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26] (시사저널) [총선 뛰는 여성들①] 국회 유리천장 뚫어낼 ‘여성’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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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9-11-26 17:50 조회2,201회 댓글0건본문
민주, 靑 출신 다수…한국·바른·평화, 정계개편 혼돈으로 도전자 수 적어
30%, 50%…. 총선이 다가오자 정당마다 또다시 각종 숫자와 퍼센트를 논하는 데 여념이 없다. 공천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각 당은 ‘정치적 약자’로 분류되는 여성에게 제공할 가산점과 할당 비율을 셈하는 데 분주하다. 공천 과정에서 여성들이 겪는 유리천장을 해소하기 위함이지만, 매번 선거철이 닥쳐서야 서둘러 논의돼, 정해진 최소한의 할당을 겨우 메웠다. 선거가 끝난 후엔 늘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대변할 여성 국회의원 수가 고작 이것뿐이냐”는 지적이 반복됐다.
남녀 간 정치 참여 출발선을 맞추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은 날로 더해지고 있지만, 여성 후보들의 국회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처음 선거에 도전장을 던지는 ‘여성 신인’의 경우 그 어려움은 배가된다. 21대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지금, 전국 여러 지역구에선 출마 의사를 밝힌 여성 신인 후보들이 일찍부터 지역 민심을 달구고 있다. 아직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여성 신인 출마 예상자들도 상당수다. 정치권에선 이번 총선에 역대 가장 많은 여성 후보들이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 51명으로 전체 의석수의 17%만이 여성 의원으로 채워졌던 20대 국회. 과연 21대 국회에선 몇 개 의석이 여성으로 채워질까. 또 그 가운데 여성 초선 의원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후보군 상대적으로 많은 與, 변화 살피는 野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당에 비해 확실히 현직 여성 초선 의원과 각 지역 기초단체의원 수가 많아 신인 여성 후보군의 폭이 넓은 편이다. 여기에 당 지도부가 비교적 일찍 여성 신인에게 가점 25%를 부여하겠다는 공천룰을 확정 지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규모 출마가 예상되는 청와대 참모 출신 가운데에도 국회 입성에 처음 도전하는 여성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향후 출마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출신으로는 김금옥 전 시민사회비서관이 대표적이다. 김 전 비서관은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전주갑에 출마해 지역 최초의 여성 의원이 되길 노리고 있다. 현재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윤덕 전 의원과의 경선이 사실상 예고돼 있다. 또한 문정복·임혜자 전 선임행정관도 각각 경기 시흥갑·광명갑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여기에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는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도 당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 등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도 조심스레 나온다.
같은 당 현역 남성 의원들과 맞붙게 되는 여성 신인 후보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과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장(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들 수 있다. 각각 이상민(대전 유성을)·신창현(경기 의왕·과천) 의원과 치열한 경선이 벌어질 예정이다. 이은영 소장은 “‘여성 30% 공천’ 목표 달성을 위한 당의 노력과, 의정활동 평가에 따른 일부 현역 의원 페널티 부여 등을 고려하면 과거에 비해 세대교체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당들은 상대적으로 여성 신인들의 도전이 매우 소극적인 상황이다. 보수 통합 등 정계개편에 따른 불확실성이 연초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커, 선뜻 당명을 걸고 출마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분석이다. 특히 각각 ‘변화와혁신을위한비상행동’(변혁)과 대안신당으로 소속 의원들이 대거 빠져나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사실상 출마 의사를 확정 지은 여성 신인 후보들이 전멸한 상태다. 바른미래당 지역 도당의 한 관계자는 “당 상황이 복잡해서 출마하겠다고 노크하는 분들도 잘 없다. 아마 총선기획단이 꾸려지고 공천룰이 정해지는 상황과, 12월3일 본회의에 오를 선거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 등을 지켜본 후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경우 강연재 변호사, 배현진 전 한국당 대변인 등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한 차례 국회 입성을 시도하며 얼굴을 알린 이들을 제외하면 여성 신인들은 손에 꼽히는 정도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낸 이재인 전 비서관이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남병 출마를 준비 중이다.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을 맡다가 지난해 말 한국당으로 복당한 이방호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딸 이지현씨도 전현희 민주당 의원의 강남을 지역 출마를 예고해 둔 상태다.
각 지역 여성 당협위원장과 기초단체의원들 가운데 출마를 확정 지은 이들도 아직은 드물다. 이에 정현호 전 한국당 청년비대위원은 “본격적으로 선거에 뛰고 있는 이들 외에도, 현재 각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성들은 전부 총선 출마를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가운데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의당의 사정은 어떨까. 전국 여성 지역위원장 20여 명과 당 집행부 중 상당수가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20~30대 여성 후보들이 당내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1986년생으로, 지난 총선과 재보선 출마 경험이 있는 문정은 광주청년센터장이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광산을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1989년생 정혜연 부대표 역시, 3선에 도전할 서울 중·성동갑 홍익표 민주당 의원과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부터 ‘2020 여성 출마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총선 출마 후보들을 직접 육성·지원하고 있는 녹색당도 몇몇 여성 신인들을 출전시킬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제주지사 후보에 도전했던 고은영 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대책위원장을 들 수 있다. 고 위원장은 당 상황에 따라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로 나설 예정이다.
21대는 ‘82년생 김지영’ 대변하는 국회 될까
39→41→47→51.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가 도입된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여성 의원 수는 조금씩 늘어왔다. 이 추이에 비춰봤을 때, 21대 국회 또한 여성 의원으로 전체 의석수의 3분의 1을 채우기도 매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속도라면 남녀 의원 동수가 되기까지 66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들도 오간다. 절대적 수와 여성 의원 간 조직력이 부족한 탓에, 이들은 남성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국회 밖 여성들을 충분히 대변해 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장은 “선거와 정치는 결국 당내 조직싸움인데, 여성으로서 조직을 만드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기존 여성 의원들과 여성 신인들 간 동지의식 또한 잘 형성돼 있지 않아 선거 준비와 국회 입성, 목소리 결집 등에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여성계에선 비례대표 여성 할당을 넘어 지역구 할당도 정하고, 나아가 전체 의석수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워 물리적인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는 정치가 남성의 ‘전유물’이 돼선 안 된다는 요구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부대표는 “여성을 동등한 정치적 주체로 봐야 하는데 마치 ‘할당의 대상’으로 보는, 즉 정치는 남성의 것이고 여기에 여성을 적당히 채우려는 시각들이 여전한 것 같다. 그동안 국회 대부분을 구성한 남성들이 만들어온 정치의 모습을 봤을 때 과연 그들도 정치할 자격이 있는지를 되묻게 된다”고 지적하며 해묵은 정치구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소라 녹색당 전국사무처 조직팀장 역시 “녹색당은 모든 당내 공직에 여성 50% 이상이라는 원칙을 당헌 당규로 정해 놓았다”면서 “결국 공천을 줄 때 당내 주요한 자리를 맡고 있던 이들을 우선으로 할 텐데, 애초에 여성 50% 구조가 갖춰져 있다면 자연스럽게 여성이 공천을 많이 받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각 당이 선거 과정에서 다수의 여성을 대표할 대상을 제대로 영입하지 못했다는 점 또한 여성의 목소리가 부족한 국회 구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녹색당 김소라 팀장은 “이미 정당 내 남성 중심주의 문화 속에서 거론되고 영입된 인물이 얼마나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 줄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권수현 부대표 역시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특정 영역의 여성 인재들만 뽑으려 했으며, 남성의 질서나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여성 위주로 공천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남성 의원들도 과연 다수의 남성들을 충분히 대표하고 있느냐를 따져봤을 때, 이 대표성 문제는 비단 여성 의원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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