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30] (프레시안) '20대 여성'을 통해 한국 정치를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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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9-11-12 19:16 조회2,302회 댓글0건본문
집권 1년 차 80%를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하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2018년 하반기 꾸준히 하락하면서 '20대 남성'들에 대해 정치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여론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다가 돌아선 주요 집단으로 '20대 남성'들이 드러났기 때문.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이에 대해 "20대 여성이 페미니즘 등 집단이기주의 감성으로 무장하고 남성 혐오 문화가 확산해 20대 남성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내부적으로 토론과정에서 불거진 헤프닝이라고 해명했지만, 언론 등에서도 '20대 남성'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철회한 주요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을 되찾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현재도 지지부진한) 여성 정책의 추진 속도를 늦추거나 철회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는 이 같은 분석이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것일까? '20대 여성'들은 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아직 철회하지 않고 있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 현상을 통해 정치적 주목을 받게 된 '성별 정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20대 남성'만이 아니라 '20대 여성'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지만, 아직 언론과 정치권에선 '정치적 주체'로서 '20대 여성'들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정의당은 지난 6개월간 20대 여성 유권자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 연구의 중간 보고인 '20대 여성을 통해 정의당을 보다' 토론회를 29일 개최했다.
"20대 여성의 '전략적 문재인 지지', 내년 총선이 고비"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은 '20대 남성'은 8%, '20대 여성'은 16%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 공장의 기숙사 안 매점에 설치된 투표소(파주 월롱면 5투표소)에서는 17.6%의 득표율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심상정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5.9% 득표율을 기록했다.
오김현주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은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에 대해 "20대 남성과 여성의 득표율이 2배 정도 차이가 났는데 이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도 당내 이견이 있었다"며 "20대 남성의 지지가 너무 낮다며 남성의 지지를 높이려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과 20대 여성들의 지지가 높은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지지를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맞섰다"고 말했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성별, 연령별 교차 분석을 할 때, 여성이 남성보다 진보적인 정당에 투표를 하는 '성별 역전 현상'은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논쟁이 있었던 2010년 지방선거 이후로 10년 가까이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다른 사례로 더불어민주당에서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도입에 반대하는 전략으로 진행한 필리버스터에 대한 반응을 들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전체 발언자의 44.7%가 여성의원(17명)이었는데, 젊은 층 유권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후 1000페이지가 넘는 필리버스터 원고 구매자의 78.8% 여성이며, 전체 구매자의 37.5%가 20대 여성이 가장 높고 그다음이 30대 여성(30.0%)을 기록했다.
오김현주 부위원장은 "20대 남성에 대한 여론이 왜곡되어 있다. 지금 젠더 갈등은 사실은 일자리의 문제"라면서 "20대 남성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 삶이 나아질 것 같아서 지지했는데, 나아지는 것이 없으니 지지를 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김 부위원장은 "그렇다면 20대 여성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왜 아직 철회하지 않는가를 질문해야 한다"며 연구 분석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20대 여성들도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20대 여성들은 성폭력 등 다양한 폭력의 문제를 포함한 안전 문제가 일자리와 동일하게 절실한 문제다. 이것이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인내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20대 여성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선택적 지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까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략적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최근 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 버닝썬 사건 등이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서 20대 여성들의 분노가 쌓이고 있고, 이후 20대 여성의 지지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내년 총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굉장히 중요한 국면에 놓여있다고 보인다."
촛불집회로 정치 참여 깨달은 '20대 여성', 한국 정치는 응답하고 있나?
조혜민 정의당 대의원은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기숙사 투표소에서 심상정 후보를 찍은 여성들을 심층 면접한 결과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20대 여성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투표소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심상정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 여성, 성소수자,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후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대의원은 "20대 여성들은 내가 참여하니까 정치가 바뀐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느꼈던 순간으로 2017년 촛불집회를 꼽았다"며 "하지만 박근혜 탄핵 이후 디지털 성폭력 등 다른 의제로 거리에 나섰지만 정치권이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의원은 "여성들은 자신들이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 등 최근 몇 년간 경험을 통해 페미니즘이라는 언어를 획득하고 성장한 것과 다르게 한국 사회는 성장했는가, 정치는 응답하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섭 작가(<한국, 남자>, <잉여사회> 등)는 "정치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막중함에도 오늘날의 정치는 분열과 혐오의 반사이득을 먹고 사는 존재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젠더 문제와 관련해 담론의 바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고, 정치와 정당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지난 대선 때 20대 여성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정의당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세 지역 후보를 모두 40-50대 남성으로 내면서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 것에 실패했다"며 "내년 총선 때 20대 여성 비례대표 전략을 강력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정의당은 대한민국 사회의 뿌리까지 내려가서 바꾸려는 강력한 에너지 넘치는 개혁 추진 집단이 되어야 한다. 젊고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정당이 될 필요가 있다"며 20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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