호감을 갖고 있던 이성으로부터 혐오표현을 듣고 난 여성들은 사회 전반에 대한 피로와 불신을 드러냈다. 이는 남성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많은 여성들이 “내 미래의 파트너가 여성혐오표현을 남용하는 무수한 한국 남성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데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됐다고 했다.
최근 지방선거에선 ‘페미니스트 서울 시장’을 표방한 신지예 녹색당 후보를 두고 외모 평가, 온라인상 여성혐오적 욕설과 조롱, 벽보 훼손 사건까지 잇따랐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개별적인 피해라기보다는 여성 정치의 문턱을 높이고 여성 정치 참여를 통한 공공의 이익에 대한 훼손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해악의 비용이 클 수 있다”고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주장했다.
‘혐오 표현 규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 ‘혐오 표현은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해를 가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수연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혐오 표현이 분명한 실질적인 해악을 초래하므로 규제가 시급하다고 봤다. 그는 “혐오 표현은 대상 집단을 위협하고 배제함으로써 그 자체로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 즉 혐오 표현을 없앰으로써 더 많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실제로 여성혐오 표현에 노출된 많은 여성들은 손떨림, 불면, 악몽 등 불안이나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혐오 표현을 법제도로써 처벌하거나 제한할 방법은 아직 많지 않다. 권인숙 여성정책연구원장은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여성 집단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과 증오를 표현하는 일들이 늘고 있다”고 우려하며,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혐오 표현의 특수성을 반영해 이를 방지할 사회적 규제 강화와 법적 규제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처벌·금지만이 답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진옥 대표는 “단순히 사법적 규제를 통해 온라인상 여성혐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순 없다. 규제를 통해 어떻게 여성혐오적 행동을 제약하고 근본적인 문화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신체적 위협을 포함한 증오 표현 등에 한해서만 법적 제재를 가해서, 온라인상 여성혐오 표현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차후에 ‘백래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혐오표현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도 혐오표현을 하나하나 잡아내 가해자를 제재하고는 있지 않다.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의 법적 개입 현황을 살펴보면, 엄격한 형사처벌보다는 ‘여성, 다른 인종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사회’임을 강조하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한다. 최근 여성혐오 표현 사용 금지법이 제정된 벨기에의 경우에도 “실질적인 가해자 처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여성혐오를 용납할 수 없다는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법”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사회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인터넷 개인방송 등 1인 미디어의 편집, 방송, 콘텐츠 부문에 대한 성인지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일상 속 성차별적 언어 개선 캠페인 등 일상의 성평등 확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규제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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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여정연, ‘여성혐오 표현 규제방안’ 학술대회
윤지소 여정연 부연구위원
“일상에 스며든 여성혐오 표현
여성들의 분노·우울·신체적 고통 야기
남성과 사회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김치녀’ ‘X빨러’ ‘오피걸’ ‘보이루’ 등 흔히 쓰이는 여성혐오 표현이 여성들에게 분노, 우울, 물리적 고통을 동반한 트라우마와 같이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여성혐오 표현을 일상적으로 접할수록, 젊은 여성들이 모든 남성들을 경계하고 불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윤지소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27일 여성가족부와 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여성혐오 표현 규제방안’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여성시대’ ‘쭉빵 카페’ ‘대나무 숲’ 등 2030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8개 온라인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대면 인터뷰 등을 통해 여성혐오 표현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한 결과다.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오가는 여성혐오 표현과 그것이 여성에 미치는 장단기적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여성혐오 표현을 접한 여성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유형별로 나누면 ▲‘진짜 화나, 환멸 덩어리’ 등 직접적·감정적 반응을 보인 경우 ▲불쾌하거나 불편했지만 적절한 대응 방법을 몰라서 어려움을 겪은 경우 ▲트라우마를 겪게 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폭력을 행사한 경우 ▲점차 무감각해지거나 내성이 생겨 충격을 극복해 나간 경우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거나 활동의 제약을 받았다는 경우 등이었다.
여성혐오 표현을 접하고 마치 물리적 폭력을 당한 듯한 신체 반응을 겪거나 고통을 겪었다는 여성들도 있다. 몇몇 여성들은 남자친구한테 심한 혐오표현이나 언어폭력을 듣고 헤어진 후 “5시간째 운 것 같은데 입이 계속 마르고 숨도 못 쉬겠다” “위염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여성혐오 표현이 장기적인 트라우마와 두려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혐오 표현을 들은 지) 6개월이 지나서 이제 고소하지도 못해. 너무 힘들어. 엄마한테 한 성적인 욕설이 자꾸 생각나서 미칠 것 같아. 1년 넘게 이러고 있다”고 고백한 여성도 있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 호감을 갖고 있던 이성으로부터 혐오표현을 듣고 난 여성들은 사회 전반에 대한 피로와 불신을 드러냈다. 이는 남성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많은 여성들이 “내 미래의 파트너가 여성혐오표현을 남용하는 무수한 한국 남성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데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됐다고 했다.
최근 지방선거에선 ‘페미니스트 서울 시장’을 표방한 신지예 녹색당 후보를 두고 외모 평가, 온라인상 여성혐오적 욕설과 조롱, 벽보 훼손 사건까지 잇따랐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개별적인 피해라기보다는 여성 정치의 문턱을 높이고 여성 정치 참여를 통한 공공의 이익에 대한 훼손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해악의 비용이 클 수 있다”고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주장했다.
‘혐오 표현 규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 ‘혐오 표현은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해를 가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수연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혐오 표현이 분명한 실질적인 해악을 초래하므로 규제가 시급하다고 봤다. 그는 “혐오 표현은 대상 집단을 위협하고 배제함으로써 그 자체로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 즉 혐오 표현을 없앰으로써 더 많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실제로 여성혐오 표현에 노출된 많은 여성들은 손떨림, 불면, 악몽 등 불안이나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혐오 표현을 법제도로써 처벌하거나 제한할 방법은 아직 많지 않다. 권인숙 여성정책연구원장은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여성 집단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과 증오를 표현하는 일들이 늘고 있다”고 우려하며,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혐오 표현의 특수성을 반영해 이를 방지할 사회적 규제 강화와 법적 규제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처벌·금지만이 답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진옥 대표는 “단순히 사법적 규제를 통해 온라인상 여성혐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순 없다. 규제를 통해 어떻게 여성혐오적 행동을 제약하고 근본적인 문화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신체적 위협을 포함한 증오 표현 등에 한해서만 법적 제재를 가해서, 온라인상 여성혐오 표현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차후에 ‘백래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혐오표현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도 혐오표현을 하나하나 잡아내 가해자를 제재하고는 있지 않다.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의 법적 개입 현황을 살펴보면, 엄격한 형사처벌보다는 ‘여성, 다른 인종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사회’임을 강조하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한다. 최근 여성혐오 표현 사용 금지법이 제정된 벨기에의 경우에도 “실질적인 가해자 처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여성혐오를 용납할 수 없다는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법”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사회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인터넷 개인방송 등 1인 미디어의 편집, 방송, 콘텐츠 부문에 대한 성인지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일상 속 성차별적 언어 개선 캠페인 등 일상의 성평등 확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규제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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