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05] (뉴스앤조이) "사회적 합의 아직이라는 말은 '차별해도 된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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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0-01-03 10:52 조회2,0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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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 아직이라는 말은 '차별해도 된다'는 메시지"
차별급지법제정연대·심상정·금태섭·김종훈 의원실 주관 '차별금지법 제정' 토론회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국민이 묻는다'에서 "(성소수자) 차별에는 원론적으로 반대하나 동성혼을 합법화하기에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소수자 정책을 어떻게 펼지,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말에 문 대통령은 위와 같이 답한 것이다.
소수자의 인권 정책을 묻는데 '사회적 합의'를 이야기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은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공분을 샀다. 특히 성소수자 인권 단체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합의를 끌어내는 게 정치인의 임무"라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김만권 전문연구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합의'는 가만히 있는다고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12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차별금지법 제정,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민주주의 체제에서 어떤 사안에 대한 합의·동의를 다수결 투표에만 의존하게 되면 구성원 간 의견 차이에 더욱 인색해진다"고 말했다.
김만권 연구원은 다수결 원칙이 모든 것의 해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다수결 투표에서는 제일 많은 표를 받은 의견만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찬성이 51명이면 반대가 49명인데, 이때 49명의 동의와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수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가 우리 사회에 있고, 이들을 다수결이라는 단일성 원리에 몰아넣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자체로 모순된 행위"라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조혜인 공동집행위원장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차별 철폐 운동에 적극 나서지 않은 정치권이, 사회에 '차별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과 같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가 없어서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모순적이고 반인권적 담론을 계속 흘려보내면서, 차별과 혐오가 횡행하게 된 상황을 만들었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여 년간 차별금지법 제정을 번번이 무산시킨 건 보수 개신교다. 김현준 연구원(서교인문사회연구실)은 적극 반대 운동을 펼치는 세력과 달리, 일부 사회변혁적 복음주의자의 침묵 또한 성소수자 혐오를 키우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연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극단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성소수자 옹호와 혐오 사이에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방관자적 입장을 가지는 다수는 차별금지법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 혐오 선동 세력은 이를 이용해 앞으로도 가만히 있으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적극 반대 혹은 찬성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개신교인 다수가 침묵하는 사이, 혐오 문화가 개신교 저변에 확대됐다고 김현준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개신교인들이 적극 개신교를 대표해 이야기하고 연대하면서, 혐오 세력이 과잉 대표하고 있는 현실을 변화시키면 좋겠다고 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이진옥 소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여성들 삶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양성평등은 되고 성평등은 안 된다고 하면서, 이미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돼 있기 때문에 '성적 지향'을 넣은 차별금지법은 필요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진옥 소장은 "현실적으로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포괄할 수 없는 여성의 의제, 어젠다, 현실이 있다. 이정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성차별과 성희롱 금지법 또한 보수 개신교인들이 '성별'의 정의가 문제라고 해 발의가 좌절됐다. 노동 차별에서 심각한 성차별을 보완하는 차원에서라도 차별금지법 제정은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20대 국회에서는 힘들다 해도, 앞으로 차별금지법을 어떻게 하면 제정할 수 있을지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두고 함께하겠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심상정 대표는 한국의 인권 감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 대표는 "차별금지법은 인권이고 보편적 가치문제다. (중략)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10위권 경제 대국인데 가장 부족한 게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인권과 기본권, 개인의 존엄성을 붙인 인권과 기본권을 바탕으로 아래에서부터 민주주의가 다시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태섭 의원은 "차별금지법이 19대 국회 때 상징적 장애물처럼 되어서 넘기 참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은 인권에 관한 보편적인 이야기고 (제정이) 너무나 당연한 법안인데도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단순한 발의나 상징적 조치에만 의미를 두는 것보다 UN에서도 권고하는 것처럼 입법하기 위해 정치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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