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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13] (경향) '단톡방' ... 푹 빠진 5060, 선 넘은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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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6-11-02 17:19 조회3,3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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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푹 빠진 5060, 선 넘은 대학생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단톡방’…푹 빠진 5060, 선 넘은 대학생

■중·장년층, 너도나도 “까똑·까똑” 

박수정씨(54)를 포함해 여고 동창 28명이 한데 모여 수다를 떠는 ‘단체 카카오톡방’(단톡방)에는 매일 건강정보가 넘쳐난다. 최근에도 “박수 치면 백세까지 산다” “연골을 강화하기 위해서 하는 체조”라는 제목의 글들이 올라왔다. 

박씨는 “우리 나이대 사람들은 아무래도 건강에 관심이 많다”면서 “조금씩 ‘살날’보다 ‘죽을 날’이 가까워졌다는 걸 느끼면서 더 끈끈한 동지애를 느껴 좋은 글귀 등을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詩)나 명언도 단톡방 단골 메뉴다. 이른 새벽 ‘뽕잎차의 효능’으로 문을 여는 단톡방은 ‘가을의 시작 9월’ ‘황혼의 사춘기’라는 글귀와 함께 동이 트고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린다. 그 밖에 여행 사진과 보이스피싱 정보, 각종 동영상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공유된다.

13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국내 카카오톡 이용자 수가 4000만명을 돌파했다. 남한 전체 인구가 4895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가히 “전 국민이 카톡 이용자”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특히 이 중에서 모바일 기기에 손을 댄 지 얼마 안된 50~60대 늦깎이 입문생들의 참여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장년층 단톡방에는 ‘정치 카톡’이 자주 공유된다. 이수형씨(55)는 수영 동호회 회원 20명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서 매주 평균 2개가량 여의도발 ‘설설설(說說說)’을 받아 본다.

 

얼마 전에는 “어느 여대생의 (전교조 때문에) 잘못 배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대한 고백”이라는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옹호 글과 함께 “지난 20여년 민주화란 사기극, 친북파 광란에 속아 경제는 속으로 곪아가고 국가질서는 무너졌다”고 적혀 있었다.

이씨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이 많아서인지 정부·여당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면서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관계가 왜곡된 내용이 공유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지인들도 제법 많다”고 말했다. 

‘단톡방’…푹 빠진 5060, 선 넘은 대학생

더불어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은 2014년 ‘그들은 어떻게 카카오톡을 카더라톡으로 변질시켰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카톡은 단톡방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보수집단 중심으로 불량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조직화하는 경향이 발견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단톡방 이용자뿐 아니라 유통되는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따금 중·장년층 단톡방의 평화가 깨지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대법원은 지난 4일 단톡방에서 상대방을 공개적으로 험담한 50대 남성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1·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인터넷으로 원격교육을 하는 ㄱ대학교 3학년 학생이던 정모씨는 2014년 같은 학과 학생 20여명이 참여하는 단톡방에서 스터디 모임 회장인 송모씨(60·여)를 모욕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정씨가 당시 송씨에게 “회계부정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급기야 정씨는 “무식이 하늘을 찌르네, 눈이 장식품이야? 무식해도 이렇게 무식한 사람은 내 생에 처음 같네요, 거의 국보감인 듯”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대학가, 은밀한 대화 ‘남톡방 주의보’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가을학기 개강일인 지난 1일. 중앙도서관 앞에는 이 대학 총여학생회에서 만든 전지 4장 분량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남학생 30명이 참여한 단톡방에서 그들끼리 나눈 은밀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13일 대자보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맞선 여자 첫만남에 강간해버려 ㅎㅎ” “여자 주문할게. 배달 좀” “여자 좋네. 누구 배달 안되나”라고 적힌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총여학생회는 “이는 모 학과 특정 학번 남학생들이 모두 함께 있는 카톡방에서 발생한 일이다. 10명 이상이 가해와 동조에 가담했다. 다른 학과 구성원들은 사건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가을학기 개강 시즌을 맞아 대학가에 ‘남성 단체 카카오톡방(남톡방) 주의보’가 내려졌다. 연세대뿐만 아니라 앞서 국민대, 고려대, 서울대에서도 남톡방에서 여성 혐오 또는 성폭력에 가까운 발언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남톡방의 ‘B급 대화’가 처음 알려진 곳은 국민대다. 지난해 이 대학 국사학과 남학생 32명이 포함된 축구 소모임 단톡방에서 여학생들 사진과 실명을 올리고 심각한 수준의 언어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동년배인 여학생들을 향해 “위안부” “빨통”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정액도둑년들” “가슴은 D컵이지만 얼굴은 별로니 봉지 씌워서 하자”는 대화도 주고받았다. 학내외로 논란이 확산되자 국민대는 주요 가담자 6명에게 무기정학(2명)과 근신(4명) 처분을 내렸다.

지난 6월에는 고려대 남학생들이 1년간 같은 과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적 수치심이 들게 하는 발언을 지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아 진짜 새내기는 따먹어야 하는데” “형이면 한 달이면 ㄱㄱ” “술집 가서 존 나 먹이고 자취방 데려와”라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또 “지하철에서 도 촬 성공함”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공공장소에서 몰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해자들 중에 양성평등센터 서포터스, 새내기 새로배움터 성평등지킴이, 페미니즘 소모임 회원으로 활동한 이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고려대 염재호 총장이 나서 진상 파악과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 처벌을 약속했다. 

서울대에서도 인문대학 남학생들이 동기 여학생들의 몰카나 외모를 소재로 성희롱성 발언을 지난 1년간 해왔다는 사실이 두 달 전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이들은 여학생 동기들을 몰래 촬영한 사진을 올린 뒤 “먹고 싶어서”라는 대화를 공유했다. 또 “(과외 요청이 들어온) 초등학교 5학년은 로린이(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라…고딩이면 좋은뎅” “슴만튀(가슴 만지고 튀기), 슴가펀치” “명기삘” 등의 저급한 표현도 썼다. 

대학 안에서는 ‘2차 피해’를 우려해 가해자 신상공개에도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포착된다. 최근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가해자 중 학과 대표자도 포함돼 있어 공론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가해자 신상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7일 서울대 학생들 역시 “피해자를 고립시키지 않도록 구성원들의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 본 사건을 선정적인 이야깃거리로 소비하지 말고 심각한 인권침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한국 사회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줬다는 점에서 일련의 사건들은 사회에 중요한 경각심을 줄 것”이라면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유사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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