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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8] (한국일보) 반짝 지지율에 취해… ‘막말 배틀’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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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9-11-12 19:13 조회2,2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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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지지율에 취해… ‘막말 배틀’ 여의도

 
“달창ㆍ사이코패스ㆍ한센병”… 적대적 정치문화ㆍSNS 활성화에 확산 
 김현아 사과문, 女의원들 나경원 징계안… 전문가 “공천 배제해야 근절” 
 

‘도둑놈’ ‘미친 것 같다’ ‘달창’ ‘사이코패스’ ‘한센병’…

정치권의 막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여야의 구분이 없고, 심지어 지도부가 앞장서서 상대를 향해 거친 언사를 퍼붓는다. 원색적인 비속어 사용은 기본이고 생소한 용어까지 동원해 상대방 깎아 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을 빗대 ‘한센병’ 발언을 했던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한센병 환우들과 가족들에게 사과문을 낸 데 이어,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여성 의원들은 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비속어 ‘달창’을 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막말로 상대를 폄하하려는 시도가 더욱 잦아질 수 있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극단적 정치문화가 막말 유혹 

막말이 횡행하는 이면에는 상대를 협력 대상이 아니라 타도 대상으로 보는 극단적 정치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들이 외연을 넓히기보다는 지지층 결집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상대를 비난하는 강도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불필요하게 언어가 거칠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막말로 사회적 비난은 받지만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자기 합리화’도 막말에 둔감해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전문위원은 “부작용이 있다는 건 알지만 지지율은 조금씩 오르다 보니 막말이 효과가 있다고 오판할 수 있다”며 “자유한국당의 경우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이 완전히 복원이 안 됐는데도 과도한 대정부 공세를 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메시지가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급속한 매체환경의 변화도 막말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1인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막말이 먹혀 드는 구조가 생겼다는 것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장은 “권위 있는 소수의 매체보다는 가능한 많은 매체에서 다뤄져야 메시지가 확산되다 보니, 정치인들이 자극적 표현을 동원하는 나쁜 방식으로 적응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패널티 주고 공천에서 배제해야 

근본적으로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정치인들이 시민의 언어 사용을 올바르게 이끌고 건전한 담론형성을 선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복경 소장은 “자신의 철학이 없는 정치인일수록 좀 더 자극적이고 노출빈도가 높은 언어를 찾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사이코패스’ ‘한센병’ 같은 용어는 상대를 병리화시키는 표현이라 다른 방식으로 비판했어야 했다”며 “일부 여성 의원들은 남성 위주의 정치판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품위를 팽개치고 파장이 큰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반복된 지적에도 막말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그동안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사과하고 잠시 욕 먹으면 잊혀지는 데다, 당에서도 정치인 개인이 알아서 처신하라고 권고하는 수준의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정활동을 평가할 때 품격 있는 언어사용 정도에 따라 점수를 매겨 불이익을 주거나, 막말 지수를 만들어 공천심사에 반영하는 등 합의된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혐오표현에 대해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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