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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 (한겨레) 여성정당, ‘오래된 꿈’ 어쩌면 ‘새로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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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0-02-13 15:04 조회1,9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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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정당, ‘오래된 꿈’ 어쩌면 ‘새로운 꿈’
 
김영희 논설위원

“여. 성. 당…이라고요?”
 
여성계 일부에서 여성주의를 내건 정당 창당을 고민하며 첫 대화 자리를 갖는다고 들었을 때, 내 반응은 떨떠름했다. “사회적으론 의미가 있겠지만 정당은 또 다를 텐데요.” 솔직히 각국 여성 정치인들의 약진에 환호하면서도, 기성 정당에 대한 여성 공천 확대나 할당제 요구 말곤 한국 사회에서 그 경로를 떠올려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강남역과 #미투, 혜화역 시위를 거치며 내내 의문은 있었다. 외부 연계를 극도로 거부하는 2030 여성들은 어디로 갈까, 저 분노는 영원히 거리와 온라인에만 머물고 말까. 요즘 거대 정당들을 보면 지난 몇년간 우리 사회에 무슨 일이 있긴 했나 싶을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원종건씨 사태만이 아니다. 인재 영입은 ‘개인 스토리’나 ‘성공신화’를 가진 여성을 ‘픽업’하는 방식에, 정책에서 젠더나 성평등 같은 단어는 감추기에 급급하다. 전혀 다른 발상이라면 어떨까? 그들의 논의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로 거리도 한산하던 지난 1일, 서울 평창동 대화의 집엔 서울·부산·대구·광주·인천 등에서 여성 4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최순영·이계경 전 의원과 장필화·이상화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정자 여성정치포럼 대표,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이사장, 차경애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복지사업단 이사장 같은 60~70대부터 90년대 ‘영페미’ 자장에 있던 40~50대, 그리고 ‘익명’의 90년대생 ‘영영페미’들까지 두루 있었다. 이번 총선에 무소속으로 예비등록한 이가현씨와 페미당 준비위원들도 초대됐다. 한국 페미니즘 1·2·3세대를 한자리에서 보는 ‘진기한’ 풍경이었다.
 
시작은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이 지난 연말 ‘헌법개정여성연대’ 카톡방에 가볍게 던진 “여성정당 창당을 논의해보면 어떨까요” 한마디였다. 2016년부터 여성계는 성평등 헌법 개정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연대체를 꾸려 기성 정당 이곳저곳을 두드렸지만 “벽을 절감”했다. 헌법에 ‘성평등’과 ‘남녀 동수’ 조항을 넣자는 요구는 ‘동성애’ 프레임에 막혀 정부 개헌안에 단 한줄도 반영되지 못했다.
 
30년 가까이 선거공영제·할당제 요구가 여성정치 대표성을 높이는 길이라 여겨온 이들의 생각을 바꾼 또 다른 계기는 #미투와 혜화역 시위였다. 김 소장은 “특히 혜화역 시위는 ‘정치적 올바름’에 빠져 있는 1, 2세대로선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쨌든 여성이 가해자였으니. 그런데 2030들은 편파 수사라는 ‘공정’의 이슈로 바라봤다”며 “이런 세대는 ‘여성할당제’도 일종의 특혜로 본다. 반면 남녀 동수 조항은 ‘권리’이자 당연한 것이라 느낀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책임감일지 모른다. “1, 2세대들은 적어도 남성들의 ‘존중’은 받았다. 그런데 지금 2030 페미니스트들은 폭력과 혐오의 대상이다. 여성주의를 걸고 30년을 싸워온 세대들은 최소한 2030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정치적 공간을 열어줄 책임이 있지 않나.”

한 20대는 “여섯차례 혜화역 시위에 다 나갔지만 실질적 변화는 막막했다”고 이 자리에 온 이유를 말했다. “주변에 폭력과 차별에 떠는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하겠다”는 또 다른 20대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분반토론에선 임금격차를 포함한 노동과 돌봄 정책, 여성의 건강권, 반성폭력 등이 우선적으로 다뤄질 의제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소한의 공통요구로 다양한 여성주의 흐름을 포괄하자는 이야기나 특정 인물·세력의 권력화를 견제할 제도적 아이디어도 앞다퉈 나왔다. “여성 78만명(20대 총선 기준)이 찍으면 3%로 5석 획득이 가능하다”는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의 말엔 눈빛들이 달라지는 듯했다.
 
갈 길은 멀다. 돈과 조직, 시간은 기본 문제다. 한편에선 여성들만의 ‘분리주의’라거나 진보정당 표를 분산시킨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성주의가 여성만을 위한 사상이 아니듯, ‘(가칭)여성의당’이 바라는 게 여성들만을 위한 정치는 아닐 것이라 믿는다. 종일 이어진 일정 말미, 한 40대 참가자가 “아주 오래된 꿈을 다시 꾸게 됐다”고 말했다. 거리와 온라인에서만 머물던 90년대생들에겐 ‘새로운 꿈’일지 모른다. 일사천리로 꾸려진 창당준비사무국엔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2030과 10대 후반의 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이들이 같이 ‘여성정치’를 말하기 시작한 것, 그 변화만으로도 설레는 기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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