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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1] (경향신문) 왜 알바에게 고백해서 혼내주려 하나요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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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9-11-12 19:08 조회2,2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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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알바에게 고백해서 혼내주려 하나요 ㅠ ㅠ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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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커피만 마시고 가실 것이지, 왜 일 잘하고 있는 사람한테 고백해서 힘들게 하는지….”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매장 관리자인 이모씨(30)가 꼽은 가장 대처하기 힘든 ‘진상’ 손님 유형은 ‘고백하는 손님’이다. 손님을 응대하는 점원 대부분이 20대 젊은 여성들이라 이들에게 ‘좋아한다’며 뜬금없이 고백하는 손님들이 간혹 나온다는 것이다. 어쩌다 점원이 심하게 충격을 받았을 때는 울음이 터져 마음을 추스르는 데 한참이 걸리기도 한다고 이씨는 말했다. 일단 고백한 당사자가 호의를 가지고 접근한 것이기에 무작정 내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두고 보기도 어렵다. 이씨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난동을 부르는 손님은 거의가 다시 오지 않지만 이렇게 점원이 좋다고 오는 손님은 그후로도 여러 번 와서 부담을 주니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
이씨의 매장에서 ‘알바’로 일하는 최모씨(23)도 6개월 넘게 일하는 동안 한 손에 꼽지 못할 정도로 고백을 받았다. 최씨는 “제 얼굴 보면 아시겠지만 절대 예뻐서 그런(고백받은) 게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황당한 고백을 받은 이야기를 꺼냈다.

또래인 20대 남성에게서 고백을 받은 경우는 한 번뿐이었다. 대학생이라는 남성이 수줍게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던 모습에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딸이 엄마랑 유학 가 있다는 기러기 아빠나 자신을 위해 시를 써온 뒤 계산대 앞에서 읊던 한 남성에 대한 기억이었다. 그는 “백번 양보해서 좋아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고백받는 사람은 일해서 돈 벌려고 나왔다가 일에 지장만 생기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이용자들의 비율이 높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고백해서 혼내주자’라는 말이다. 고백을 받은 입장에서 난처함과 괴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므로 고백하는 것이 상대방을 혼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맥락이다. 물론 실제로 고백으로 상대방을 괴롭혔다고 실토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여기엔 인터넷 커뮤니티를 방문하는 이용자들이 외모나 매력이 대단치 않아 인기가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든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타격을 가하는 일이라는 정서가 뒷받침되어 있다.

결국 인터넷에서 많이 쓰이는 ‘고백해서 혼내주자’라는 표현은 실제로 고백하기 어려운 청년층 남성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에서 고백을 빙자해 결과적으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는 행동은 그 여파를 고려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국한된 셈이다.
 

연애 못 하는 청년층 현실 자조적 풍자
사회학자 오찬호 박사는 청년 남성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조적으로 풍자하며 웃음을 만들어낸 데서 이러한 표현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돈이 없으니까 외양을 꾸미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연애도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청년층이 여간해서는 연애도 하기 힘든 현실을 웃음으로 넘기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폐를 끼치는 누군가를 보더라도 복수해줄 힘도 방법도 없는 이들 젊은 남성은 자신의 처지를 뒤집어 ‘고백’이라는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풍자한다”고 말했다.

20대의 젊은 남성들이 연애에 어려움을 겪으며 오히려 고백을 피해야 할 것으로 자조하는 데는 실제 극심한 성비 불균형을 겪고 있는 현실도 한몫했다.

20대가 태어난 1990년대는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각했던 시기다. 1990년 출생아의 남녀 성비는 116.5(여성 100명 대 남성 116.5명)에 달했다. 자연 성비인 105(여성 100명 대 남성 105명)를 한참 뛰어넘는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의 출생아 성비 역시 108.2(최소)~115.3(최대)에 걸쳐 있다. 그 결과 ‘남초 세대’가 된 현재 20대는 연애할 상대를 찾기 위해 다른 세대보다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고 경쟁도 치열해진 세대로 기록되고 있다.

‘고백해서 혼내주자’의 용례는 보통 민폐를 끼친 상대방이 있을 때로 국한된다. 상대방이 공중도덕을 어기는 등의 잘못을 저질러도 마땅히 제어할 방법이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본인이 ‘찌질함’을 온통 드러내며 상대방에게 고백하면 상대가 기겁하고 물러나게 된다는 상상 속의 정의구현이 기본 스토리다. 즉 실제로 고백 때문에 고충을 겪는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일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반영된 셈이다.

그래서 현실에서 나타나는 ‘고백 폭력’의 배경에는 단순히 ‘고백해서 혼내주자’는 우스개 유행어보다는 오랫동안 왜곡된 성 관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남성의 일방적인 고백을 여성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식의 서사가 끈질기게 남아있고, 특히 서비스 업장에서는 고객과 점원이라는 갑을관계까지 더해져 이중의 권력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우리 사회에 통용되고 있는 로맨스의 신화 가운데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처럼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결국 먹힌다는 환상이 자리잡고 있다”며 “여성을 동등한 입장으로 보지 않고 자기 중심적인 시각만 가진 남성들이 ‘내가 좋아해주니 너는 그것을 호의로 생각해야 한다’는 인식을 은연 중에 깔고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해결책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서비스업종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대책과 함께 ‘젊은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성·연령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쪽으로 제시되고 있다.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인격적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불필요한 접근을 최소화하는 대비책을 세우는 제도적 접근이 그 한 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백’이 곧 ‘혼내는’ 것이라는 인식을 깨닫는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심의진씨(24)의 표현은 섣불리 고백하려는 마음에 경각심을 일깨운다.

"고백이 감정의 표현이면, 왜 우리가 그 감정의 배설구가 돼야 하는 걸까요"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111235011&code=940100#csidxb63b3530ee43d519e18e499f334cded onebyone.gif?action_id=b63b3530ee43d519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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