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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3] (한겨레) 돌봄·가사노동자 “우리는 봉사자·아줌마·하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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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8-11-19 13:41 조회2,6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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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가사노동자 “우리는 봉사자·아줌마·하녀가 아니다”

전태일 48주기…여성노동자 현실은 그대로
허드렛일 취급 낮은 사회적 인식 감내할 뿐
“성희롱·폭력 당해도 무조건 ‘참으라’ 강요”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의 권리를 부르짖으며 청계천 평화시장 앞에서 분신한지 48년이 되는 13일, 돌봄요양노동자와 가사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돌봄·가사노동은 ‘여성이 하는 허드렛일’이나 ‘사랑과 헌신을 바탕으로 한 봉사’로 여겨져 기본적인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해왔다. 이들은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뒤 48년 동안 돌봄·가사노동자의 현실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며 “우리는 하녀·아줌마·봉사자가 아니라 노동자”라고 외쳤다.

이날 오전 ‘돌봄요양노동자 권리선언 기획단’(공공운수노조·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요양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토로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그동안 요양노동자들은 ‘얼마나 가난하고 능력이 없으면 남의 똥 치우는 일을 하냐’는 식의 멸시를 감내하면서 일해왔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와 요양센터는 그저 ‘참으라’며 희생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수많은 요양노동자들이 냉장고 정리, 빨래, 김장, 제사상 차리기 등 각종 가사일을 강요받고 있다고 전했다.

8년 경력의 요양보호사 정숙희씨는 이날 “남성 노인들은 시시때때로 폭언·성적농담·신체접촉을 하는데 요양센터는 ‘그것도 감수 못하면 일을 어떻게 하냐’며 오히려 핀잔을 준다. 우리는 최저임금을 받고 멸시 받으면서도 해고당할까 말도 못하고 일한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48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가는 여성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요양노동자 154명이 모여 직접 만든 ‘돌봄요양노동자 권리선언’을 발표했다. 권리선언에는 △인격을 존중받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성폭력·성차별에서 벗어날 권리 △적정한 임금을 받고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할 권리와 의무 등 크게 6가지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요양보호사 월급제를 실시하고 정부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오전 가사노동자들도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 때문에 지난 60여년간 법적 보호에서 배제됐다.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가사노동자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가사노동자는 이용자와 비공식적으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경우가 많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했으나 별도의 법을 만들어 가사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주장이다. 20대 국회에는 가사노동자 법안이 3개 발의되어 계류 중이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자에게는 산업재해 보상도 실업급여도 모두 남의 일이다. 심지어 임금체불이 발생해도 민사 소송 외에는 해결할 방도가 없다. 17년차 가정관리사 김옥연씨는 “고객이 힘들어서, 하기 싫어서 못하는 가사일을 매일 하다가 터널증후군까지 얻었지만 법은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가사노동자에게는 퇴직금도 국민연금도 없어서 앞으로 나이가 들어 일을 못하게 될 때를 생각만 하면 눈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돌봄요양·가사 노동자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전근대적이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부대표는 “그동안 한국 사회는 돌봄·가사의 책임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어머니·아내·며느리에게 부과해왔고 노동시장에서는 이들의 노동을 평가절하해왔다.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가부장적이고 착취적인 인식을 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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